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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제4부 '국민참여부' 신설 제안
  • 이원영
  • 등록 2025-09-26 17: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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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 시민인권위원회)



행정 입법 사법에 이어 제4부 주권기관인 '국민참여부'를 만들자는 시민토론회가 지난 19일 아름다운청년전태일기념관에서 시민언론 <민들레>와 시민인권위원회 공동주관으로 열렸다.


국민참여부는 최근 서구(캐나다 아일랜드 아이슬랜드 프랑스 벨기에 등) 에서 많은 사례를 보여온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 그리고 사법부의 결함을 보완하는 시민법정 등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조직이자 주권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갖도록 제안된 바 있다.


이날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격려사에서 "헌법 제1조가 잘못 되어 있다.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정이다',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는데, 순서가 잘못되었다.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이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게 먼저 설정하고 뒤에 이 나라의 정체는 그에 따라 민주공화정이다'라고 해야 주권자의 기본권이 명확해진다. 그래야 그에 따른 권력분립체제가 결정되고 보통의 국민, 인민의 참여권리가 제도로 확고해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갈파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적 파쇼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돈과 전쟁, 제국주의의 무도한 횡포로 민주주의가 말살당할 지경이고, 반 파시즘 투쟁이 탄압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 나라의 시민들, 국민들, 인민들이 직접 민주주의의 참호를 파고 있다. 우리의 국민(인민) 통치, 국민(인민) 직접 지배의 시도는 시도가 아니라 그 자체로 민주주의다"라고 격려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작년 5월 시민의회 국제심포지움에서 나온 결론의 하나는 '대리권력인 의회권력에만 맡길 수 없는 문제가 허다하므로 시민의회와 같은 주권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선거제는 민주국가의 기둥과 같은 것인데도 정치이해당사자의 입맛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런 난제를 풀어갈 수 있는 주권적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시민의회, 즉 추첨과 숙의로 이루어지는 시민의회와 같은 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곽 전 교육감은 "기실 주권자 시민들은 선출의회의 실패와 직무 유기가 명백한 경우에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뿐이다. 선출의회가 소모적인 정쟁이나 정경유착, 이해충돌에 빠져서 제 역할을 못 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선출의회 실패 시 시민들이 비용 걱정 없이 하루속히 시민의회를 이용해서 깨어있는 시민들이 학습과 숙의를 통해 도달가능한 최대치의 사회적 합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며 "시민의회의 법제화 경로와 수단은, 일정한 수의 시민서명에 의한 시민의회 소집요구권 인정부터 시민의회 상설기구화까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 제일 고난도 수단이 헌법기관으로 상설기구화"라고 주장했다.


이지문 연세대 전문연구원과 시민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필자는 공동 발제를 통해 "현실에서 국민은 주권자로서의 권한을 선거를 통해 제한적으로만 행사할 수 있을 뿐, 그 외의 정치 과정에서는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며 "결과적으로 주권재민이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에게 커다란 괴리감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국내적 위기 상황에서 임기제 대리 권력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행정·입법·사법 3권 체제에 더해 국민 스스로가 직접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4부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바로 국민참여부(국민주권부)라 불리는 새로운 권력 구조이다. 이는 헌법 제1조가 선언한 국민주권 원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려는 제도적 장치다"라고 밝혔다.


발제자들은 "그렇지만 기존의 3부와 대립적 관계가 아니라 기존 구조의 빈틈을 메우고 정당성과 책임성을 보완하는 장치"라고 하면서 "국민참여부에서는 시민의회뿐 아니라 한국 사법부의 결함(주권재민 개념의 결여)를 보완하기 위한 '시민법정'도 포함할 것이 제안되었다. 시민법정은 사법부가 이제부터 국민참여재판을 전면적으로 확대시행한다는 전제 아래 과거판결에 대해 재심청구를 권고/신청하는 절차를 이행하는 장치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기제 대리권력이 풀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는 장기주제(교육, 기후정책, 원전문제 등)에 대해 주권자 국민이 숙의하고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들은 "국민참여부의 명칭은 국민주권부로 하는 것도 대안이다"라면서 "제4부는 반드시 처음부터 개헌을 통해 도입할 필요가 없다. 단기적으로는 헌법 제1조의 주권재민 조항을 근거로, 국회법·정부조직법·법원조직법의 하위 법률 개정을 통해 시범 운영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정 기간 시범 운영을 통해 성과와 신뢰를 축적하고, 사회적 합의가 무르익으면 중장기적으로 개헌을 통해 헌정 기관으로 위상을 확정하면 된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아일랜드 시민의회나 프랑스 기후시민회의처럼 '법률·행정 경로'를 통해 먼저 실험한 뒤 점차 제도화하는 방식과 궤를 같이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이 국민참여부의 수장이 된다면 행정부 수반과 더불어 지나치게 강한 권한을 가지는 것이 아닌가의 우려가 존재한다는 주장에 대해 "국민참여부의 운영은 사무처장이 책임과 권한을 갖게 되는데 사무처장의 임명과 해임 등에 관해 국회 동의를 필수로 하고, 감사와 탄핵에 대해서도 국회가 개입하기 쉽도록 하는 견제장치를 둠으로써 대통령 권한의 비대화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한다"고 보완 설명했다.



