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교회 달력으로 노동자 성요셉 기념일이기도 하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흥식주교는 “내 아버지께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요한 5,17)”라는 제목의 노동절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노동의 신성한 가치, 암울한 우리의 현실, 연대성과 공동선을 향하여, 가톨릭 기업인들에게 도전 그리고 희망이라는 5개 소제목의 담화문에서 유흥식주교는 노동절을 맞이하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유주교의 담화문은 1장 노동의 신성한 가치에서 먼저 교회의 교리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암울한 우리의 현실이란 소제목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교리를 먼저 설명하고 그 뒤에 교리를 현실에 적용하는 이른바 트리엔트공의회 방식을 따르고 있다.
유주교의 설명 순서는 보기, 판단, 행동이라는 남미제5차 주교회의 최종문헌 아파레시다에서 사용한 방법과 그 순서가 정반대다. 2005년 제5차 남미주교회의에서 최종 문헌을 쓰는 방식에 대해 보수파 주교들은 교리를 먼저 설명하고 그 뒤에 교리를 현실에 적용하는 트리엔트공의회 방식을 고집하였다.
그러나 베르골리오추기경(현재 교황 프란치스코)를 중심으로 한 개혁파는 보기, 판단. 행동이라는 순서를 주장하였다. 최종 투표에서 개혁파가 승리하였다. 그 결과 탄생한 문헌이 아파레시다문헌이다. 이 순서는 프란치스코교황이 펴낸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도 그대로 지켜졌다.
유주교는 교황의 설명 방식을 따르고 있지 않다. 유주교는 1장에서 교리를 설명하더니 다시 3장에서 교리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2장에 현실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설명하는 순서가 일관성이 부족하고 뒤죽박죽이다. 유흥식주교는 보수파 주교다운 설명 방식을 택하고 있다.
유주교 담화문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유주교는 중요한 주제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 교회가 소유하고 있는 사업체에서 일어나는 노동 문제를 유주교는 전혀 말하고 있지 않다. 인천교구 소유의 두 병원에서 최근 드러난 문제에 대해 유주교는 아무 말이 없다.
한국천주교회가 학교와 병원 등 여러 사업체를 소유하고 경영하면서 노동자보다 경영자 편을 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교회가 성서 정신보다 자본주의 정신을 더 선호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런 처신에 대해 교회는 먼저 반성해야 한다. 특히 주교들이 반성해야 한다. 교회는 자본가를 닮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정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