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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이민자의 아들로서 이민자가 만든 나라에 와서 기쁘다”
  • 이상호 편집위원
  • 등록 2015-09-24 17:24:50
  • 수정 2015-09-24 17: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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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방문 이틀째인 23일 백악관을 방문,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서 상당수 그런 이민자 가정으로 만들어진 나라에 손님으로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기후변화 대책을 용기 있는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기후 변화와의 싸움은 더 이상 미래 세대에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 기후 변화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백악관을 찾은 교황은 오바마 대통령이 베푼 환영행사의 답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교황의 미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 자리에는 15,000여 명의 환영객들이 참석했다.

 

교황은 영어로 한 답사에서 기후 변화 문제와 함께 이민자 대책과 종교자유 문제 등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현안들을 언급했다.


교황은 기후 변화 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의 대기오염 감소 제안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그것이 긴급한 문제임을 인식하면서,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 세대에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공통의 집'을 보호하는 데 있어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살고 있다우리에게는 지속가능하고 완전한 발전을 가져올 필요한 변화를 만들 시간이 아직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황은 자신을 이민 가정의 아들이라고 소개하면서, “미국은 주로 그런 가정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이고, 나 자신 역시 미국의 형제로서 여기에 왔다. 나는 이런 만남과 대화의 날을 고대해 왔으며, 미국인의 많은 희망과 꿈을 듣고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이민자 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사회 시스템에 의해 존재 자체가 무시되는 수백만 명에 대해 진지하고 책임 있게 생각해야 한다미국은 약자에 대한 보호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미국 사회는 차별을 거부하는 진정으로 관용적이고 포용적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자유는 미국의 가장 귀중한 자산 중 하나이며, 모든 이들이 종교의 자유를 위협하거나 타협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한다며 미국이 종교의 자유에 더욱 포용적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 부부의 결혼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아 구치소에 갇혔던 켄터키 주 법원 서기의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우리가 쿠바인들과 새로운 시작을 하는데 귀중한 도움을 주신데 감사드린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교황이 전폭으로 지원해준 데 사의를 표했다.

 

또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교황은 신이 우리에게 준 멋진 선물인 지구를 보호해야 할 신성한 의무가 있음을 일깨워준다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사회를 지원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귀중한 세계를 보호하는데 힘을 합치라는 세계 지도자들에 대한 교황의 요청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교황은 예수 가르침의 살아있는 본보기"라며 도덕적 권위가 말씀뿐 아니라 행동에서 나오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이어 신의 눈앞에서 개인 또는 사회로서의 우리의 척도는 부와 권력, 지위, 명성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빈자와 배제된 자를 돕고, 정의를 따르고 불평등에 맞서며, 모든 인간은 존중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점을 알고, 성경의 말씀에 얼마나 잘 따르고 노력하느냐에 달렸음을 교황은 일깨워준다왜냐하면 우리는 하느님의 모습을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당초 예포 21발을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교황의 '낮은 행보'를 감안해 이를 취소했다.

 

백악관 환영 행사는 먼저 오바마 대통령이 환영인사를 하고, 교황이 10분간에 걸쳐 답사를 했다. 행사는 '미국에 하느님의 은총을!'을 끝으로 한 교황의 인사말이 끝나고, 흑인 성가대의 찬송가 합창 및 의장대 사열이 있은 후 40여 분만에 끝났다.

 

이에 앞서 교황은 이날 아침 워싱턴D.C의 교황청 대사관저 앞에서 미국 시민들과 첫 대면했다.

 

교황은 환영 나온 수많은 인파에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 뒤 백악관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기 전 10여 분간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교황은 한 남성이 자신의 볼과 이마에 입맞춤하도록 허용하는가 하면, 본인이 직접 일부 시민들을 안고 가볍게 입맞춤을 하기도 했다.

 

교황은 백악관 행사 이후 백악관 앞 내셔널 몰 인근 컨스티튜션 애비뉴 등을 따라 퍼레이드를 했다.

 

양옆이 개방된 '포프모빌'에 탑승한 교황은 일어선 채로 거리를 가득 메운 환영 인파들을 향해 계속 손을 흔들었으며, 가끔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거나 '손 키스'를 날리기도 했다.

 

퍼레이드 도중 한 소녀가 제지선 안으로 들어와 교황에게 다가갔고, 경호원들이 급히 소녀를 붙잡아 돌려보냈지만 소녀의 아버지는 딸을 다시 바리케이드 위로 들어 올렸다. 이를 본 교황은 소녀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하며 차량을 멈췄다.


