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조현철 신부(예수회)와 성원기 강원대 교수, 우복실 초록교육연대 사무국장 등 12명이 24일 전남 영광 핵발전소 앞에서 제9차 ‘탈핵희망 전국 도보순례’를 선언하고 28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이들은 영광 한빛원전 앞을 시작으로 광주와 익산, 대전과 용인을 거쳐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517km의 거리를 약 한 달에 걸쳐 이동하게 된다.
성원기 교수는 “2011년 이후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을 외면하여 햇빛발전소의 확산 노력이 크게 위축됐다”며 “핵발전을 통하여 얻는 전기는 고작 27% 안팎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연에너지를 통해 확보할 수 있지만, 정부와 한전, 정치권은 그런 노력에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전 세계는 기후변화와 핵발전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과 청정에너지 확보를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우리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여 핵발전을 확대하는 정책은 잘못된 것이다”라며 “앞으로 다가오는 4.13총선과 대선에서는 ‘탈핵 정책’을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들을 선출하여 탈핵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6월 6일부터 시작된 탈핵희망 도보순례를 통해 그동안 8차에 거쳐 총 161일, 2,718km를 걸었다.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과 노후 핵발전소의 단계적 폐쇄를 요구했다. 또한, 국민에게 탈핵 운동 동참을 호소해, 핵발전소 확대를 강행하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을 형성했다.
9차 탈핵희망 도보 순례단은 오전 8시 30분에 출발하여 오후 4시를 전후로 마친다. 총 28구간, 517km에 이르는 이번 도보 순례는 탈핵을 희망하는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순례 참가자들은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알리고, 후손들에게 온전한 자연을 물려주고자 하는 희망을 담아 기도하며 걷게 된다.
원전지역 주민 전원, 몸에서 방사능 물질 검출
한편, 환경운동연합과 경주 월성원전 인접 지역 이주대책위원회는 21일 경북 경주 월성원전 주민 몸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100% 검출됐다고 밝혔다. 특히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에 의뢰해 시행된 이번 조사는 5세부터 19세까지의 아동·청소년 9명을 포함해 월성원전 주민 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삼중수소는 원전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방사성물질로 금속과 콘크리트 구조물을 통과하기 때문에 일단 발생하면 외부로의 유출을 막기가 어렵다. 삼중수소는 베타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해 인체에 들어올 경우 세포 손상이 집중적으로 일어나 암과 백혈병 등의 질병이 발생한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월성원전 재가동 이후 엄청난 양의 삼중수소가 매일 월성원전 주변의 바다와 공기 중으로 퍼져 주민들의 몸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성원전 1호기가 수명만료로 가동 중단된 후 2015년 2월 조사에서는 주민들의 몸에서 리터당 평균 7.47베크렐이 검출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리터당 평균 17.3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원자력계는 기준치에 못 미치는 양이라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지만, 저선량 방사선이 수년, 수십 년간 계속 몸속에서 영향을 미칠 경우 아무리 기준치 이하라도 그에 관련한 악영향이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