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희생자들에 대해 학교 측이 지난 1월 제적으로 처리한 것이 드러났다. 미수습자와 함께 ‘명예 졸업’을 주장해왔던 유가족들은 안내절차 없이 진행된 제적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크게 반발했다.
‘제적’은 학적에서 대상 학생을 삭제하는 조치로, 장기 결석이나 사망진단서가 첨부된 사망 등의 경우에 학교장의 권한으로 조치할 수 있다. 학교 측은 사망 학생 246명 전원을 제적 처리하고, 미수습자 학생 4명은 유급으로 처리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한 세월호 유가족이 지난 9일 ‘4·16 안전교육 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식’이 열리기 전 단원고에서 아이의 생활기록부를 떼는 도중 발견됐다. 유가족들이 입수한 제적 처리 공문에 따르면 학교 측은 지난 1월 21일 ‘세월호 참사 희생(실종) 학생 학적처리 협조 요청’을 경기도교육청으로 보냈다.
공문 내용은 신입생 입학과 재학생 진급 등으로 학생의 학적을 현 상태로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2016학년도 개학 이전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의 학적을 처리하고자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또한, 학교 측은 세월호 참사의 특수한 상황으로 제적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관련 법령 등을 검토해 학적 처리 지침을 달라고 경기도교육청에 요청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1월 25일 회신을 통해 “학적처리(학년 과정의 수료 또는 졸업 인정)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다”며 “학생이 사망하였을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공적인 서류를 받아 내부결재를 통하여 제적처리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유가족들은 학교 측이 제적처리로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뗄 수 없게 하는 것은 아이들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것이 아니냐며 항의했다. 학교 측이 지난 1월부터 교육청과 제적과 관련한 논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에게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고, 특히 일부 학생들은 사망 신고가 돼 있지 않아 제적 조건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적 처리를 강행한 점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 유가족의 주장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단원고 본관 앞에서 희생 학생 전원 제적 처리에 항의하며 밤샘농성에 들어갔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법적 대응을 통해 아이들의 제적 조치를 무효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제적을 결정한 추교영 전 단원고 교장에 대해서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문제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제적 처리는 성급한 결정이었다며 유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또한, 학생 제적처리를 다시 되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가족들은 이번 제적 조치로 인해 ‘4·16 안전교육 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식’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교 측이 가족들에 조차 알리지 않고 학생들을 제적 처리하는 상황에서 기억교실을 외부로 이전한다는 협약식 이행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경기도와 416가족협의회 등은 세월호 참사 추모공간으로 활용하던 단원고 2학년 희생 학생들의 10개 교실(기억교실) 존치 여부를 두고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왔지만,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기억교실을 보존하고 2018년 안전교육시설이 준공되면 이전하기로 합의해 9일 협약식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