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물대포에 백남기 선생이 쓰러진 지 200일이 지난 2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200일 규탄 문화제’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물대포를 동원해 자국민을 중태에 빠트렸으면서도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정부를 규탄했다.
지난 31일 출범한 20대 국회 야3당 지도부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백남기 선생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국민의 심판이라 불리는 4.13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국면을 맞이한 만큼, 진실규명과 국민의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열린 촛불문화제에는 백남기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가톨릭농민회 회원들, 백남기 선생의 딸 백도라지 씨,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3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문화제가 열리는 무대 뒤편에서는 백남기 선생 국가폭력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 청원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대책위는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의해 치명적 부상이 발생하였지만 200일이 되도록 그 누구도 공적인 책임을 지지 않은 상황이다. 야3당이 20대 국회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개최를 합의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른바 ‘상시청문회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20대 국회가 독주 정부를 막아내고 청문회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호소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그날 내가 본 바로 두말할 것 없이 조준 사살이고 확인사살이었다. 국가가 국민을 조준·확인사살 했으니, 국가를 대표하는 박근혜가 백남기 선생 앞에서 ‘죽을죄를 지었습니다’하고 사죄해야 한다”라며 “국민의 하나인 박근혜가 국민의 한 사람을 죽였다. 백남기 선생을 조준 사살하고 확인사살 한 박근혜가 물러나도록 국회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탄했다.
윤소하 정의당 국회의원은 “백남기 선생의 사투는 당신 혼자만의 사투가 아니라 농민을 살려내고 농촌을 살려내는 사투다. 청문회를 통해 진상을 밝혀 이 사건의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백 선생의 가족과 국민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라며 “국민의 응원을 믿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 또한, 경찰관 집무집행법을 고쳐서 국민이 자유롭게 집회 시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백남기 선생의 가족 백도라지 씨는 “이 정도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정부와 경찰을 이해하기 힘들다. 국회가 청문회를 통해 저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니 다행이다”라며 “그러나 한편으론 청문회를 열기까지 절차가 있고 시간이 필요한데, 또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응원으로 끝까지 잘 버텨가며 싸우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문화제를 마치고 마로니에공원을 출발해 동성고를 거쳐 서울대병원 후문 앞 농성장까지 촛불과 손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손 피켓에는 국가폭력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내용과 대통령의 사과, 그리고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개최 등을 요구하는 문구가 담겼다. 농성장에 도착한 시민들은 백남기 선생의 쾌유를 기원하며 꽃과 촛불로 농성장을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