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의정부교구 이기헌 주교(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와 의정부교구 사제단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2016 설맞이 이산가족 위령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민족 명절인 설을 앞두고도 고향을 찾지 못하는 실향민과 이산가족, 북한이탈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미사 주례를 한 이기헌 주교와 교구 사제단은 분단국가의 현실 속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남과 북이 하루 빨리 통일이 되기를 기도했다.
이기헌 주교는 강론에서 “많은 새터민들이 설이나 추석 등 명절 때가 되면 방 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고향생각을 하며 지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며 “설이라는 것은 굉장히 가족적인 의미지만, 이산가족들은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 고향에 돌아갈 수 없고 가족을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슬픔 속에서 명절을 보낸다”고 말했다.
또한 이기헌 주교는 교회가 새터민들과 난민, 이주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해야 하며, 설맞이 위령미사가 이들의 외로움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의미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한 올해 이산가족들을 위해서 함께 위령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며 신앙인들이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수많은 이산가족들, 새터민들, 외국에서 온 근로자들을 기억하면서 그분들에게도, 그분들의 돌아가신 부모님들께도 하느님께서 영원한 안식을 주시길 기도한다”며 “앞으로의 삶에서 그분들에게 좋고 따뜻한 이웃이 되겠다는 결심을 해야겠다. 그것이 이 미사를 봉헌하면서 우리가 해야 될 일이고, 자비의 해를 특별히 잘 지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기헌 주교는 특별히 의정부교구 지역에 많은 새터민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살고 있다며, 교회가 이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자비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 난민, 이주민, 새터민들 그리고 우리주변의 많은 독거노인들 등 여러 가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자비의 해를 보내는 우리의 삶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 중에 북한이탈주민은 북에서 배운 아코디언을 연주해 실향민과 이산가족들의 그리움을 달랬다. 북한가요 ‘다시 만납시다’가 연주되자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으며, 가곡 ‘고향의 봄’이 연주되자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숙연한 분위기가 됐다. 참석자들은 파견성가로 ‘우리의 소원’을 부르며 하루 빨리 통일이 되기를 염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