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황민웅씨 아내인 정애정씨와 삼성일반노조가 2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으로 죽어간 근로자들의 산재를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라고 규탄했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삼성이 백혈병 피해자들에게 합당하고 정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피해자들을 기만하고 보상금을 가지고 협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백혈병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를 약속하겠다고 말했지만,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보안을 안 지키면 보상금을 뺏겠다고 기만했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피해보상의 첫 걸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어 김 위원장은 “삼성전자 백혈병은 직업병이다. 이 문제는 삼성전자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사회적으로 알려진 문제다”라며 “삼성은 백혈병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들과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3일 동안 남편의 영정사진을 들고 노숙농성중인 정애정 삼성백혈병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대위) 간사는 삼성이 피해자들을 무시한 채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산업재해 보상이 아닌, 위로금 형태로 보상을 끝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사과는 진정으로 죽은 자와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되는 사과여야 한다. 그러나 삼성은 백혈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보상위원회를 꾸려 졸속한 보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 백혈병으로 시민사회단체에 제보된 피해자만 200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삼성의 일방적인 보상위원회에 접수된 내용만 90여 명이다. 이정도면 학살이 아닌가? 이건희의 반도 못산 노동자들이 떼죽음을 당했는데도 삼성은 직업병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씨는 “이렇게 수많은 노동자를 죽이고 반인륜적인 행태를 보이면서 반성이나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어느 언론에서도 삼성이 피해자들을 보상해준다는 내용만 대서특필하고, 피해자들이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사실은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은 피해자들이 투쟁할 문제가 아니라 삼성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 상식적인 요구로 삼성과 8년도 모자라 노숙농성까지 해가며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삼성이 유족과 피해자의 이야기를 새겨듣고, 올바르게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계속해서 투쟁할 것임을 밝혔다.
삼성 백혈병문제는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한 황유미씨(당시 23세)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며 불거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과 백혈병의 상관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8년 동안 지속된 삼성백혈병 문제는 조정위원회가 지난 7월 23일 삼성에 권고안을 내면서 해결될 조짐을 보였다.
한편, 가대위는 삼성 측이 발족한 ‘보상위원회’가 당사자 협상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고, 재발방지대책이나 산업재해 인정여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후 조정위원회의 추가조정은 정해진 기한 없이 보류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