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11월 12일, 평화를 위한 천주교 미사 (사진출처=구럼비야 사랑해 ⓒ 장현우)

제주교구 고병수 선교사목위원장 신부가 23일 강정 평화 미사 중단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고 신부는 강정 평화 미사는 계속 이어질 것이며, 장기적인 평화운동을 위해 현장에서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로 중심이 옮겨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사의 측면만 놓고 보면 분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장 미사는 계속 진행하고 평화센터는 평화센터 나름대로 또 다른 방향으로 준비하는 것이다”라며 “앞으로는 평화센터를 중심으로 평화·생명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 신부는 제주교구가 강정 평화 미사를 마지막 봉헌한다는 것은 평화운동을 중단한다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이어가는 것임을 강조했다. 2개월 후 해군기지가 완공되면 군사시설 앞에서 미사와 농성을 지속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새로운 차원의 평화운동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 끝날 때까지 미사가 계속 진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청이 있다. 그러나 제주 해군기지가 완성되면 현장 미사를 이어가기 힘들다”며 “그러나 기지가 완성됐다고 해서 평화의 운동이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평화를 향한 교회와 복음의 가르침을 이어가기 위해 평화센터로 중심을 옮긴 것이다” 

고 신부는 강정 현장에서 진행된 평화 미사와 제주교구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과 센터에서 두 가지 방향으로 함께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마지막까지 미사를 이어가고, 평화센터는 ‘평화교육’ 등을 통해 장기적인 평화운동을 계획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보이는 각도에 따라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해군기지가 완성되면 미사도 끝인가? 그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평화운동이 상황에 끌려가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평화센터를 중심으로 장기적·전략적 움직임을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신부는 평화센터 교육이 강정마을 주민들과의 함께 연대해야 하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조심스럽게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오랜 시간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진행해 오면서 주변으로부터 고립을 당했기 때문에 이들을 위로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을 위로하며 함께 평화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들은 9년 동안의 투쟁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실질적으로 평화운동 문제 중에 하나는 마을 주민들이 주변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 강정 현장 미사를 바라보았던 분들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평화운동을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평화의 인식을 확산시키고 주민들을 위로하며 평화교육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 신부는 남은 시간까지 현장 미사를 함께 봉헌하고, 향후 평화센터의 교육계획도 예수회와 지속적인 연대를 이어갈 것을 밝혔다.

그는 “향후 평화운동에서도 예수회와 함께할 것이다. 예수회 신부님들은 현장 활동과 평화 지식에 큰 역량을 가지고 있어서 협력과 도움을 받으면서 평화를 위한 활동을 함께 이어갈 것이다”고 밝혔다.

제주교구는 지난 10월 12일 ‘제주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4주년 미사’를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봉헌했다. 교구는 2011년부터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본당별로 길거리 미사를 봉헌해 왔지만, 평화센터가 개관함에 따라 이날 미사를 끝으로 본당별 길거리 미사는 더 이상 봉헌하지 않기로 했다.

제주교구와 강정마을 주민들은 지난 8월 12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평화센터 창립총회를 하고, 강정마을에 모인 생명평화의 염원을 동북아 평화 염원으로 이어간다고 밝혔다. 평화센터 초대 이사장에는 강우일 제주교구장 주교, 센터장에는 제주교구 선교사목위원장 고병수 신부, 운영위원장에는 인권연대 연구센터 소장 박문수 신부(예수회)가 각각 선임됐다. 한편, 예수회 측에서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