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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로 살아가는 삶
  • 전순란
  • 등록 2015-12-22 14: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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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맑다가 흐려짐


김혜남이라는 신경정신과 의사가 있다. 고려의대를 나와서 정신분석 전문의로 학회학술상도 받고 전문의로 교수로 유명작가로 한참을 날렸다. 그러다 마흔세 살에 파킨슨씨병 진단을 받는다. 그니로서는 너무 억울했다. “엄마로 며느리로 아내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 무슨 천벌일까?”


절망 속에 한 달간 침대에만 누워 있던 그니에게 깨우침이 왔다. 그렇게 한탄하며 누워있다고 세상은 그니를 봐주지도 않고 그니에게 이롭게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 마음을 다잡았고 “꿈꾸기를 멈추지 말라!”는 각오로 그 병마와 15년을 싸우면서 강의와 육아 그리고 다섯 권의 책을 써냈다.



“때로는 한 평생을 사는 것보다 5분을 더 빠르게 달리는 일이 소중할 때가 있다.” “가고 싶을 때 가지 않으면 가려고 할 때 갈 수 없다.” “너의 꿈을 따르지 않는다면 넌 식물이나 다름없단다.” 그니의 책에 인용된 이야기 속에 나온 주옥같은 명구들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사는 동안은 늘 가슴 설렌다. 꿈은 이뤄진다는 말이 헛소리가 아니다. 꿈을 꾸는 한 뇌의 회로가 온통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해서 문제해결에 집중한단다. 설혹 실패를 한다 해도 뇌가 좌절과 수치심을 극복하게 집중한단다.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라는 삶을 산다는 게 전순란의 신조이지만, 그렇게 살면 삶이 재미있을 수밖에!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라는 김혜남씨의 책에 나온 가르침을 한 수 배우고 싶어서 오늘 오후 공소식구들과 ‘성탄 전 만남’을 마련했다. 공소회장인 토마스 부부, 스.선생부부, 모처럼 내려와 있는 김교수 부부, 이기자 그리고 우리 부부 등 아홉이 모였다. 귀촌을 했으면서도 바삐 사느라 서로들 얼굴보기가 쉽지 않다.




포도주와 레몬주, 짜이와 커피, 미루가 사왔던 케이크, 내가 구운 실비아 또르따, 모처럼 구입한 빠네또네를 나누면서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중간에 우편을 배달하러온 집배원도 불러들였다. 사도요한이라는 세례명을 가진 신자인데, 이 일대에서 가장 많은 우편물이오는 집이어서 그는 날마다 휴천재에 올라와야 한다.


주일마다 ‘큰미사’에서 복사를 서는데 본당신부님이 자기들한테는 그토록 잘해주는데도 왜 사람들이 신부님을 그렇게나 싫어하는지 모르겠단다. 또 신부님이 교우들을 왜 그렇게 박하게 대하는지도 이해가 안 간단다. 우리 중 한 명이 “그분은 아마도 우리 평생에 아주 특별한 기억을 남길 분, 우리가 세례 받은 신부님 다음으로 오랜 기억을 남길 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나이가 60에서도 후반으로 넘어가는 때여서 노인문제와 병원의 인위적 생명연장, 안락사와 자연사 문제가 저절로 화제를 이끌었다. 체칠리아의 친척은 치매에 든 아내를 20년간 돌보다 부인이 죽자 곡기를 끊고서 세상을 떠나더란다. 스스로 곡기를 끊기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치매 걸린 아내를 20년간 보살폈으면 이미 득도의 경지에 갔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우이동 이웃에 살던 채희문 시인('가을레슨'이라는 시로 유명한 분이다)과 부인 이부혜여사(‘유진이 엄마’)가 50년 해로한 금혼식 기념으로 펴낸 시화집 "伴行 50년"이 오늘 도착하였다.   “턱없이 부족한 우리 두 못난이가 그동안 지지고 볶고 갈팡질팡 허둥지둥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50편의 시와 50편의 그림으로 엮었다”는 서문이 써있지만 그 연세에 여전히 그림같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모처럼 유진이엄마께 전화를 드리고 한참이나 주변이야기를 나누었다.



국수녀님이 지난 12일에 가진 담양 수녀원 축성식 사진을 보내왔다. 창립자 치마띠 신부님의 카리스마를 살리기 위해서 정말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려 카리타스회와 갈라서고 수년 만에 저런 건물을 지어 입주하는 국수녀님의 수완과 지도력에 찬사를 보낸다. “인간들이 저지르는 실수에서 하느님은 다시 시작하신다.”는 ‘내비게이션 영성’을 따라가면서 열댓 명의 수녀님들이 ‘하느님께 떼쓰는’ 신심으로 전능하신 분에게서 모든 것을 받아내는 비결을 간직한 분들 같다.





[필진정보]
전순란 : 한국신학대학 1969년도에 입학하였고, 전) 가톨릭 우리밀 살리기 운동 공동대표, 현) 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이사 / 두레방 상임이사이다. Gustavo Gutierrez의 해방신학을 번역했으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성염(보스코, 아호: 휴천)교수의 부인이다. 현재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고 살며 그곳을 휴천재라 부른다. 소소한 일상과 휴천재의 소식을 사진, 글과 함께 블로그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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