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6일 일요일, 맑음
내가 가톨릭으로 입교한 게 빵고가 신품 받은 햇수와 같으니 5년이 됐다. 결혼하고서 아이들이 가톨릭신자로 자라게 돕는 뜻에서, 또 미사의 전반부 ‘말씀의 전례’는 개신교의 예배에 상응하므로 40여년간 주일마다 성당 미사를 다녔으면서도, 정작 가톨릭으로 입교해서 고해성사를 보는 일은 힘들다.
개신교에서 목회자들이 신자들의 목을 죄는 말 하나가 ‘십일조’다. “하느님의 것을 떼어 먹으면 죄받는다!”, “내는 만큼 복 주신다.”는 투로 주머니를 털어내는데, 그런 목회자에게 죄를 사해주는 권한까지 주었다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났을까? 아마 모르긴 해도 중세의 ‘면죄부(免罪符)’는 저리가라 할 만큼 사죄권(赦罪權)을 흔들어 주머니를 터는 행위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보속'마다 '특별헌금'을 부과하면서?
여하튼 개신교 집안에서 자랐고, 신학대학을 나왔으니, 지금도 고해성사에 대한 내 마음은 무겁다. “여보 짓는 죄가 매일 비슷한데 고해성사를 보고 또 같은 죄를 지으면 하느님께 가중처벌 받는 것 아닐까?” 정통 가톨릭 신자 보스코 왈. “그래도 죄짓고 고백하고 용서받고, 또 죄짓고 고백하고 용서받고 하다보면 같은 죄 짓기를 조금씩 멈추지 않을까?”라고 답변한다. 맞는 말이다. 영혼사정에도 염치가 있다면, 하느님이 계신다면, 그분의 은총이 우리의 범죄를 차츰 멈추게 해주신다면 가능도 할 것 같다.
보스코가 판공성사를 본다고 미사 30분전에 집을 나갔고 뒤이어 나도 가서 고백실 앞에 줄을 섰다. 어린이 미사 시간이라 어린이와 어른들이 섞여 줄을 서 있었는데 고백사제 골방의 불이 꺼지는데도 사람들이 양쪽으로 계속 들어간다. 그러자 사제의 골방문이 열리며 “불 꺼진 거 안보여?”라는 큰소리가 나온다. “헐!” 문밖에는 애들만이 아니고 어른도 많았는데 반말은? 학교에선 뭘 배웠나. 70대 꼰대나 낼만한 소리를 40대 젊은 신부가 내다니! 성사 보러 갔다가 ‘성사꺼리’만 하나 보태진 셈이다.
마음이 좀 상했는데 미사에 온 아이들과 사과처럼 귀여운 복사 아이들을 보자 웃음이 절로 나면서 마음이 풀린다. 하느님의 재주는 오묘하시다. 미사 끌에 하는 ‘율동찬미.’ 그걸 따라하는 꼬마들 아이들은 스물 댓 명쯤 되는데 오늘 미사에서 12명의 주일학교 교사가 임명장 받았다.
내 처녀 시절, ‘교회학교’ 선생님 하던 때가 생각난다. 종로 초동교회에서 6년 가까이 주일마다 아이들과 지내던 그 시절, 나는 어떤 미래를 꿈꾸었고 아이들에게는 장차 무엇이 되기를 꿈꾸게 했을까? 그 시절 그 어린이들이 지금은 50대 중반을 넘었을 텐데 무슨 꿈으로 살아갈까?
집에 와서 보스코가 이메일을 체크하다가 나더러 한 꼭지를 보란다. 한 소파에 오른쪽 왼쪽 둘씩 여자가 앉아있다. 14명이다. 먼저 오른쪽 여자들에게 자기네 아이에 대해 물어 본다. 일곱 명 젊은 엄마들이 자기 애들은 예의 바르기를, 노래 잘하기를, 깔끔하고 축구도 잘하고 건강하고 훌륭하고 매너 있는 남자가 되기를, 공부 잘 해서 좋은 대학에 가기를 원하는 기대치를 풀어놓는다.
이번에는 왼쪽의 여자들이 자기들이 키우는 아이들 얘기를 했다. “딸이 아침에 눈뜨고 미소 짓는 게 아름다워요,” “아들이 항상 행복해 하는 게 내 자랑이고 기쁨이예요.” “우리 딸도 걷거나 말을 할 수 있었으면, 딱 한번만 ‘엄마!’하고 불러줬으면....” “모든 애가 웃잖아요? 애가 웃는 걸 봤으면 좋겠어요, 한번만이라도.” “내 말을 알아듣는지, 내가 엄마라는 걸 아는지....”
장애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사정을 듣던 정상아 엄마들의 눈엔 눈물이 흘렀다. 자기 아이가 정상인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아이에게 정말 무엇이 소중한지,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 언제나 행복하고 매순간을 감사하고 소중히 보내리라고 다짐하는 표정들이었다.
오후에는 테블릿 피시를 사러 강변역에 갔다. 네이버 메모를 이용해서 내 일기 쓰고 다듬고 올리고 하는 시간을 절약하는 방도를 찾는 중이다. 내가 원하던 것을 구매하긴 했는데 손에 익히려니 시작도 하기 전에 골치부터 아프다. 천상 미루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겠다.
보스코에게 뻐기면서 “당신 넷북은 윈도우 시스템인데 내가 오늘 산 탭S2는 안드로이드방식이더라구요.” “안드로이드 방식이 뭐야?” “그거 있잖아? 안드로군단을 물리친다! 날이라 쾌산! 싸워라 쾌산! 이겨라 쾌~산!” “아아 그거!” 우리 부부의 IT 수준이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