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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지요하]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여정은 계속 된다
  • 지요하
  • 등록 2016-04-21 12:23:11
  • 수정 2016-04-21 13: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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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은 씻을 수 없는 상흔으로 존재하는 날이다. 그 상흔은 현재진행형이며, 먼 미래에도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잊지 않으려는 마음들, 기억의 의미를 되새기며 뜨겁게 ‘진실 규명’을 추구하는 마음들이 계속적으로 ‘연대의 꽃’을 피워내고 있다. 


4월 16일을 중심으로 전후의 수많은 날들이 세월호와 함께 흐른다. 사시사철 수많은 날들을 나는 세월호와 함께 유영하듯 생활한다. 노란 리본을 내 의식 한가운데에 깃대처럼 꽂고 검푸른 바다를 항해하듯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 깃대는 어느 모로는 오늘의 내 삶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기억해야 할 의무와 권리


▲ 침묵 행진 / 추모 미사 후 대전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침묵 행진을 진행했다. 사제들이 모형 배를 메고 앞장을 섰다. ⓒ 최진


지난 한 주간도 세월호와 함께 힘차게 항해를 했다. 11일은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15일은 대전 대흥동 성당으로, 18일은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달려가 세월호에 승선했다. 25일에도 광화문 앞으로 달려갈 것이다. 


2년 전 그날 이후로 수없이 세월호에 승선하곤 했지만, 늘 새롭게 ‘슬픔도 힘이 되는’ 현상을 경험하곤 한다. 나는 어언 70고개를 바라보는 나이이고 몸은 병약하지만, 지치지도 않고 의기소침도 겪지 않는다. 


올곧게 유지하는 슬픔과 분노로 세월호에 승선하고, 반복적인 승선 가운데서도 슬픔과 분노는 새롭게 재충전되곤 한다. 내가 지속적으로 세월호에 승선하는 일, 슬픔과 분노를 스스로 재생산하는 일은 양심과 오관을 지니고 사는 사람으로서의 분분과 도리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신앙심의 발로이기도 하다. 나는 천주교 신자로 하느님을 믿으며 사는 사람이다. 하느님을 믿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내 궁벽한 생활조건 속에서도 최대한 제대로 ‘따르기’ 위해 나름 애를 쓰는 사람이다. 


내가 성당에 가거나 광화문광장에 가서 미사를 지내는 것은 반복적으로 하느님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2천 년 전의 예수 그리스도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하느님을 기억하려는 마음, 2천 년 전에 하느님의 얼굴을 보여주셨던 예수님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을 스스로 확인하고 드러내기 위해서 나는 미사에 참례한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갖가지 고귀한 품성들을 베풀며 ‘기억력’이라는 것을 주셨다. 인간들로 하여금 하느님 당신을 잘 기억하도록 배려하셨다. 그리고 예수님은 자신을 길이 기억하도록 직접 부탁하고 명령도 하셨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끊임없이 기도와 미사를 반복하며 하느님을 기억하고 되새긴다. 


▲ 성염 교수와 함께 / 11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봉헌된 정의구현사제단의 세월호 2주기 추모미사에 전 바티칸 주재 대사 성염 교수와 함께 참례했다. 성염 교수와 나는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 전재우


광화문광장에 가면 밤하늘에서 내리시는 하느님의 영을 직접 체감하는 듯한 기분도 얻곤 한다. 11일 저녁의 미사에서는 수원교구 한만삼 사제의 강론을 통해 ‘기억’의 의미를 새롭게 접할 수 있었고, 18일 저녁의 미사에서는 대구교구 황동환 수도사제의 강론을 통해 2천년 동안 이어져 오는 미사성제의 반복성의 의미를 들을 수 있었다. 


또 15일의 대전 대흥동주교좌성당의 미사에서는 대전교구 총대리 김종수 주교의 강론을 통해 세월호와 관련하는 그리스도 신자로서의 본분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미사를 통해 내 삶 속에서 다시 부활하시는 예수님을 체감할 수 있었다. 장구한 기억 속에서 내가 예수님과 함께 죽고 다시 부활하는 그 반복이 내 삶의 원천임을, 나를 살게 하는 동력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행동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한 노력


예수님을 기억하기 위한 내 신앙행위가 진실한 것이기 위해서는 세월호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를 잊고 살거나, 잊으라고 하면서 예수님을 믿는 것은 결코 온전한 믿음이 아니라고 나는 단언한다. 