교황은 경호원이 차량까지 번쩍 들어 올린 소녀를 뺨에 입을 맞추며 축복했고, 바닥에 내려진 소녀는 손에 꼭 쥐고 있던 편지와 노란 티셔츠를 교황을 향해 위로 내밀었다. 교황은 경호원이 전달한 편지와 티셔츠를 환히 웃는 얼굴로 받아들었다. 나중에 소녀는 멕시코 출신 미등록 이민자의 다섯 살 된 딸로 로스앤젤로스에 살고 있는 소피 크루즈로 밝혀졌다.

 

우리 피부색이 어떻든 간에 내 친구들과 나는 서로 사랑합니다.” 소녀가 직접 작성한 편지에는 이런 스페인어 문구와 교황과 여러 인종의 친구들이 손에 손을 잡은 그림이 담겨 있었다.

 

소피는 미국 시민이지만 부모가 불법체류 단속대상인 '앵커 베이비(anchor baby)'인 것으로 드러났다. 앵커 베이비는 미등록 이주민이 미국에서 출산해, 출생 시민권을 규정한 헌법에 따라 시민권을 얻은 아기를 뜻하는데, (anchor)을 바다에 내리듯 부모가 아이를 미국인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정착을 돕는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소피는 불안하게 살아가는 앵커 베이비의 처지를 널리 알리고,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이유로 교황에게 달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퍼레이드 직후 성 매튜성당에서 주교들을 만났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거칠고, 분열적인 언어는 사제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모든 사회 요인들과의 대화에 참여해 만남의 문화를 촉진하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주교들에게 도덕적 이슈들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발언하는 것을 피하지 말하고 강조했다. 낙태의 죄 없는 희생자들, 기아나 폭격으로 죽은 아이들, 좀 더 나은 내일을 찾아 나섰다가 익사한 난민들, 짐으로만 여겨지는 노인들과 병자들, 테러와 전쟁, 폭력과 마약 밀매 등에 의한 희생자들, 사람들의 약탈로 황폐해진 환경 등 모든 것은 하느님의 선물로, 우리는 지배자가 아니라 잘 돌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런 것들에 대해 다른 면을 보거나, 침묵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사제 성학대 범죄가 결코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말했다. 교황은 최근 몇 년간 여러분이 겪은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다희생자들을 치유에 이르게 하려는 여러분의 큰 노력을 지지하며, 그러한 범죄가 결코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어 오후에는 바실리카 국립대성당에서 미국 방문 첫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이날 스페인 출신의 선교사인 후니페로 세라(17131784)를 성인으로 선포함으로써 미국 땅에서 행해진 첫 시성을 주관했다.

 

세라 신부는 1769년 스페인이 캘리포니아를 통치할 당시 원주민 선교를 위해 이주해 9개의 선교원을 세우고 원주민의 10%에 이르는 5,300여 명의 원주민들을 대거 개종시켜 캘리포니아 가톨릭의 아버지라 불린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를 1988년 성인이 되는 첫 단계인 복자로 선포했다. 그러나 원주민 후손들은 세라 신부가 원주민을 잔혹하게 강제 개종시켰다며 시성에 반대해 왔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세라 신부가 기쁨의 복음을 선포한 것을 언급하면서, 오늘날 우리들의 매일 매일의 투쟁적인 일상은 기쁨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쳇바퀴 도는 것과 같은 일상은 음울한 무관심으로 우리를 이끌고, 이는 곧 버릇이 되어 우리 마음을 마비시킨다복음의 기쁨은 우리 자신을 버릴 경우에만 경험할 수 있고, 알 수 있다는 것을 예수님은 알려주셨다, 왜냐하면 기쁨의 근원은 자비를 보이려는 끝없는 욕망에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어 밖으로 나가 삶의 기쁨을 잃어버린 모든 사람들에게 편견이나 우월감 없이, 생색내지 말고 거리낌 없이 복음을 전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삶은 버림으로써 성장한다. 그리나 그것은 고립과 편안함 속에서는 약해진다는 남미 주교회의의 아파레시다 문헌을 인용했다.

 

이날 미사 중 보편지향기도에서는 미국 사회의 다문화 특성을 상징하기 위해 한국어, 베트남어 등이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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