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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들, 자살행동 비율 높아
  • 최진 기자
  • 등록 2015-12-17 18:01:26
  • 수정 2015-12-17 19: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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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한·일 양국의 자살인식분석과 실천전략 모색’ 심포지엄이 열렸다. ⓒ 최진 기자


가톨릭신자 중 ‘자살행동’을 한 사람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앙심이 깊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서 ‘자살행동’ 중 가장 위험한 단계인 ‘자살시도’를 많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내용은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일본 카리타스가 15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공동주최한 ‘한·일 양국의 자살인식분석과 실천전략 모색’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이날 형사정책연구소 박형민 수석연구원은 심포지엄 주제발표에서 ‘가톨릭신자들의 자살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분석하며 가톨릭신자들이 자살행동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박형민 연구원은 “자살인식 부분도 중요하지만 조사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실은 자살행동 부분이다. 가톨릭교회는 자살을 금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톨릭신자 중에 자살행동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 놀랍다”며 “수도자의 39.13%, 평신도의 55.15%가 자살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전체 응답자의 약 10%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가톨릭신앙이 신자들의 자살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찾아보았다. 왜냐하면 자살행동 3단계인 자살생각과 자살계획, 자살시도 중 가장 위험한 단계인 자살시도를 한 사람 중에서 자신이 깊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라며 “자살생각과 자살계획은 일반적인 결과처럼 신앙이 깊을수록 낮은 지수를 기록한다. 그러나 자살시도에서는 모순되는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 이날 형사정책연구소 박형민 수석연구원은 ˝가톨릭교회는 자살을 금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톨릭신자 중에 자살행동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 최진 기자


‘가톨릭신자들의 자살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신앙기간이 길고 신앙정도가 깊을수록 자살에 대한 금기적인 태도를 내재하고 있으며, 신앙생활을 할수록 신앙적 금기가 자살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지만, 박 연구원은 “자살시도는 자살생각보다 더 심각한 자살행위라는 점에서 위와 같은 해석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으며, 태도와 행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정도를 조사 결과는 말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자살인식조사 보고서와 종교가 언급된 자살자 유서 자료를 분석해, ‘자살자들에게 끼치는 종교의 영향’을 3가지로 구분했다. 그는 종교가 자살자들에게 '위로'나 '죄인 의식', '죄책감 가중'의 경우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 유형인 ‘종교적 신앙이 죽음의 순간에 위로가 되는 경우’는 자살자가 자살하기 직전까지 살아왔던 삶을 종교 신앙으로 감사하는 것이며 세상에 남겨질 가족들에 대해 신께서 보살펴주기를 청하는 내용이다. 또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종교적인 언어로 호소하며 남겨진 이들에게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다.


두 번째 유형은 ‘자살이라는 행위가 종교적 신앙에 위배됨을 인식하고, 스스로 죄인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자신이 질병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어 목숨을 끊지만 종교적으로는 죄인이라며, 스스로가 죄인이기 때문에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자책을 담고 있다.


세 번째 유형은 ‘종교적 신앙이 자살자의 죄책감을 가중하는 경우’로, 신이 자신을 용서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살한다는 경우와 종교적인 내용이 자살자를 자극해 죄책감을 증폭시키고 자살의 이론적 뒷받침이 되는 경우다. 또한 종교적 가치의 위반이 자살자의 죄책감을 가중해 자살행동으로 이끄는 경우다.


박 연구원은 “첫 번째 유형은 종교적 신앙이 자살자의 두려움과 이후 발생할 문제 상황을 완화해주고 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유형에서는 종교적 교리나 신념이 자살을 앞둔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을 강화해 자살행위의 가능성을 가중하는 역할을 한다”며 “가톨릭 신앙이 자살에 대한 보호요인이 될 수 있으나, 자살위기에 처하면 신앙은 오히려 자살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박 연구원은 종교가 자살자들에게 위로나 죄인 의식, 죄책감 가중의 경우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 최진 기자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가톨릭 신앙이 지닌 자살에 대한 금기가 자살을 생각하는 단계에서는 보호의 기능을 하지만, 실제로 자살을 행동할 경우에는 오히려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가톨릭의 행동적 측면으로 자살예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조사결는 지금까지의 (자살예방교육에) 가톨릭교회가 인지적인 측면에 기여했다면, 이제는 행동적인 측면의 기여로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할 필요성을 말해준다”며 “가톨릭신앙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자살예방에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나, 자살을 실제로 고민하고 실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역할이 크지 않다는 점은 향후 가톨릭교회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과는 용문상담심리대학원 육성필 교수와 연구팀이 지난 1월 5일부터 2월 12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조사 설계를 마치고 가톨릭신자와 성직자, 수도자 1,200명을 대상으로 ‘가톨릭교회를 중심으로 한 자살태도 및 도움 행동실태’를 조사해 나온 것이다.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김성훈 신부, 일본 카리타스 사회인지분과 사무관 고 미야나가 교수, 평신도와 수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 최진 기자


이날 심포지엄에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김성훈 신부, 일본 카리타스 사회인지분과 사무관 고 미야나가(Ko Miyanaga)교수 등이 참석했으며 평신도와 수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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