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백민주화씨 페이스북 www.facebook.com/minju.beak)
일어나소서
어르신, 백남기 어르신
바람에 잠시 누운 것이 풀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거센 파도에 숨죽여 누운 것이 섬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풀처럼 섬처럼 살아온 날들이 어르신이지 않습니까
일어나소서 미친바람도 발광파도도 곧 지나갈 터이니
일어나소서
물대포를 기억합니다
그 날 어르신의 머리로 쏟아진
끝내 어르신을 쓰러뜨린
칼 품은 물대포와 살기어린 검은 눈초리를 기억합니다
어르신은 그 사람들을 용서하라고 말씀하겠지만
용서할 용기가 저에겐 없습니다
어르신은 그 사람들을 미워하지 말라고 말씀하겠지만
미워하지 않을 용기가 저에겐 없습니다
어르신, 백남기 어르신
농업이 생명업이라 말하며
흙과 거친 손과 부지런한 발소리로 우리를 먹여 살렸습니다
하늘을 하느님으로 부르며
사람을 벗님으로 부르며
땅을 연인처럼 감싸 안던 어르신
일어나소서
하늘과 땅과 사람이 이제 어르신을 애타게 부르짖으니
제발 일어나소서
다시 일어나 내세울 것 없는 벗들과 함께
칼 품은 물대포와 살기어린 검은 눈초리를 거슬러 올라
사람이 모두인 세상
사랑이 전부인 세상
하늘을 하늘이라 부르는 세상을 만나야지요
어르신, 백남기 어르신
따님이 부릅니다
아빠! 누워만 있는 것은 반칙이라고
손자가 부릅니다
할아버지! 일어나세요라고
모두가 두 손 모아 부릅니다
어르신, 백남기 어르신 일어나소서
용사여 일어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