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몽룡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가 여기자를 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지자 6일 국정교과서 대표집필진을 자진해서 사퇴했다. 최 교수는 지난 4일 자신의 집으로 취재하러 온 여기자 두 명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부적절한 언행을 수차례 했고, 점차 파문은 퍼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최몽룡 교수는 청와대가 국정교과서 대표 집필을 부탁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공개하고, 자신은 방패막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며 “청와대까지 나서서 간신히 방패막이로 구한 대표 집필자가 이 정도였으니, 그 뒤에 숨어있는 집필자들의 의식 수준은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의견을 결정 중’이라며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최 교수의 사퇴에 대해 ‘악재를 만났다’,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그동안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을 드러냈다.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지난 3일 회동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정치권에서 불간섭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지만, 현정택 청와대 수석이 최 교수에게 국정화 기자회견에 참석해 달라고 부탁해 스스로 천명한 '불간섭' 원칙을 깨는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사편찬위원회가 4일 집필진 구성 등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당시 최 교수는 제자들의 만류로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고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현정택 청와대 수석은 최 교수에게 전화해 제자들과 술을 많이 마셔 참석이 어렵다는 최 교수에게 “술을 마셨어도 나와 줬으면 좋겠다”라고 부탁했다.
당시 현 수석은 최 교수에게 기자회견 참석을 부탁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최 교수가 ‘민중의 소리’와의 통화에서 통화 사실과 내용을 밝히자, 거짓 해명을 인정했다. 현 수석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걱정이 돼서 전화한 것일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자신이 의견을 모은 ‘불간섭 원칙’을 하루 만에 스스로 어긴 것이다.
또한 최 교수는 자신이 대표 집필진으로 자신이 소개됐지만, 근현대사 집필진이 국정교과서의 핵심이라고 언급도 했다. 최 교수는 대표 집필진으로 초빙된 경위를 묻는 말에 “말이 대표지, 진짜는 근현대사를 다루는 사람들”이라며 “그냥 나는 방패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입' 정황 등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책임을 교육부에 떠넘기기 급급하던 청와대가 실제로는 국정교과서 추진을 주도하고 있었음을 방증한 셈”이라며 “청와대가 정부가 찾고 있던 것은 집필진이 아니라 '병풍'이었나”고 비판했다.
또한 유 대변인은 “밀실 구성과 밀실 집필로 ‘균형 잡힌 교과서를 만들 테니 믿어 달라’는 억지는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