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는 16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 ‘신종 쿠데타, 신 유신독재 타파를 위한 제26차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시국미사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참석해 가족을 잃은 슬픔을 나누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지지와 관심을 호소했다.
이날 미사에서 박종인 신부(예수회)는 시국미사가 봉헌된 5월 16일에 대한 의미를 짚으며 강론을 시작했다. 박 신부는 55년 전 군인들이 주동해 국가권력을 장악한 5.16 군사 쿠데타를 언급하며, 국가 질서를 무너뜨린 쿠데타의 영향이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미사 복음에 나온 악령을 쫓아낸 예수의 기적 사건을 언급하며, 신앙인들은 자신들이 대적할 악령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온적이고 중립을 운운하는 태도는 악령을 물리칠 수 없다고 말했다.
“율리안나(박근혜 대통령의 천주교 세례명) 자매도 이런 악령에 사로잡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호소를 전혀 못 듣고 있다. 귀머거리 영이다. 자매님의 화법이 너무 독특해서 누구도 감히 해석할 수 없다. 거의 벙어리 영이다. 헛된 약속을 남발하는 ‘거짓말하는 영’에게도 사로잡혀 있고, 국가 조직을 자기 것 인양 이용하는 공권력 남용의 악령, 국정원의 악령도 있다”
박 신부는 예수가 이러한 악령을 몰아내는 방법으로 믿음과 기도, 단호함을 제시했다며,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 짊어질 줄 아는 성숙한 이들이 굳건한 믿음으로 함께 기도할 때 사회의 악령을 물리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안방의 세월호 사건”
이날 시국미사 광장의 소리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강찬호 대표와 피해자 가족 안성호 씨가 나왔다.
강 대표는 “세월호의 아픔을 덜어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무겁게 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사건의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썼던 분들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습기를 틀었던 사람들이다. 집안에서 돌봄을 받아야 하는 영·유아 아이들, 산모, 노약자, 환자들을 위해 살균제를 사용했다. 그 결과 참혹하게도 돌배기 아이들, 뱃속의 태아들, 사랑하는 아내 등 많은 가족이 아프고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결과·수습 상황을 설명하며 이번 사건이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과 생명을 무시한 기업의 이윤 추구로 많은 가족이 목숨을 잃은 점, 정부가 사고 수습을 방기하고 현재까지도 책임을 거부하는 점 등을 들며 이같이 밝혔다.
강 씨는 “2011년 8월 31일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을 인정한) 발표 당시 정부는 발표만 하고 수습을 안 했다. 가해 제품은 있는데 가해 기업이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며 “만약 지금처럼 대한민국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정치권과 대통령이 지금처럼 움직였다면 우리 사회는 그때 이미 대책이 세웠을 것이고,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됐을 것이다. 그래서 이 사건은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세월호 사건처럼 특별법이 제정돼,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두 사건이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다뤄져 해결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내 줄 것을 호소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아이와 아내가 사망한 피해자 안성호 씨는 자신의 피해 사례를 들어 참석자들에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심각성을 전했다. 그는 가족을 떠나보내고도 5년 동안 정부로부터 외면당해, 가해 기업을 상대로 비참하고 암담한 투쟁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안 씨는 “당시 임신 7개월이던 배 속의 아이를 먼저 보내고, 집사람은 아이가 걱정됐는지 3일 만에 그렇게 같이 갔다. 그리고 남은 한 아이마저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 손상을 판정을 받았다”며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이렇게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사실을 밝히고도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가족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도 국민에게 그것을 쓰도록 권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집 안에서 피할 방법도, 자각도 못 하고 죽어갔다는 것이다.
이어 “소중한 가족을 죽이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게 만들어 놓고도 정부는 법이 없었다며 잘못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왜, 국가의 세금을 써서 너희들을 구제해 줘야 하냐’는 망발을 했고, 교통사고라고 했다”며 “결국 피해자들을 거리로 나서게 하고 대한민국 국민임을 포기하게 하였다. 이건 국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안 씨는 참석자들에게 피해자와 가족을 위해 기도를 부탁하며,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을 받은 피해자는 530명이며, 이 중 146명이 사망자다. 또한 약 1,500여명이 피해 접수대기 상태이며, 이 중 239명이 사망자다. 또한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