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강제노역 장소였던 일본 나고야를 방문해 한일 시민단체들과 투쟁 방향을 논의한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9일부터 11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나고야를 방문할 예정이다. 방문단 규모는 1차 소송 원고 4명을 포함한 22명이며, 원고인 중의 한 명인 박해옥 할머니는 건강 문제로 불참한다.
또한 미쓰비시중공업, 신일본주금 등 한국에서 제기된 일본 소송사건을 지원하는 단체 관계자들과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 등 160여 명이 방문일정에 참여할 예정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군수물자를 하도급 하는 일본 군수 기업으로 이 회사의 전신은 미쓰비시 광업이다. 미쓰비시 광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12∼14세의 어린 조선 소녀들을 근로정신대로 소집해 강제노동에 동원했던 전범 기업이다.
피해자들은 당시 미쓰비시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서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노역하다가 해방 후 수십 년 동안 미쓰비시중공업에 배상과 사죄를 요구했지만, 미쓰비시 측은 현재까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나고야 소송 지원회’는 원고들의 건강이 허락할 때 마지막으로 나고야에 모시고 싶다는 뜻으로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다카하시 마코토 ‘나고야 소송 지원회’ 공동대표는 “무엇보다 원고들을 투쟁의 원점이었던 나고야에 모두 모신다는 데 가장 의미가 있다”며 “비록 지금은 한국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일본에서도 함께 노력해 할머니들이 살아 계실 때 꼭 승리의 기쁨을 안겨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방문단은 10일 루부라오잔 호텔에서 ‘원고에게 미소를’이란 주제로 한일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강제노역 보상 운동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합에서는 미쓰비시 그룹이 미국 피해자들에게 사죄한 사건과 중국 피해자들에게 화해를 추진하는 동향이 보고될 예정이다. 또한 한일 단체들은 한국에서 소송 중인 일본 기업과 정부가 상고를 취하하고 법원의 판결에 따를 것을 촉구하는 공동호소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나고야 지방재판소에서 1999년 3월 처음 제기된 조선인 강제노역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2008년 11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원고들은 2012년 광주지방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현재는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7월 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해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에게 끌려와 구리광산 등에서 강제로 노역했던 미국인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한국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