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1일. 안산시 세월호 합동 분양소 옆, 컨테이너에서 봉헌된 미사 ⓒ 최진 기자
천주교 수원교구 문희종 주교는 11일 “세월호 사건이 국민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고, 그것을 기다리는 곳이 있다. 세월호 문제를 돈으로 밀어붙여 진상규명은 멀리하고 보상의 문제로 넘어가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신앙인은 세월호 사건이 잊혀지지 않도록 진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주교는 이날 주교 서품 후 가진 첫 미사인 안산시 세월호 합동 분양소 미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주교는 강론에서 “세월호 사건은 일반적인 사건이 아니라 물질 만능주의와 생명 경시 풍조, 그리고 관련 기관들의 조직적인 비리를 통해 가족들의 삶이 송두리째 파괴된 사건이다”며 “때로는 뼈아프지만, 환부를 드러내고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참사의 이유와 과정, 진실을 밝히는 것은 누군가를 죽이자는 것이 아니다. 안전한 사회를 이룩해서 하느님이 주신 생명의 존엄함을 보호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문 주교는 이날 오전 미리내 성지 수원교구 성직자 묘지를 방문해 제2대 교구장 김남수 주교의 묘역을 참배한 후, 오후에 합동분향소 미사를 주관했다.
문 주교는 “주교로 서품된 이후 신자들과 만나는 첫 일정을 세월호 미사로 생각했던 이유는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학생들과 가족, 그리고 시민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기 위해서다”며 “잊혀가는 세월호 참사를 신자들이 다시금 기억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14일, 17개월이 되는 시점이다. 수원교구는 매일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 잊지 않고 미사를 봉헌하지만, 최근에는 하루에 7~8명 정도밖에 미사에 참석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세월호 사건이 지워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주교는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유가족들에 대한 연민은 잊어서는 안 된다”며 “교회는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교가 세월호 미사를 봉헌하면 대리구 사제들과 신자들이 세월호 문제를 조금이나마 더 생각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세월호 미사를 봉헌한다”고 밝혔다.
이날 합동분향소 옆에 위치한 컨테이너에서 봉헌된 미사에는 문 주교를 포함해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유가족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문 주교는 지난 10일 수원교구 보좌주교로 서품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