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23일 바티칸 사도궁전에서 이슬람 수니파 최고지도자 아흐메드 알타예브(Ahmad Al-Tayyib) 대이맘과 역사적인 회동을 했다.
알타예브는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이슬람 수니파 최고의 종교기관 ‘알아즈하르’ 대학과 사원을 이끄는 최고지도자(대이맘)다. 가톨릭과 이슬람 두 종교의 최고 지도자가 직접 만난 것은 2000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한 이래 16년 만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두 사람은 포옹과 가벼운 볼키스로 인사를 나눈 뒤 30분가량 회담을 했다. 교황은 알 타예브 대이맘 일행에게 “우리 만남이 곧 (관계 개선의) 메시지”라고 말하며 바티칸을 방문한 대이맘 일행에게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교황청은 교황과 대이맘이 각 종교가 처한 공통적인 과제를 논의하면서 폭력과 테러를 거부하고 평화를 위해 헌신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또한 중동의 갈등과 긴장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보호 문제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대이맘에게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과 경제 불균형 해소를 호소한 자신의 회칙 ‘찬미받으소서 (Laudata Si)’와 평화를 뜻하는 올리브나무 메달을 선물했다. 이후 대이맘 일행은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의 의장과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누었으며, 1시간여 동안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을 둘러봤다.
이번 회동은 알타예브 대이맘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청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알타예브 대이맘은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할 당시 축하메시지를 통해 두 종교 간의 관계 개선의 뜻을 전했고,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그동안 강론과 문헌 등을 통해 이슬람과의 관계 개선과 종교인들의 화합을 강조해왔다.
가톨릭과 이슬람교의 관계는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2006년 ‘레겐스부르크 연설’에서 이슬람교를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사람으로 묘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악화됐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6년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 강연에서 폭력을 통해 신앙을 전파했던 과거 종교의 모순적인 선교방식을 설명하면서 비잔틴 황제가 이슬람교도들을 비하했던 말을 인용했다.
이후 연설 내용이 알려지면서 베테닉토 16세 교황은 이슬람권과 서구 언론들에게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알아즈하르 대이맘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강력한 항의를 표명하면서 바티칸과의 대화 중단을 선언했고 이슬람 국가에 있던 몇몇 그리스도교 교회는 방화로 인한 화재에 휩싸였다.
이후 2009년 두 종교 간 교류가 재개됐으나 2011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가톨릭교회가 폭탄 공격을 받은 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이집트 측에 소수 그리스도교 인들을 보호해 줄 것을 촉구해 다시 관계가 악화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