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1일 화요일 58일차.
오늘은 날이 너무 화창 했습니다.
화창해서 슬픈 날 이었습니다.
저의 꿈은 죽기 직전 까지 행복한 사람으로 사는 것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행복하게 살다가 죽는 게 꿈이었지, 행복하기 위해 죽는 건 저의 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승현이는 눈 감기 전에, 마지막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빠와 누나와 형아의 이름을 얼마나 불렀을까.
물은 얼마나 먹었을까.
얼마나 괴롭고 누나가 보고 싶었을까.
아빠와 제가 바랄 수 있었던 건, 승현이가 살기를 바란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눈 감았기를 바라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평생동안 이렇게 승현이를 그리워하다 죽으라는 거냐고.
도대체 누구한테 말해야 하는 거냐고 묻고 싶습니다.
하느님이든 누구든 다 죽여서 승현이 옆에 데려다 놓고 싶습니다.
살려고 발버둥 치다 마지막 까지도 고통스러웠을 승현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칠 것 같습니다.
오장육부가 다 뒤틀리는 것 같습니다.
누가 저의 심장을 쥐어 짜는 것 처럼 아픕니다.
매일 매일 승현이가 제 곁에 있다고 최면을 겁니다.
하지만 승현이가 없는 세상에, 제가 살기 좋은 날은 없습니다.
비가 와도 거지 같고, 화창 해도 거지 같습니다.
승현이의 냄새.
승현이의 목소리.
승현이의 머리카락.
그리고 나를 닮은 내 동생 승현이가 미치도록 사무치게 보고 싶습니다.
7살 승현이와 14살의 누나.
저는 이렇게 행복하고 싶었습니다.
이아름 : 세월호 희생자 승현군의 누나이자, 이호진씨의 딸이다. 아름양은 지난 2월 23일부터 진도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