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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자비의 경제를 원하는가?” 「교황의 경제학」
  • 최진
  • 등록 2016-03-24 16:31:46
  • 수정 2016-03-25 11: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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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화려해지고 빌딩은 높아졌다. 10년 전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사이에 달라진 세상의 위용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경제는 이토록 발전하고 있고, 인간의 문명은 더욱 빛나 보인다. 이를테면 인간은 잘살고 있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더욱 바빠졌다. 경제는 인간의 희생을 발판삼아 크게 도약했지만, 경쟁의 잔혹함은 인간에게 상처를 남겼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속에서 돈은 모든 가치의 우위를 점했고, 인간은 돈을 위한 수단이 됐다. 이를테면 인간은 잘 못살고 있다. 


세계화와 디지털화, 금융화가 상호 작용하는 신경제는 지난 30년 동안 부와 혁신을 창조했다. 그러나 상위 1%의 부유층은 세계 부의 절반을 소유했고, 99%는 남은 절반을 차지하기 위해 처절한 경쟁을 해야 했다.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경제력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이익은 최우선적인 목표가 됐고, 사회의 모든 시선은 경제성장을 향한다. 


이토록 ‘경제 우선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한 종교 지도자가 ‘인간 우선론’을 주장했다. 자비·평등·나눔과 같은 단어로 신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신경제에 동승하려는 자신의 종단을 꾸짖으며, 신경제를 거부하고 사람을 향하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신경제가 패배자로 분류하던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의 손을 잡았다. 그가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인간을 향하는 희망 메시지


“나이든 노숙자가 길에서 얼어 죽은 것은 기사화되지 않으면서, 주가 지수가 조금만 내려가도 기사화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복음의 기쁨 53항, 본문 130쪽)


교황은 경제학자가 아니다. 그러나 신경제의 문제점을 뚜렷하게 밝혀내고 풀이한다. 교황의 가르침은 교회를 넘어 인류 전체를 향하고 있으며, 풍요로움과 행복이 다른 것임을 자각하게 했다. 공산주의자라는 오명을 얻어도 주저하지 않는다. 교황에게 있어서 사람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신경제에 대해 쓴 소리를 하는 이유도 오직 사람 때문이다.


교황의 말이 힘을 얻는 이유는 파격적으로 개혁을 실천하는 행동 때문이다.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친구를 자처했고, 그들과 함께했다.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 사랑과 위로를 전했고, 부유한 이들이 자비를 베풀도록 격려했다. 갑작스럽고 다양하게 찾아오는 금융 위기, 극심한 불평등과 그에 따른 폭력,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파괴의 현실에서 불안과 좌절을 맛봐야 했던 인류에게 교황의 메시지는 희망 그 자체다. 


교황의 권유는 ‘가난’을 강요하는 포퓰리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경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종교를 초월해 신뢰를 얻는다. 나눔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는 교황의 해법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와 인권, 환경 등 인류가 처한 대부분 문제를 공통으로 관통한다. 


교황의 경제학」의 저자 에두아르 테트로는 교황의 이러한 해법을 주목한다. 프랑스의 칼럼니스트이자 기업 상담사로, 유럽 최고의 경영대학원으로 평가받는 프랑스 파리의 공립 경영대학원(HEC)에서 금융 위기관리를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2000년의 인터넷 분야 거품 경제 붕괴를 예견했으며, 2010년 미국 경제와 금융 붕괴 속에서도 다시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를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에두아르 테트로는 교황이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해 외치는 여러 해법에 접근하면서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을 언급한다. 오늘날의 신경제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며, 교황이 해법으로 제시한 공유와 자비의 힘이 신경제가 쌓아놓은 돈의 장벽을 허물 유일한 도구, 즉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당신은 자비와 나눔을 실천하고 싶은가?



저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부정해야 신경제의 흐름을 네 가지로 정리한다. 배척의 경제·돈의 우상숭배·지배하는 금융 제도·폭력을 낳는 불평등이 그것이다. 


“오늘날 세상의 가장 큰 위험은 온갖 극심한 소비주의와 더불어 개인주의적 불행입니다. 이는 안이하고 탐욕스러운 마음과 피상적인 쾌락에 대한 집착과 고립된 정신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내적 생활이 자기 자신의 이해와 관심에만 갇혀있을 때, 더 이상 다른 이들을 위한 자리가 없어 가난한 이들이 들어오지 못합니다” (복음의 기쁨 2항, 본문 128쪽)


저자는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는 부의 추구, 금송아지를 우상시했던 물신주의를 계승하는 돈의 우상화, 인간의 존재에 봉사하는 것을 망각한 지배 도구로서의 금융제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의 문제를 교황의 권고를 인용해 지적한다. 또한, 교황의 이러한 가르침은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 등을 핵심으로 하는 가톨릭 사회교리를 계승한 것이라고 밝힌다. 


전체적으로 「교황의 경제학」은 교황이 되풀이하며 외치는 ‘자비의 경제’에 대해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는 금융 규제와 나눔 정책, 복지 확대 등의 내용을 구체화해 공유경제 활성화, 기부 문화 확산, 고용 안정의 정책보장과 임금의 격차 감소 등을 제안한다. 


또한, 윤리적 가치를 통한 금융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교황이 제시한 가르침이 종교적인 가르침을 넘어, 인류의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나아가 세상의 행복과 발전이 돈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신경제의 착취가 인간의 존엄성을 고민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적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교황이 호소하는 자비의 경제에 대해 얼마나 공감할까? 정말 자비와 나눔을 실천하고 싶은가? 교황의 경제학은 교황의 가르침을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분석함과 동시에 이 책을 읽는 독자 스스로가 지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자문해보도록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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