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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럼비 발파 4주기, “오늘은 제주도 치욕의 날”
  • 최진
  • 등록 2016-03-09 18:58:20
  • 수정 2016-03-09 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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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구럼비 발파 4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출처=페이스북 강정 사람들)


구럼비 발파 4주년을 맞아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와 강정마을 주민들은 7일 오후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는 사업이라고 지적하며, 해군기지가 준공됐어도 구럼비 바위를 되찾을 때까지 강정마을을 생명·평화의 마을로 지켜가겠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오늘은 제주도 치욕의 날이다. 4년 전 해군은 제주도민들의 목소리를 짓밟고 화약을 해상으로 운송하면서까지 구럼비 바위를 발파했다”라며 “불분명한 명분으로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강행한 책임은 국방부와 국가에 있지만, 공사지연에 따른 배상금 273억 원의 구상권은 주민들에게 청구한다”고 지적했다.


▲ `기억하세요. 2012년 3월 7일 구럼비 발파시작. 잊지 말아요. 강정의 눈물`이라는 문구가 쓰여진 바위 (페북출처=강정 사람들)

 

또한 “국방부의 강행으로 구럼비 바위는 화약 속으로 사라졌지만, 강정 고유의 자연유산을 되찾을 때까지 평화운동을 통해 기지 건설의 부당성을 지속해서 알릴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이태호 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 김성환 신부(예수회)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조경철 회장은 “구럼비는 4.3 사건의 환란 속에서 제주민들의 생명을 지켜준 은신처이고, 바다를 통해 세대를 이어주는 교감의 통로였다”며 “아무리 안보를 위한다지만 한 번도 출몰하지 않은 해적을 이유로 구럼비를 발파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태호 위원장은 “구럼비를 폭파할 당시 많은 전문가가 해군기지를 통해 한반도 군사기지화를 우려했다. 결국, 한·미·일의 군사 동맹은 가시화되고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됐다”라며 “해군기지는 전쟁을 불러온다. 이미 한반도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쟁연습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럼비 바위는 길이 1.2㎞에 너비가 150m에 달하는 거대한 용암너럭바위다.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구럼비를 부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강정천 다리를 봉쇄하고 필사적으로 화약 차량을 막았다. 그러나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은 현장에서 체포돼 법정에 넘겨졌다. 국방부는 2012년 3월 7일 결국 구럼비를 부쉈고, 4년에 걸친 공사 끝에 제주해군기지는 지난달 26일 준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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