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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3대 종단, 파견법 개정안 반대
  • 최진
  • 등록 2016-02-19 10:32:13
  • 수정 2016-02-19 11: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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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2시 천주교서울교구청에서 `종교가 바라본 파견법`이라는 주제로 3개 종단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정수용 신부, 법상 스님, 최형묵 목사가 참석했다. ⓒ 최진


천주교·개신교·불교가 모여 정부가 추진하는 파견법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는 18일 오후 2시 서울대교구청에서 ‘종교가 바라본 파견법’을 주제로 3개 종단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파견법 개정안이 노동자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그에 따른 각 종교의 교리적 입장을 살펴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김혜진 전국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발제를 통해 파견법 개정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토론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정수용 신부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법상 스님, NCCK 비정규직대책한국교회연대 최형묵 목사가 참석했다. 


노동자·사회에 대한 파견법 개정안 영향


김 활동가는 법이 몇 차례 대기업의 불법 파견을 제재하자, 정부가 이를 아예 합법화하려는 것이 이번 파견법 개정안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견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간접고용 형태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간접고용은 기업이 노동자를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의 노동권과 삶이 망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에 따르면 정부는 파견법을 도입하면서 허용 업종의 범위를 최소화하겠다며, 26개 업종에서 2년간만 파견을 허용하는 등의 규제를 내놨다. 그러나 정부는 처음 약속과 달리 매년 파견법을 수정해 허용 범위를 늘리고 규제를 완화했고, 불법·편법 파견 고용이 늘어나면서 노동자의 안전문제가 대두됐다. 노동자들은 안전한 노동권을 보장하라며 항의 소송을 시작했고 몇 차례 승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와 기업은 직종의 위험성 때문에 파견법에서 제외했던 제조업을 파견 허용 업종으로 전환해, 불법 파견을 합법화 하려는 것이 이번 파견법 개정안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 이날 발제를 맡은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파견법개정안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 최진


그는 “제조업이 파견 허용업종으로 전환되면 기업은 노동자에게 이익만 얻을 뿐, 법적인 책임에서는 완전히 벗어난다. 그래서 간접고용이 정상적인 고용인 것처럼 만들려는 것이다”라며 “정부는 대기업 파견을 막겠다고 했지만, 대기업 파견은 2중, 3중의 파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현대중공업은 1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죽었지만, 원청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재해 달성’으로 산재보험 혜택까지 받았다”고 지적했다. 


파견법이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기업은 파견업체에 7%~20%의 비용을 수수료로 주더라도 직접 고용보다 돈이 적게 들어간다. 그만큼 임금이 낮다. 또한, 노동자는 6개월마다 이 공장, 저 공장을 떠돌아다니게 되는데, 이러면 노동 권리를 말하기 힘들다.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없고, 원청은 문제가 생기면 파견업체와 계약을 해지한다”고 말했다. 


사회에 미칠 영향으로는 “기업은 간접고용을 통해 낮은 지출을 원하기 때문에 숙련 노동자들을 쓸 수 없다. 코레일의 파견업체인 코레일 테크는 ‘1급 기술자들을 고용할 돈이 안 되니 3급 노동자를 쓸 수 있게 허가해 달라’며 코레일 측에 요청했다. 1,000명 이상이 시속 300km 이상을 달리는 기차의 안전을 3급 노동자에게 맡기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권을 박탈당한 노동자는 더 이상 사회의식이나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을 수 없다. 파견법이 노동자의 삶과 희망을 없애는 것이라면 정부는 파견법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는 돈을 너무 중요하게 여긴 나머지 사람을 비용으로 간주한다. 기업의 이윤보다 사람의 삶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발전해야 한다”며 발제를 마쳤다. 


종교가 바라본 파견법


법상 스님은 토론회 자료를 통해 불교에서 바라보는 파견법 개정안을 설명했다. 법상 스님은 대승불교에서 으뜸으로 여기는 가르침이 ‘화합’이기 때문에 화합을 어긋나게 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평등한 중재를 하지 못하고 어느 한쪽으로 편중됐다면 그것은 화합에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어 “불교의 가르침에서 자비로움은 철저한 보살도를 바탕으로 약자의 아픈 입장을 헤아리는 것”이라며, 국가는 모든 사람이 충족하는 해법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법상 스님은 모든 사람이 충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최진


정수용 신부는 가톨릭 사회교리를 통해 우리 사회가 공동선 실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정 신부는 먼저 “노동은 상품이 되고 사람은 생산의 소모품이 되어 필요할 때 사용하고 필요 없으면 버리게 되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번 파견법 개정안의 핵심”이라며 파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정수용 신부는 가톨릭 사회교리를 통해 사회가 공동선 실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 최진


이어 가톨릭 사회교리의 제1원칙인 인간 존엄성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인간을 도구로 쓰려는 어떤 수단도 가톨릭은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무엇이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는 일인지, 어떤 제도가 공동선을 실현하는지, 앞으로 일어날 변화가 재화의 보편적 목적을 실현하고 가난한 이들을 먼저 선택하는지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파견법 개정안을 비롯해 타인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형묵 목사는 성경에서 나타난 정의와 노동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노동권 확립을 위한 사회적 연대의 필요성을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강제 노동자들을 해방하신 분이 하느님”이라며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정의를 사회에 구현할 사명을 지닌다. 성경은 모든 생명을 살리는 노동의 의미를 강조하며, 스스로 하는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지속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고 말했다. 


▲ 최형묵 목사는 노동권 확립을 위한 사회적 연대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정의를 사회에 구현할 사명을 지닌다고 말했다. ⓒ 최진


최 목사는 “우리 사회의 고용상황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극한에 치닫고 있으며, 그 가운데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종교인의 입장에서 볼 때, 사람이 스스로 흘리는 땀의 결실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적인 가치를 외면하고서는 그 어떤 숭고한 구원의 정신을 말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종교 간 연대가 절실하고, 나아가 건강한 시민사회의 여러 세력의 연대가 절실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종교계는 향후 파견법 개정안 반대와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지속적인 연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한웅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다음 달 6일 전자산업 직업병의 심각성을 드러낸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故) 황유미’ 씨의 추모제에 종교계가 동참하는 사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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