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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이 편지 : 꿈 같았던 어제가 지나가고, 또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냈습니다.
  • 이아름
  • 등록 2015-05-01 07:59:32
  • 수정 2015-05-11 14: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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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30일 목요일 67일차.


대전 유성구 진잠동에서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꿈 같았던 어제가 지나가고, 또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냈습니다.

승현이의 예쁜 얼굴을 보며 절을 하진 못했지만

반가운 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충청도에 들어오니 시원하게 욕도 먹고 아주 기분이 상쾌합니다.

지난 여름에도 충청도를 지날 때, 욕을 좀 먹었던 것 같습니다.

속상하진 않습니다.

다만 아빠와 함께 38일을 걷고, 67일 째 삼보일배을 하고 있어도 우리가 왜 이러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아쉬울 뿐 입니다.


알고 욕을 하든, 모르고 욕을 하든 참 불쌍한 사람들 입니다.

새끼를 잃고, 막내둥이 동생을 잃은 부녀가 바닥을 기어가고 있는데 욕을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얼마나 불쌍한 인생을 살아 갈까요.


욕을 먹어도 속상하지 않은 이유는 저는 할말이 없는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의 행복, 저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사람 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만 행복하면 다 됐다고 생각하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저는 다른 사람들의 아픔은 보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행복해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기가 싫었다면 지금은 제가 너무 아파서 볼 수가 없습니다.

결국 저는 평생 동안 속죄하며 살아가야 할 겁니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습니다.

욕을 먹어도 좋고, 아빠와 저의 마음을 몰라줘도 좋습니다.

저는 적어도 승현이를 만났을 때, 변명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도 충청도에 살고 있는 이 땅의 엄마, 아빠 들을 만났습니다.

이 분들이 있기에 아빠와 저는 내일도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이아름 : 세월호 희생자 승현군의 누나이자, 이호진씨의 딸이다. 아름양은 지난 2월 23일부터 진도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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