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4일 이탈리아 리에티에 있는 그레치오 성소를 깜짝 방문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성탄 구유를 올려놓았던 장소를 경배하고, 그곳에 있던 청년모임 참가자들과 프란치스코 수도원 수사들을 격려했다. 또한, 예수의 탄생에 대한 묵상을 설명하며 신앙인들이 겸손을 통해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예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당부했다.
그레치오 성소는 1223년 프란치스코 성인이 문맹자가 많았던 중세에 그리스도의 탄생을 설명하기 위해 아기 예수상과 마구간, 구유 등을 배치해 역사상 처음으로 성탄 구유를 설치한 곳이다. 이후 교회 안에서 성탄절 구유경배와 예절이 널리 퍼지게 됐다.
교황은 그레치오 성소에서 성탄절을 맞아 구유 경배를 하며 기도하고 싶었다며 방문 취지를 밝혔다. 이어 “복음에서 예수님의 탄생에 대해 말할 때 두 가지가 마음에 와 닿는다”며 참석자들에게 성탄절 의미를 함께 묵상할 것을 권유했다.
교황은 예수의 탄생을 묵상하면서 동방박사들을 예수에게 인도한 별이 마음에 와 닿는 첫 번째 표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복음에서 나타나는 별은 인간이 다른 것들을 뒤로하고 별의 인도에 따라 떠나도록 하는 특별한 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면서도 인간을 떠나게 하는 그 별이 우리를 예수님께로 인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우리를 삶에서 노력하게 하고, 여행을 시작하거나 좋은 일을 하도록 이끌며, 무엇을 결심하게 하는 특별한 별이 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그 별을 볼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표징은 구유에 태어난 아기를 목동들에게 알려주는 천사들이다. 천사들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작음’을 말해준다”며 “어린 아기의 겸손함이 또 다른 표징이다. 우리는 삶을 겸손하게 하고 교만을 멀리하여 악취를 풍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예수의 탄생을 통해 하느님이 인간과 함께하기 위해 자신을 낮추고, 모든 것을 버리셨음을 주목했다. 또한 “성탄의 의미 자체가 겸손”이라며 “하느님께서 교만, 자만심, 자족감의 반대편에 서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혜로운 동방박사들은 헤로데 왕궁의 화려함에 현혹되지 않고 별의 인도를 따랐듯이, 신앙인들도 하느님의 선물인 별과 천사, 지혜로운 식별과 겸손으로 인도되길 바란다고 교황은 기도했다.
교황은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고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버림받아 작고 가난한 이들 속에 계시는 예수님께로 인도해주는 특별한 별이 여러분에게도 있기를 바란다”며 “겸손이 부족하지 않은 신앙인이 되길 호소한다”고 연설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