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변선환 박사가 서거한 지 올해로 꼭 20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변선환 서거 20주기 추모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지난 10월6일(화) “고 일아 변선환 20주기 추모를 즈음한 한국신학 선언문”(이하 선언문)을 발표했다.
지난 1992년 감리교 교리수호대책위원회는 고 변 박사를 종교재판에 회부했고, 재판위원회는 “기독교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말을 문제 삼아 출교 처분을 내렸다. 당시 재판은 금란교회 김홍도 원로목사가 주도했다.
준비위는 총 11개항으로 이뤄진 선언문에서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면서 사회적 해방의 실천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했던 한국의 ‘상황신학’과 민중신학의 정신과 맥을 계승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물론 세계 평화의 초석임을 인식하여 한국의 독립과 통일을 도모하던 통일신학의 맥을 이어 발전시키며, 한국의 사상과 민중을 함께 사유하면서 한국적 얼의 사상을 발전시킨 흐름과 한국적 아름다움을 신학적으로 승화시켜 나간 예술신학의 사상적 보고들을 발굴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을 선언했다.
한편 8일(목) 오후 서울 서대문구 감신대학교 웨슬리 채플실에서는 20주기 추모예배가 열렸다.
아래는 선언문 전문이다.
<고 일아 변선환 20주기 추모를 즈음한 한국신학 선언문>
일아 변선환 선생님이 우리의 곁을 떠난 지도 20년이 되었다. 그분의 평생 신학인 종교간 대화의 신학과 아시아 신학이 1992년 교권에 의해 재판을 받게 되었고 출교라는 최악의 판결을 받으셨다. 그 후 4년, 그분은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셨고, 하나님 나라에서 당대의 타자들과 종교적 타자들을 내 몸처럼 대접하고 대화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신다고 믿는다.
선생님이 가신지 20년이 지난 지금 선생님을 추모하는 우리들은 그의 출교로 인해 움츠러들었던 대화의 신학과 종교해방신학을 다시 세워 이 신학이야말로 불통과 불투명의 시대인 한국사회와 교회가 걸어야 할 길임을 힘주어 선언한다.
종교해방신학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교회의 개혁정신을 계승하는 교회개혁의 신학이고, 다원화된 사회의 만남과 소통을 촉구하는 사회적 대화의 신학이며, 억압되고 가난한 생명을 우선적으로 보듬고 연대하는 생명해방의 신학이기 때문이다.
일아 변선환 선생님의 추모 20주기를 맞이하여 그의 신학적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고자 하는 감리교회의 신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한국신학이 나아갈 길을 선언한다.
1. 우리는 일아 변선환이 추구한 타종교에 대한 사랑의 정신에 입각하여 하나님의 자비가 모든 민족과 종교 안에 공평하게 활동하신다고 고백하며, 지속적으로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대화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 우리는 일아 변선환이 추구한 에큐메니칼 정신에 입각하여 한국의 모든 교회들이 함께 연합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는 날까지 지속적으로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
2. 우리는 일아 변선환이 평생 추구한 대화와 종교해방 신학의 정신을 이어, 한국 신학을 수립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
3. 한국신학은 한국의 종교문화와 역사적 전통을 존중하고 대화하면서 신학 작업을 수행하는 것임을 선언한다.
4. ‘한국적’인 것이란 어떤 고정된 실체나 특성이 아니라 한국의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의식적으로 하나님과 세계와 사람들을 엮는 삶과 사유방식이다.
5. 한국신학은 서양 신학의 복사가 아니라, 한국적 정신과 문화와 접하여 창조적 열매를 맺으려는 신학적 노력으로서 ‘토착화 신학’의 맥을 계승 발전시키는 신학이다.
이에 우리는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면서 사회적 해방의 실천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했던 한국의 ‘상황신학’과 민중신학의 정신과 맥을 계승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물론 세계 평화의 초석임을 인식하여 한국의 독립과 통일을 도모하던 통일신학의 맥을 이어 발전시키며, 한국의 사상과 민중을 함께 사유하면서 한국적 얼의 사상을 발전시킨 흐름과 한국적 아름다움을 신학적으로 승화시켜 나간 예술신학의 사상적 보고들을 발굴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을 선언한다.
6. 한국신학은 전 세계적인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고 매개하며 소통하는 화해의 신학이 될 것임을 선언한다. 이로써 한국신학은 ‘한반도’라는 시공간에 한정된 이들의 신학이 아니라, 거기에서 낮은 데로 임하신 그리스도의 마음과 눈으로, 가난하고 억눌리고 차별받고 배제된 하나님의 이웃들을 아시아와 더 나아가 전 세계에서 찾아 연대하고 대화하는 신학임을 주장한다.
7. 한국신학은 여성, 소수자, 약자, 밀려난 자, 배제된 자, 차별받는 자, 잉여 등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내는 지구적 정치경제 체계의 악순환의 고리를 치열하게 인식하면서, 21세기 억눌리고 차별받는 자들과 연대함으로, 존재에서 배제된 이들에게 다시금 존재를 돌려주고, 미흡하고 불완전하나마 사회와 구조에 반영되지 않는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학이 될 것임을 선언한다.
8. 한국신학은 상상의 속도를 추월하여 발전하고 있는 과학과 기술을 신학의 대적자로만 간주하지 않고, 신학 너머의 분야들과 소통하며 통전적으로 사유하는 열린 대화의 신학을 추구할 것임을 선언한다.
9. 한국신학은 세계의 생명과 연대하고 우주생명을 모색하는 신학이며, 아울러 역사와 자연, 영과 몸의 이원론을 극복하는 새 창조의 신학임을 선언한다.
10. 따라서 한국신학은 그리스도교적 영성이 종교적 타자들인 동양의 영성, 즉 한국의 영성들과 만남으로써 삼위일체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의 삶과 문화 속에 성육신된 신학임을 선언한다.
11. 우리는 이 한국신학이 현재 사회적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한 한국교회와 사회에 새로운 (종교)개혁의 시발점이 되기를 소망하며, 하나님 나라를 이 땅위에 실현하는 교회를 돕는 신학이 될 것을 다짐한다.
2015년 10월 6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故 일아 변선환 서거 20주기 추모 준비위원회
변선환 아키브 일동
※ 이 기사는 베리타스(http://www.veritas.kr/contents/article/sub_re.html?no=18782)에 게재된 10월 9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