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16일,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최진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2년 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4월 16일,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추모 미사에서 단원고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신자들에게 하루빨리 세월호가 인양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해 많은 신자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날 미사는 ‘잃은 양을 찾을 때까지 뒤쫓아 가지 않느냐’(루카 15,4)란 성경 구절을 주제로 김희중 대주교와 옥현진 주교(광주대교구 보좌주교), 교구 사제단 70여 명이 공동으로 집전했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에서 온 수도자와 평신도 등 3,000여 명이 진도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에서 온 수도자와 평신도 등 3,000여 명이 진도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최진

진도 앞바다는 참사가 발생했던 2년 전처럼 비바람이 몰아쳤다. 팽목항에서 봉헌될 예정이었던 이날 미사도 오후에 폭우가 예상되면서 진도체육관으로 옮겨 진행됐다.

추모 미사를 주례한 김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미수습자 가족을 포함한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또한,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진상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돈과 권력의 우상 앞에 우리가 얼마나 나약했고 무사안일했는가. 참사가 일어날 때만 해도 우리는 이기심을 걷어내고 새롭게 변화된 사회를 만들어나가자고 이구동성으로 다짐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우리가 야만성을 버리고 참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세월호 참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미사의 주제성구인 루카 복음의 내용을 설명하며, 신앙인들이 99마리 양보다 잃어버린 1마리 양을 찾아 나선 목자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진실과 정의가 실종됐는데, 화려한 99개의 좋은 것이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아홉분의 미수습자도 찾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도 인양해야 한다. 이 매듭을 풀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와 희망, 정의와 평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성체 예식 후 이금희 씨는 세월호 인양을 위해 기도해달라며 신자들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지났지만, 이 씨의 슬픔은 그대로였고,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이 씨는 지금까지도 은화 양이 생존자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은화 양의 시신을 찾지 못해 유가족조차 될 수 없을까 봐 두렵다고 말해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했다.

▲ 이금희 씨는 세월호 인양을 위해 기도해달라며 신자들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최진

“이 시간은 은화가 살아있을 시간이다.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그 배 안에서 엄마를 얼마나 찾았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씻고 밥 먹고 숨 쉬고 살아있는 것이 우리 은화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 날을 732일째 살고 있다”

이 씨는 미수습자를 수습하는 것이 인양을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정부가 이를 마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세월호가 인양돼야 참사의 원인을 알 수 있고, 왜 유가족들이 자식과 가족을 잃었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줄 것을 호소하며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신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체육관을 가득채운 신자들은 미수습자 은화양의 어머니 발언을 들으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최진

이날 팽목항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팽목항 방파제에 있는 ‘희망의 빨간등대’와 ‘하늘나라 우체통’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다. 강풍과 폭우가 몰아치는 날씨였지만, 공식추모식은 지난해 4,000여 명보다 참여인원이 늘어 2만여 명이 참석했다.

▲ 16일, 진도 팽목항 ⓒ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