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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가난한 이 없으면 모래 위의 집”
  • 최진
  • 등록 2016-03-31 14:29:34
  • 수정 2016-03-31 14: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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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생가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30일 ‘병인 순교 150주년 기념 사목교서’를 발표하고 복음 선포의 진정한 의미는 빈자와 약자에 대한 자비임을 강조했다. 


사목교서는 교구장 주교가 교구 신자들에게 보내는 공식 서한이다. 주교회의는 병인박해 순교로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낸 순교자들의 삶을 따르기 위해서는 교회가 가난한 이들에 관한 관심과 자비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언제나 복음의 아름다움을 적절히 드러낼 수는 없다 하더라도, 결코 없어서는 안 될 하나의 표지가 있습니다. 곧 가장 작은이들을 위한 선택, 사회가 저버린 이들을 위한 선택입니다.”(「복음의 기쁨」, 195항)


주교회의는 순교 정신의 열매를 맺기 위한 실천으로 ‘사랑의 증거’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애덕 실천’, ‘자비로운 공동체 형성’을 제안하며 “한국 교회 안에 순교의 신앙이 흐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예수가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냈고, 신앙의 선조들도 순교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밀알이 됐듯이, 오늘날 교회도 인류구원을 위해 자비를 실천하는 밀알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오늘날 각 교구가 사회복지 시설 등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가난한 이웃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순교자들이 박해 속에서도 고아와 과부, 그리고 가난한 이들을 돌봤던 애덕 실천의 전통을 물려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예수님은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고, ‘하느님 나라는 그들의 것이다’라고 선언하셨다”며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선의와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가 없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셈이다”고 말했다. 


“자비는 교회활동의 토대입니다. 교회의 모든 사목 활동은 온유함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온유함을 신자들에게 보여 주어야 합니다.”(「자비의 얼굴」, 10항) 


주교회의는 2016년이 병인박해 150주년과 더불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자비의 특별 희년임을 기억하며, “올 한 해 동안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들의 삶을 비춰, 용서와 화해의 길로 이끄시도록 의탁하자”고 말했다. 


또한, 북한 천주교회에 대해 “70년간 지속되어 온 침묵의 북녘 교회가 신앙의 자유를 되찾아, 갈라진 형제들이 서로 용서하고 일치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갈구한다”고 덧붙였다.


병인박해는 1866년부터 약 10년간 조선에서 행해진 천주교 탄압이다. 조선 말기 정권을 장악한 흥선대원군이 국가체제 강화를 위한 방편으로 개혁을 실행하면서 병인박해가 일어났으며, 박해가 시작된 지 5년 만에 8천여 명에 이르는 천주교 신자들이 희생됐다. 


1984년 한국을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병인박해 순교자 24위를 포함한 103위의 복자를 성인품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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