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독일에서 사회복지(Soziale Arbeit)를 공부하고 있고, 2014년 3월부터 8월까지 독일 바이바르라는 곳에 있는 까리따스(Caritas)에서 운영하는 상담소에서 실습을 했습니다. 이 상담소의 업무는 일반상담, 이민자상담, 휴양상담이었는데, 특히 많은 사람들이 휴양 상담을 하기위해 찾아왔습니다.
독일 시민들은 의무적으로 공보험에 가입해야하는데 한국과는 달리 다양한 여러 가지 공보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공보험회사들은 고객을 유치하기위해 다양한 혜택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혜택들은 같습니다.
휴양(Kur)은 독일 공보험법(SGB V: Gesetzliche Krankenversicherung)에 따라 공보험사에서 고객에게 제공해야하는 기본 의무에 해당됩니다. 공보험에 가입되어있는 독일시민들 그리고 시민권을 받지는 않았지만, 독일에서 일하면서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는 거주자들도 휴양(Kur)의 권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휴양은 노인이나 중병에 걸린 사람이 떠나는 것으로 인식 되어있는데, 독일 휴양의 목적은 나이에 상관없이 큰 병에 걸리기 전에 미리 휴양을 통해 예방을 하자는 것입니다. 보험법에 따라 기본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휴가 기간과 상관없이 최소 21일의 휴양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휴양의 종류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데 대표적으로 어머니 휴양(Mutter-Kur), 어머니와 아이들 휴양(Mutter-Kind-Kur), 아버지와 아이들 휴양(Vater-Kind-Kur)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휴양을 떠나기 위해서는 먼저 까리따스 혹은 다른 휴양신청 대행기관에 와서 신청서를 작성해야합니다.
제가 일했던 까리따스 상담소의 예를 들어 말하자면, 먼저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휴양을 떠나기를 원하는 고객과 상담약속을 잡습니다. 그 다음 고객이 방문하면 어떤 이유로 인해 휴양이 필요한지 선호하는 휴양지가 있는지 등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다음고객은 까리타스에 자신의 신체정신건강에 대한 설문지, 그리고 의사의 진료소견서를 정해진 기한 안에 제출해야합니다.
까리타스는 고객의 서류가 도착하면 이를 다시 보험사에 보내는데, 보험사에서는 신청자가 휴양을 반드시 떠나야하는지 서류를 검토한 후에 고객에게 통보를 합니다. 대기기간은 보험사에 따라 상이하며 만약 보험사에서 휴양신청을 거절할 경우 그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거나 장애 아이를 키우는 신청자의 경우 휴양 대기자순위에서 우선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휴양은 법적으로 4년에 한 번 떠날 수 있도록 하지만 장애를 가진 아이가 휴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이 될 경우 그보다 더 자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까리타스는 보험사의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고객의 건강문제와 선호도를 고려하여 휴양 장소를 결정합니다. 독일 전국에 다양한 휴양소가 있으며, 휴양소에는 의사, 간호사, 영양사, 심리상담사, 운동전문가, 아이들을 위한 교육전문담당자도 상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실습할 때 휴양을 신청하러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를 혼자 키우는 어머니들이었는데, 이들을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휴양소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해줄 수 있는 인력이 상주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휴양비용은 개인당 하루에 10유로(약 12000원)을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하는데, 형편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사회복지기관들의 후원을 통해서 추가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자란 저에게 이와 같은 독일의 휴양제도는 매우 낯설고 생소했습니다. 독일의 사례를 본받아서 한국에도 당장 휴양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독일과 한국의 사회복지제도를 비교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 휴양제도는 개인이 마음대로 쓸 수가 있는 휴가가 아니며, 심신이 지친 사람이 병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고자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쉬어야 되겠다고 판단했을 때 국가가 이러한 제도를 만들어서 큰 병이 생기기 전에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보호해줄 수 있는 나라와 건강에 대한 부담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인 나라를 비교해볼 때 어느 나라의 국민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진정으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회복이 필요할 때 여유를 가지고 쉴 수 있는 분위기가 한국 사회에 정착될 수 있다면, 분명히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