▲ (사진제공 = 시민인권위원회)



필자는 이날 "공유부(共有富)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 담당부서를 국민참여부내에 두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유부를 독식해왔던 기득권 경제는 기존의 대리권력들의 지지 위에 존재해왔다. 그러기에 대리권력에만 맡겨서는 그 공유부를 회수할 수 없다. 그 공유부를 제대로 환원시키려면 주권자 국민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에 나선 5인 가운데 이재승 건국대 교수는 "시민의회와 국민참여부와 같은 제도는 개혁적인 그룹이 국민주권부를 필수적인 제도 실험이라고 생각한다면 상당한 추진력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의 법제도 안에서 유사한 제도를 체계화하는 작업도 필요해보인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지역차원에서 주민투표, 주민발안, 주민청원, 감사청구, 주민소송, 주민소환을 발전시키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국민청원(청원권행사방식)을 제외하고는 국민주도의 국민투표, 국민발안(1962년 헌법 50만 유권자 헌법개정발의), 국민소환 제도는 존재하지 않지만 개헌하지 않고도 입법은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자영 전 부산외대 교수는 아테네 민주주의 시스템을 소개하면서 "민주주의의 핵심은 최선의 결정이 아니라 최선이 아니라 하더라도, 결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중에 결정 자체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서 시작되어야 한다"면서 "미비한 점은 스스로 깨달아서 다음 결정에 보완해 가는 것이다"며 시민의회가 국민발안을 '사전심사 하는듯한 과정'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주장에 대해 발제자들은 반론을 폈다. "커뮤니케이션 한계가 있는 아테네 민주주의와 달리 투명한 숙의과정이 가능한 현대는 시민의회 방식이 다수결 결정의 위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즉, 선거제 관련 법안이나, 기후대책 원전문제와 같이 임기제 대리권력이 의사결정할 수 없는 초장기적 의제가 있기 마련이고, 이런 경우 유럽의 여러도시와 국가가 시민의회 혹은 시민위원회의 온라인상의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서 입법부에 권고하는 것이, 숙의 없는 정쟁적 의사결정만 존재하는 입법부를 보완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이현종 여수시민의회추진위 대표는 "4.19혁명, 6월항쟁, 촛불혁명, 응원봉혁명을 이끌어낸 민초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민주사회, 주권자가 체감하는 민주사회를 세우려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 추첨제 주민의회가 그 대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따라서 제4부로서 국민참여부의 신설은 매우 유의미한 제안으로 보인다. 국민주권부의 '권한과 기능'에 정치적 독립성이 필요한 공공기관장(대법원장과 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국민권익위원장, 감사원장,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심의하거나 추천하는 기능을 추가하면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한국입법학회장을 역임한 정철승 변호사는 "사법권 역시 주권의 일부이므로, 마치 사법권이 법관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해석되는 헌법 제101조 제1항은 헌법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는 점에서 위헌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법관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시민법관제도는 판사들이 진행하는 재판에 무작위로 뽑힌 국민 배심원들이 진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며 "시민법정은 사회 상식과 괴리된 판결 등에 대한 재심청구 등을 맡아서 하는 장치이므로 보완적으로 운영하면 된다. 국민참여부 신설은 장기적으로 개헌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국회법, 정부조직법, 법원조직법의 개정을 통해 시범 운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현철 전북대 교수는 "국민의 직접적 권력 행사를 제도화한 주장은 국민주권에 부합하는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발표"라고 평가하면서 "무력화된 국민주권, 정당정치의 한계, 정치적 교착과 정치개혁의 좌절을 극복하는 제4부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시민의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를 정치개혁 활동이라고 할 때, 시민의회는 스스로 의제를 선정할 권한을 보유해야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한 헌법 개정과 법률안 개정을 결정하고 국가기구에 권고할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 직접 작성하고 국민투표에 회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시민의회에서 선거법 개정이 무산된 이후에 다시 시도하지 못한 이유는 시민의회가 재구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스스로 소집 및 의제선정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라며 "예를 들어 선거법 개정을 권고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법안 작성하여 국민투표에 회부할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발안과 국민투표 권한을 명문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도 헌법 제1조는, 김민웅대표의 격려사처럼 바꾸는 게 옳다고 본다. '이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먼저 설정하고, 그에 따라 '이 나라의 정체는 민주공화정이다'로 말이다. 그래야 주권자의 기본권이 명확해진다. 권력분립체제는 그에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런 순서라면 국민참여부는 당연히 중심적 주권기관이 될 것이다.


토론의 과정에서 회자되었던 국민참여부의 내부 조직은 다음과 같이 제시될 만하다. 시민의회운영지원국, 국민발안국민소환국민투표지원국, 시민법정운영지원국, 디지털지원국, 공유부(共有富)환원국, 국민주권정책국 등이다.



 

이원영 

시민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국토미래연구소장 

전)수원대 교수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 <불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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