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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저항하는 지성 신영복 선생을 애도하며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6-01-18 09:55:38
  • 수정 2016-01-18 1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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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성공회대 제공)


넬슨 만델라를 닮은 신영복 선생이 15일 향년 75세로 별세했다. 1968년 박정희 정권은 이른바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선생에게 반국가단체 혐의를 씌워 구속하였다. 선생은 20년 20일을 감옥에서 고통의 세월을 보낸 뒤 88년 광복절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89년 성공회대에서 강의를 시작하였고 98년 사면되어 성공회대 교수로 정식 임명되었다. 


선생의 빈소가 차려진 성공회대에는 많은 일반 시민들이 줄지어 조문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 서거 이후 처음 보는 행렬인 것 같다. 선생에 대한 추모는 온오프라인에서 이어지고 있다. 


선생은 감옥에서 많은 고전을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독사와 사색을 통한 결실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등의 여러 명작을 낳았다. 선생의 소박하고 단아한 성품은 널리 알려졌다. 선생의 독특한 글씨체는 유명했다. 선생은 글과 강의와 만남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었다. 


선생이 남긴 말씀 중에 일부라도 기억해 보자.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낮은 곳인데,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바다가 가장 낮은 곳이다. 바다는 모든 물을 받아 주듯이 이렇게 하방연대를 해야 한다.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 주변이나 변방에 있는 사람들이 연대를 하는 것이 하방연대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이 곧 하방연대 아닌가. 성직자의 삶이 곧 하방연대 아닌가. 예수는 하방연대의 시조다. 우리는 그렇게 살려고 애쓰는가. 


“진정한 공부는 어디서든지 자기 변화에 노력해야 한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로 이어지는 자기 변화가 진정한 공부이다. 공부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로 다른 사람과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개인의 인격완성이 아니라 사회와의 관계를 만들어 내, 한 알의 밀알이 나무가 되고 숲이 된 것처럼 숲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이 공부이다. 공부는 갇혀있는 생각을 깨뜨리는 것이다. 갇혀 있는 문맥을 깨뜨리는 것이다.” 


인문학으로 설명하는 그리스도교 강의 같다. ‘머리에서 가슴으로’라는 말은 김수환 추기경을 떠오르게 한다. ‘발로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말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의 스승이었던 해방신학자 프라이 베토를 생각나게 한다. 베토 신부는 이렇게 말했었다. "생각은 발에서 나온다" 현장에서 생각이 생기고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겠다. 


훌륭한 인물은 계속 나와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가신 후 김대중, 노무현 닮은 지도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김수환 추기경 떠나신 뒤 김수환 추기경 닮은 추기경은 한국에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로메로 대주교 떠나신 후 엘살바도르에 로메로 대주교 닮은 대주교는 아직 없다. 


신영복 선생 떠나신 이후 선생을 닮은 인물은 나올 것인가. 진정한 추모는 훌륭한 인물이 계속 배출되도록 애쓰는 것 아닐까. 신영복 선생을 애도하는 한편 선생 닮은 인물이 계속 나오도록 우리 애쓰고 서로 격려하는 일 아닐까. 


성서에서 권위를 뜻하는 라틴어 동사 augere는 남을 키우다라는 뜻이다. 남을 키우자. 사람을  좀 키워보자. 우리 사회에서 인물 좀 키우자고 말하고 싶다. 


어두운 시대 귀한 스승이 떠나니 우리 마음 슬프다. 백성들은 안다. 가난한 사람들은 안다. 누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시대의 스승 신영복선생의 명복을 빈다. 하느님께서 그 삶의 노고를 아시고 위로하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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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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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mh52502016-01-18 11:56:47

    삼가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드립니다.  할말이 없고 가슴이 먹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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