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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이 편지 : 화창해서 슬픈 날 이었습니다.
  • 이아름
  • 등록 2015-04-22 09:34:03
  • 수정 2015-05-11 14: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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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21일 화요일 58일차.


오늘은 날이 너무 화창 했습니다.

화창해서 슬픈 날 이었습니다.

저의 꿈은 죽기 직전 까지 행복한 사람으로 사는 것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행복하게 살다가 죽는 게 꿈이었지, 행복하기 위해 죽는 건 저의 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승현이는 눈 감기 전에, 마지막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빠와 누나와 형아의 이름을 얼마나 불렀을까.

물은 얼마나 먹었을까.

얼마나 괴롭고 누나가 보고 싶었을까.

아빠와 제가 바랄 수 있었던 건, 승현이가 살기를 바란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눈 감았기를 바라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평생동안 이렇게 승현이를 그리워하다 죽으라는 거냐고.

도대체 누구한테 말해야 하는 거냐고 묻고 싶습니다.

하느님이든 누구든 다 죽여서 승현이 옆에 데려다 놓고 싶습니다.

살려고 발버둥 치다 마지막 까지도 고통스러웠을 승현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칠 것 같습니다.

오장육부가 다 뒤틀리는 것 같습니다.

누가 저의 심장을 쥐어 짜는 것 처럼 아픕니다.

매일 매일 승현이가 제 곁에 있다고 최면을 겁니다.

하지만 승현이가 없는 세상에, 제가 살기 좋은 날은 없습니다.

비가 와도 거지 같고, 화창 해도 거지 같습니다.


승현이의 냄새.

승현이의 목소리.

승현이의 머리카락.

그리고 나를 닮은 내 동생 승현이가 미치도록 사무치게 보고 싶습니다.


7살 승현이와 14살의 누나.

저는 이렇게 행복하고 싶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아름 : 세월호 희생자 승현군의 누나이자, 이호진씨의 딸이다. 아름양은 지난 2월 23일부터 진도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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