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천주교, 수저론 극복 방안 모색
  • 최진
  • 등록 2016-06-16 15:57:52

기사수정


▲ 15일 ‘금수저·흙수저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란 주제로 제16회 가톨릭포럼이 열렸다. ⓒ 최진


천주교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제16회 가톨릭포럼을 열고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청년 불평등 문제를 의제로 실천적 대안을 모색했다. 


‘금수저·흙수저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부의 편중과 빈부의 세습이 심화되는 사회현상을 점검했다.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조성주 소장과 박승 전(前) 한국은행 총재,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이태철 신부가 발제를 맡았고,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과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등이 논평했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위원장 유경촌 주교는 격려사를 통해 최근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과제로 자리한 젊은이들의 취업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이번 포럼을 통해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대안이 모색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불평등한 사회가 확대될수록 폭력이 만연하게 되고 공동체의 연대의식이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자학의 담론’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면서, 가톨릭교회가 사회 공동선 증진을 위해 정책적인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수저·흙수저론’, 청년들만의 문제 아닌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조성주 소장은 ‘흙수저론을 넘어서는 청년세대의 전망’을 주제로 청년 문제의 시대적 흐름과 그에 대한 쟁점을 설명했다. 조 소장은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을 조직한 인물로 오늘날 청년 문제를 대변하고 있는 ‘흙수저·금수저론’의 본질과 그에 따른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제시했다. 


조 소장은 우석훈 박사의 ‘88만 원 세대론’을 통해 수면으로 드러난 청년 문제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사회적 동정과 위로의 방향으로 흘렀지만, 사회의 계급적 불평등과 이를 극복하기 힘든 사회현실이 지속되면서 출생부터 운명이 결정돼, 노력할 희망이 보이지 않는 ‘금수저·흙수저론’이 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조 소장은 계급적 불평등과 이를 극복하기 힘든 사회적 현실이 지속되면서 출생부터 운명이 결정됐다는 ‘금수저·흙수저론’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 최진


그는 “청년들은 자신들이 겪는 문제가 ‘청춘’이라는 시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미래가 정해진 사회문제로 인지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금수저·흙수저론’은 청년들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희망이 없다’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청년들이 사회구조 문제를 직시하고 자신들이 처한 위기를 자각했기 때문에 사회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일부 진보세력의 긍정적인 전망에 대해서는 ‘섣부른 판단’이라고 일축했다. 


조 소장은 “금수저·흙수저론에 대한 청년들의 대안이 ‘죽창’과 ‘탈조선’이다. ‘죽창’은 세상이 붕괴하면 좋겠다는 것이고, ‘탈조선’은 한국사회가 어떤 방법으로도 희망이 없다는 절망을 표현한 것이다”라며 “청년들이 사회적 대안을 만나지 못하면 불평등의 희생자라는 의식 속에서 ‘일베’(일간베스트, 극우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와 같은 배타적인 집단을 통해 여성혐오와 같이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공격적 의식과 섬뜩한 행동이 표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청년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집중도가 올라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지만, 사회 계급의 문제를 해결하는 콘텐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 정당 후보들 간의 ‘누가 더 흙수저인가’를 강조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졌다”며 “대안을 내줘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운동이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소장은 ‘흙수저·금수저론’으로 대두되는 청년 문제가 청년세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문제 등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포함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언론, 시민·사회단체가 ‘흙수저 후보 경쟁’과 같은 피상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 소득재분배로 사회 불평등 해소해야 성장 동력 찾을 수 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경제 틀 다시 짜야 한다’는 발제를 통해 민생위기와 소득분배 악화, 빈부 세습의 경제적 구조의 모순을 지적하며, 경제적인 사회적 불평등 현상이 청년세대를 통해 ‘흙수저·금수저론’으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시적인 성장 그래프에 심취한 한국사회가 ‘선 성장, 후 복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개인 자본주의는 극대화됐고, 남을 배려하지 않아 발생하는 시장경제의 위기가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박 전 총재의 주장이다.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민생위기와 소득분배 악화, 빈부 세습의 경제적 구조 모순을 지적했다. ⓒ 최진


그는 “한국의 지난 해 국민소득은 2만7,000달러로 일본의 3만2,000달러를 바짝 쫓고 있다. 소득수준은 선진국 문턱이지만, 국민 생활수준은 OECD 34개국 중 거의 꼴찌다”라며 “복지 수준 국가경쟁력은 33개국 중 32등이고 정부의 복지지출 기준은 28개국 중 28등이다. 자살률과 노인빈곤율은 세계 1등이고 국민 행복지수도 꼴찌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결함을 정부가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해서 교정해야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러한 역할을 거의 안 하고 있다”며 “국가가 국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돌보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경제 성장 동력을 상실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박 전 총재는 한국경제의 성장 방향이 선진국과 같이 민간소비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며, 한국경제는 소득 재분배 정책으로 ‘가계 빈혈’로 인한 민생고를 해결해야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자동차세를 낮추면 자동차 판매는 당연히 늘어난다. 정부는 집값과 전·월세, 가계부채 줄이고, 가계소득을 늘리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은 국제경쟁력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므로 정부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대기업소득 보호정책’에서 ‘가계소득 보호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정부가 경제적인 사회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국경제의 성장 가능성이 열린 ‘젊음’을 되찾을 수 있고, 이것이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환경·교육·치안·의료 등의 공공재 투자를 통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해, 사회 불평등의 위험요소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발제자인 이태철 신부는 현재 서울대교구의 청년 사목 형태를 살피면서, 청년 사목의 비전을 성찰하는 내용으로 ‘서울대교구 청년 사목의 현재와 나아갈 길’ 발제를 풀어나갔다. 


이 신부는 청년세대들이 폐쇄된 삶과 극심한 소비주의로 인해 정신적 고립 상태에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등의 사회 구조적 문제를 맞고 있어, 많은 청년이 영적 갈증을 교회에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 신부는 청년들이 정신적 고립상태에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영적 갈증을 교회에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 최진


그는 ‘벌어진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생각’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그려보는 것’을 교회의 해법으로 제시하며, 성경공부와 본당 전례, 교구 차원의 봉사 등 자기실현 행동으로 세상 한복판에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교회가 주일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영역의 투자를 더욱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고,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정치 실패의 결과라며, ‘금수저·흙수저’로 대두된 불평등 문제를 정치권이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포럼은 2001년 6월 남북화해 시대를 맞아 교회의 역할을 자문하는 것으로 시작해, 올해로 16회째 이어지고 있다. 가톨릭포럼은 그동안 교육방향과 언론의 독립성, 세월호참사, 자살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주요 쟁점을 파악하고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왔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