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3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삼종기도에서 전날(12일)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체결된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을 언급하며 전 세계를 향해 기후변화 협정에 따른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교황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을 호소하면서 협정 체결에 따른 효과적인 연대를 부탁했다.
교황은 이날 기도에서 “협정의 실천을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공동의 노력과 관대한 헌신이 필요하다”며 국제사회가 기후총회에서 협정된 내용을 실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변화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에 노출되는 가난한 이들을 돕도록 한 내용을 강조하며 “국제사회가 전례 없는 연대 정신을 발휘해 조심스럽고 철두철미하게 우리 앞에 주어진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BBC는 이번 파리 기후협상 과정에서 협정 체결이 난항에 빠지자 교황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어야 한다’는 대목이 법적인 강제성을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며, 의회 통과의 어려움을 이유로 주최 측에게 합의문 수정을 요구했다. 강제성 문제로 최종 타결이 수 시간 늦춰지자, 터키와 니카라과 등 다른 참가국들도 협정 내용이 지나치다는 이유로 합의문을 수정하려는 분위기가 퍼졌다.
이에 교황은 니카라과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기후변화 조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협정이 꼭 타결돼야 한다고 간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니카라과는 결국 협약 반대를 취소했고 교황이 직접 나서서 반대를 누그러뜨리자 다른 참가국들도 동조하는 분위기가 퍼져, 파리 기후협정이 무사히 끝났다는 것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그동안 20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무산됐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강대국들이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에 포함돼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밀접하기 때문이다. 이번 파리 기후협정의 체결로 유엔 기후변화협약 195개 당사국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를 나누는 등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취임 이후 기후문제 대응에 지속적인 관심을 드러낸 교황은 지난 9월 첫 미국 방문에서도 지구촌이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후와 관련된 언급을 했다. 이번 파리 기후총회 개막에 즈음해서도 “(기후문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말하자면 세계는 자살 직전의 경계에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파리 협정’으로 시작되는 신(新)기후체제는 2020년부터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담하는 체제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있었던 첫 국제 협약을 시작으로 1995년도 ‘교토의정서’에 이어 2015년 신기후체제가 도출된 것이다.
지난달 30일부터 2주에 걸쳐 진행된 이번 협정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과 관련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의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량은 각국이 제출한 자발적 감축목표(INDC)를 그대로 인정하되 5년마다 상향된 목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정기적인 이행 상황 및 달성 경과보고를 의무화했고, 이를 점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종합적 이행 점검’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