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전국 교구별 추모 미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1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는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70여 명의 사제가 공동으로 집전했으며, 평신도와 수도자 등 800여 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참사의 기억을 되새겼다.
이날 추모미사는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루카 24,35-48)는 성경 구절을 주제로 봉헌됐다. 사제단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살아있는 증인인 것처럼, 이 시대의 십자가인 세월호 참사의 살아있는 증인이 돼 진실이 밝혀지는 날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한만삼 신부(수원교구)는 성경에 기록된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무책임과 망각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카인이 아벨을 죽인 후 하느님에게 둘러댔던 핑계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무고한 죽음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님께서 ‘네 자녀 세월호 아이들은 어디 있느냐’고 물으시자, 그들은 한 목소리로 ‘모릅니다. 제가 세월호 아이들을 지키는 사람입니까’라고 외쳤다.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 들어보아라. 네 자녀의 살려달라는 숨소리가 진도 앞바다에서 아직도 나에게 들리고 있다’”
한 신부는 우리 사회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고 은폐와 뻔뻔함으로 일관한 카인의 사회였으며, 무죄한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은 우리들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그리스도처럼 우리 사회의 죄를 대신해 바다에 묻힌 또 다른 십자가 죽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2000년 전 불의한 인간들에게 잡혀 십자가에 못 박힌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증인이듯이, 2주기를 맞이한 세월호 학살의 살아있는 증인이다”라며 “추모 미사를 통해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이 단지 슬픔을 달래고 위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신앙인들이 싸워야 할 적이 누구이고, 무엇인지를 식별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득권을 쥔 카인의 후예들이 떳떳하지 못한 자신들의 만행을 감추는 역사책을 만들고, 진실이 두려워 거짓말과 은폐의 언론을 통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렸지만, 신앙인들은 무책임과 망각으로 뭉친 그들에게 회개를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희생자 유예은 양의 아버지 유경근 씨는 “2년 동안 가족들과 신자분들, 그리고 온 국민이 이렇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이유는 참사의 진실이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그 진실이 드러나고 밝혀질 때까지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 증인이 돼 달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길 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행동으로 표현될 때 더욱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으며, 진실을 갈망하는 마음이 더욱 많이 모일수록 그것이 드러나는 날이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727일이 되지만, 진실이 드러나고 밝혀질 그 날까지 727일 만큼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그것으로 매일 희망을 만들어가며 살아내고 있다”라며 “그 길에 여러분들의 뜨거운 기도와 참여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는 기독교세월호원탁회의 소속 목회자와 신자 300여 명이 모여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304인을 추모하는 기독인 기도회’를 열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한마음으로 모이지 못한 개신교의 잘못을 회개한다며, 교단을 초월한 추모와 위로의 기도를 통해 역사적 십자가인 세월호의 기억을 공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도회에서 설교를 맡은 박철 목사는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에서 자녀와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내려놓으라’고 쉽게 말하는 것은 큰 잘못이며, 그리스도인은 아픈 자들의 신음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눈물을 흘리고 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