▲ 사제 입장 / 11일 저녁 7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2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사제들이 입장하고 있다. ⓒ 전재우


예수님은 기억하는 것처럼 나는 세월호를 기억한다. 세월호를 잊지 않기로 마음만 먹어서는 안 된다. 그 마음을 드러내야 한다. 드러내야만 ‘진짜’가 된다. 진짜가 되려면 행동해야 한다. 예수님은 말씀만 하신 게 하니라 직접 행동하셨다. 모든 말씀을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음을, 그리고 잊지 않겠다는 뜻을 가장 확실하고 손쉽게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노란 리본 착용이다. 


나는 광화문광장에서 손쉽게 입수한 노란 리본과 배지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곤 했다. 지난 총선 기간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무실에 가지고 가서 여러 사람에게 전달했고, 앞가슴에 노란 리본을 착용해서 더욱 예뻐 보이는 미모의 사무원 아가씨에게 감사와 격려의 악수를 하기도 했다. 


내 사시사철 모든 옷들에는 배지나 리본이 부착되어 있다. 그냥 입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옷에 배지나 리본을 달아놓기만 해서는 안 된다. 자주 움직여야 한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내 가슴의 세월호를 보도록 해야 한다. 기억은 널리 공유되어야 하고, 많이 공유할수록 기억은 확대되고 생명력이 지속된다. 


광화문광장에 가려면 버스도 타야하고 지하철도 타야 한다. 시청역에서 내리면 10여 분은 걸어야 한다. 시내버스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시청역 지하도에서도, 또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도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내 가슴을 보도록 가슴을 활짝 펴고 걷는다. 


내가 매주 월요일이면 광화문광장에 간다는 사실을 이리저리 광고도 한다. 친목회나 상조회 모임이 월요일에 닿으면, 모임에 결석하는 사유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지난 15일(금) 대전 대흥동성당에 갈 때는 우리 태안성당 성가대의 ‘카톡’ 방을 이용하여 제대로 광고를 했다. 그 ‘광고문’을 여기에 소개해 본다.    


▲ 광화문광장 미사 / 11일 오후 7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 최진

 

“태안성당 <세실리아성가단> 단장님, 부단장님, 총무님, 지휘자님, 반주자님, 그리고 모든 단원 여러분께.


일 년 중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4월이 한창입니다. 갖가지 수많은 봄꽃들이 여기저기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화들짝 피어났던 목련들은 어느새 꽃잎들을 떨구고 새초롬한 모습으로 세상 덧없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늘 금요일,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성가대 연습에 참여해야 하는 날인데, 저희 부부는 오늘 연습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저녁 7시 30분 대전 대흥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되는 세월호 2주기 추모미사에 참례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엊그제 11일 저녁 광화문광장 세월호 추모미사에도 참례했고, 또 오는 18일 저녁에도 광화문광장에 갈 예정입니다만, 우리 대전교구에서도 세월호 2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쁜 마음으로 대전에 가기로 했습니다. 오늘 저녁 서울교구도 명동성당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하는데, 저희 부부는 대전교구 신자이기에 대전으로 가기로 한 것이지요.  


물론 먼 길 운전과 야간 운전이 고생스럽기도 합니다. 때로는 슬그머니 모른 척하고도 싶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들, 꽃다운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그리고 유족들의 피맺힌 아픔을 생각하면 도저히 추모미사를 모른 척할 수가 없습니다. 그 가엾은 영혼들과 유족들을 위해 하느님께 뜨겁게 기도하며 진실 규명을 청원하는 것도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 신자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오늘 저녁 성가대 연습에 참석지 못하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단원 여러분의 따뜻한 이해를 구합니다. 그리고 비록 추모미사에는 참례하지 못하더라도, 내일 16일이 세월호 참사 2주기임을 기억하면서 잠시라도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위해, 또 진실 규명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그리스도 신자로서 하느님께 기도하며 사는 사람임을 다행으로 여긴다. 광화문광장에 가서 찬바람을 맞으며 미사를 지낼 때마다 감사와 행복을 느끼곤 한다. 나는 세월호를 기억하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기억한다. 세월호에 관한 기도는 곧 우리나라를 위한 기도임을 절감하곤 한다. 


