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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순종, 겸손은 할만큼 했다.
  • 조성구 광주 지부장
  • 등록 2015-04-17 19:27:59
  • 수정 2017-05-30 18: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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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대교에서 우찬군.


어제는 세월호 참사 1주년을 기억하고 아이들과 유가족 분들의 분노를 잊지 않기 위해서 성당 형제자매님들과 함께 팽목항을 찾았다.

가는 길에 초등 5학년 우찬이가 세월호 형들과 누나들은 왜 죽었냐고 물었다. 가만히 있으면 어른들이 구해준다고 해서 형들과 누나들은 어른들의 말만 믿었는데 왜 구해주지 않았는지 재차 따져 물었다.

녀석은 테레비에서는 대대적인 구조활동을 했다는데 집에 돌아온 형들과 누나들은 없었다고 의아해 했다. 순간 나는 궁색한 변명을 찾기 위해서 한없이 옹색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아빠로서 어른으로서 창피하지만 잘못된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우찬아, 어른들이 세월호 형들과 누나들에게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구해준다고 약속했지만 구해주지 않아서 산 채로 죽어야만 했어. 테레비에서 보도한 대대적인 구조활동은 모두 가짜였어. 실제는 제대로 된 구조를 하지도 않았거든."

이 말을 하는 내내, 내 자신이 애 아빠인가 어른인가 하는 자괴감 마저 들었다. 세월호 참사로 이 나라 어른들 모두는 비겁한 거짓말쟁이가 된 것이다. 더군다나 참사가 발생된 지 1년이 되었지만 구체적인 원인규명과 책임소재도 이루어지지 않아서 우리 모두는 뻔뻔하고 무능력한 방관자까지 되었다.

불의에 대한 침묵은 악의 편에서 협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사로 인한 슬픔에 유가족과 함께 눈물로 아파하기만 하면 내 몫은 다하는 것일까. 우선 당장은 유가족들과 함께 슬퍼해야겠지만 그것으로 아이들의 억울함 죽임에 내 할 도리는 다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철저한 원인규명으로 사고 책임자 뿐만 아니라 관련 공무원들의 직무유기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재발방지가 보장될 때까지 사악한 그들을 두 눈뜨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정부와 종교계, 언론에서는 "세월호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자"고 한다. 어쩌다 우리 사회 지배자들 모두는 이토록 낯짝이 두꺼워졌을까. 만약 그들의 자식이 바다에 빠져서 구조 한번 받지 못하고 손가락이 다 달아 없어지도록 쇠문을 박박 긁으면서 서서히 죽어갔다면 그런 개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불의가 난무하는 사회임에도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는 뻔뻔하고 병든 사회다. 사악한 위정자들이 자손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제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너무너무 착하디 착해서 등신스러울 정도의 순한 양 떼들만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불의에 침묵하는 무개념 양떼들 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양치기들이 제삿날을 위해서 시퍼런 칼날을 손에 쥐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젠 내 스스로부터 똑똑해지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안 그러면 나 뿐만 아니라 내 자식 새끼들까지 죽임을 당한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겠는가. 침묵과 순종, 겸손은 할 만큼 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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