성목요일 미사 후 성체 조배 시간
창 밖에서 새소리가 들립니다.
예수님께서 피땀 흘리심을 기억하며
그 안에 머무는 그 시간,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들려옵니다.
예수님께서 피땀 흘리며 기도하시던 그 때에도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가 들렸을 것입니다.
이렇듯
성聖과 속俗은 따로 있지 않아서
우리는 기도하는 중에도
사는 것을 염려하고
가장 막막한 상황에도
어머니를 떠올리며 삶을 이어갑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함께
길 위를 걷고,
길 위에서 쉬고, 먹고,
길 위에서 탄식하고 울부짖으며,
길 위에서 추억하고,
길 위에서 또 희망하고 감사하며,
길 위에서 내일을 기다렸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가 발이 뭉개지도록 걸으며, 절하며
세상을 향해, 우리들을 향해 말하고 있습니다.
단식하고 있습니다.
삭발하며 소리보다 더 큰 울음을 삼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상처받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습니까?
무엇을 들었습니까?
그래서
무엇을 말 할 수 있습니까?
증인이 증인일 수 있는 것은 증언할 때입니다.
이제는 그 동안 듣고, 보고, 느낀 것을
말할 때입니다, 행동할 때입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들이 어떤 말로 아직도 가슴을 헤집고 있는지
그들이 또 어떤 눈빛으로 오만하게 구는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하였는지
다시 길 위에서,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증언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입니다.
우리의 존재가
이들에게 다행일 수 있어야겠습니다.
그들에게 내가, 우리가, 공동체가 희망이어야 합니다.
임순연(스텔라) : 아름다운 곳에서 귀한 분들과 함께 본당 사도직을 하고 있는 사랑의 씨튼 수녀회 수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