우리나라를 위한 간절한 기도들이 응집되고 하늘에 상달되어서 제20대 총선, ‘선거혁명’이 우리나라에 축복처럼 내려졌다고 확신한다. 그리스도 신자로서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생각이요 확신이라고 자부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위해,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해 더더욱 뜨겁게 지속적으로 기도하며 살아갈 것임을 다짐한다. 


세월호 참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와 함께 진실규명의 바다를 항해하기 위한 작은 돛대이기도 한 이 글을 마치며, 지난 15일 저녁 대흥동성당 미사에서 발표된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 성명서를 여기에 소개한다. 


▲ 대전교구 대흥동성당 추모미사 / 15일 오후 7시 30분 대전교구 대흥동 주교좌 성당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 최진



 “돌을 치워라!”(요한 11,39)


1. 거짓과 기만의 돌을 치워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여전히 2014년의 그 차가운 바다 한 가운데에 머물러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는지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간단한 교통사고조차도 그 원인파악과 진상규명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수백 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그저 감추고 왜곡하고 속이기에 급급합니다. 과연 진실을 감추려는 그들은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요?


진실은 밝혀져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에게 요구합니다.


정부는 하루빨리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유해를 조속히 수습해야 합니다. 또한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일어나게 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참사 책임자들에게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2. 불의와 탐욕의 돌을 치워라!


세월호 사건은 단순한 자연재해나 우연한 사고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불의와 탐욕이 빚어낸 초대형 참사입니다. 인간보다는 돈을 더 우선시하고 관계보다는 체제를 더 우선시하며 협력보다는 권력을 더 우선시 하는 어리석은 선택의 결과입니다. 


이제 우리는 회개해야 합니다. 인간을 도구화하고 돈과 권력을 우상화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는 믿습니다. 인간 삶의 풍요는 더 많은 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가난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사랑에서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믿습니다. 인간 삶의 존엄은 더 많은 권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높이는 섬김에서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믿음을 세상을 향해 선포하고 실천해 나감으로써 참된 삶이 무엇인지를 증거할 것입니다. 


3. 망각과 무관심의 돌을 치워라!


세월호 참사는 2년 전에 일어난 과거의 사건이 아닙니다.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슬픔이요 아픔입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됩니다. 기억하지 않는 참사는 재현됩니다.

외면해 버린 슬픔은 가시지 않고 무시해버린 상처는 아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라보고 기억해야 합니다. 잠들지 않고 깨어있어야 합니다.

진정한 치유와 회복은 망각과 무관심이 아니라 기억과 관심을 통해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무관심의 세계화가 만연한 세상입니다.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외롭게 죽어갑니다.


이제라도 우리는 강도 만난 사람에게 다가간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그 모범을 본받아야 합니다.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이 세상은 조금씩 치유되고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


4. 죽음과 절망의 돌을 치워라!


세월호는 이 시대의 십자가입니다. 무고한 생명이 불의와 탐욕에 희생된 이 시대의 십자가입니다. 그러나 그 십자가는 죽음의 상징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 십자가는 절망의 상징이어서는 안 됩니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죽음을 넘어선 새로운 삶, 절망을 넘어선 새로운 희망을 이루어 내라고 촉구합니다. 


세월호는 이 시대의 강도만난 사람입니다. 고통 속에서 외롭게 죽어갔던 그들은 우리에게 서로를 살리는 연민과 사랑을 호소합니다. 이 땅의 고통 받는 이들, 죽어가는 이들을 불쌍히 여겨달라고 사랑해달라고 살려달라고 호소합니다. 


이 호소에 응답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살리시는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의 죄로 포기되지 않고 우리 죄로 인한 죽음으로써 끝나지 않고 다시 살아나서 여전히 우리를 그 사랑으로 살리시는 것처럼 우리도 고통 받는 이들을 끝까지 사랑하며 부활을 이루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세월호는 죽음과 절망이 만연한 이 세상에서 체념하고 지쳐있는 이들에게 참된 생명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부활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이 지향과 결심과 호소가 자비로우신 주님의 은총과 섭리 안에서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멘!


2016년 4월 15일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 침묵 행진 / 대전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신자들은 노란 풍선을 들고 대전역 광장까지 침묵 속에 행진했다. ⓒ 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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