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일은 성소주일이다. 우리들 모두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지만 교회공동체는 오래전부터 ‘하느님의 부르심’인 성소(聖召)를 증진하기 위하여 이 기간을 성소주일로 정하고 사제, 수도자, 선교사의 성소증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이를 위해서 각 교구별로 우리를 불러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착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초등부, 중고등부 아이들을 대상으로 신학교를 방문하는 등 다채로운 체험활동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4월 중순의 날씨가 아이들에게 그리 따뜻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일교차도 크고 비라도 내리면 기온은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흐리고 바람 부는 날씨를 고려하지 않고 성소를 키우기 위한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신학교 운동장에서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초등부 저학년 아이들까지 운동장 한편에서 점심을 먹이는 것은 어린이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처사다. 성인들조차도 바람 부는 운동장에서 식사하려면 여간 고역이 아니다.
교회의 미래와 희망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다. 성소주일을 맞이해서 진행하는 야외행사에 날씨가 문제라면 강당이나 여러 실내 시설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어떨까. 또한, 행사자체를 날씨가 따뜻해지는 5월에 하면 어떨까.
바람이 쌩쌩 부는 운동장 한편에서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엄마, 아빠들의 마음은 어떠할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식사기도하면서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이 어떻게 들 수 있을까 고민된다. 신학교 식당에서 식사하며 이를 지켜보는 신학생들 역시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동생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운동장에서 식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성소주일은 극기체험 하는 주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