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성인에게서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찾는 일은 자연스럽다. 피조물에 대한 성인의 배려를 모르는 사람은 적다. 교회의 앞길과 정답을 성인에게서 보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
그러나 프란치스코 성인에게도 부족한 것이 있다. 가난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통찰과 저항 말이다. 해방신학은 이 점에서 프란치스코 성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방신학의 이 공헌을 받아들였다. 자본주의 비판이 신학에서도 자연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지금 이 지점에 가톨릭교회가 서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천주교회는 어디에 있는가. 자본주의 비판은커녕 자본주의 유혹에 실컷 취해 있다. 프란치스코 성인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서 당당한 한국 주교가 있을까.
돈과 권력을 바탕으로 교회를 세우려는 주교는 악마의 유혹에 빠진 것이다. "불의를 외면하고 나 혼자 천당 가겠다고 기도하는 사람은 마약에 중독된 사람입니다. 어서 병원에 가야합니다" 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응용해 보자.
"돈과 권력 위에 교회를 세우려는 주교는 마약에 중독된 사람입니다. 어서 병원에 가야 합니다."
노조가 로마에 갑자기 온 것이 아니다. 최기산 주교가 홍명옥 지부장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주교와 면담이 거부될 경우, 노조 대표단은 로마에 가겠다고 이미 밝힌바 있었다. 이로써 인천교구가 인천성모병원 노조 로마 원정대를 로마에 파견한 셈이 되었다.
그들은 로마에서 이태리 노조들과의 회합과 기자회견을 통해 억울한 사정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인천성모병원과 인천교구에 대한 여러 자료는 교황청 관계자들에게 전달되었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로만칼라를 한 여러 성직자들이 노조가 내건 현수막을 유심히 보고 질문하는 모습이 보였다.
인천에서 노조와 인천교구가 대화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충분한 시간과 기회도 있었다.
어느덧 인천교구는 한국천주교회에서 걱정거리가 되고 말았다. 천주교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는 크게 추락하고 있다. 인천교구 사제들과 신자들의 곤혹스런 표정은 또 어찌할 것인가.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매일 밤 산보하며 드는 생각이다.
교회의 잘못 때문에 사람들이 예수의 매력을 제대로 보지 못할까 염려스럽다. 교회가 한편으로 예수를 알리면서 동시에 예수를 가까이 하려는 사람을 방해하는 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