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를 비롯한 6개 종단 종교인들이 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세월호 인양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인양과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호소했다.
종교인들은 세월호의 조속하고 온전한 인양이 미수습자 가족의 소망일 뿐 아니라 온 국민이 바라는 국가적 과제이므로 세월호 참사로 무너진 우리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세월호가 온전하게 인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인들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정부가 과연 세월호를 인양할 의지를 가졌는지, 실패할 핑계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내려놓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 종교인들은 온전한 인양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간절한 기도를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속하고 온전한 인양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재차 당부하면서 “정부는 인양 작업이 진행되는 전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빈틈없이 해 달라”며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또 온전한 인양을 위한 최선의 계획과 실행을 약속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등 6개 종단 성직자들이 참석했다. 천주교는 정의구현사제단과 한국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여자수도회 장상협의회, 예수회 소속 신부와 수녀 10여 명이 대표로 참석했다.
국가는 예수님을 대하고 부처님을 대하는 것처럼 국민을 대해야 한다. 이것은 살아있는 국민뿐 아니라 아직도 바닷속에서 인양을 기다리고 있는 9명의 국민에게도 마찬가지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한만삼 신부(수원교구)는 “이 나라의 정권은 뿌리부터 나쁜 나무기 때문에 나쁜 열매만 맺고 있다”며 “정치권위의 주체는 주권을 지닌 국민이지만 지금의 정권은 도덕성을 상실한 채 국민을 향해 폭력만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신부는 “인간은 단순한 개체가 아니라 인격체며,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인격체를 위한 국가 공동체의 완성행위”라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은 국가의 국민이기 때문에 모든 정치권위자는 이들의 희생에 대한 무한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개신교 전국목회자 정의평화협의회 정태효 목사는 “국민은 열심히 법을 지키지만, 정부는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세월호 학살을 통해 느꼈다”며 “또한 종교인들은 각자의 신앙대로 생명과 평화가 임하는 세상을 추구해왔지만, 이 모든 것이 국가권력에 의해서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감추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처럼 세월호의 진실을 은폐하고 거짓 협상을 시도하는 세력이 있는데, 우리 종교인들이 그에 맞서겠다”며 “모든 종단은 각자 종단의 형태로 정의가 흐르는 세상이 이뤄질 때까지 힘과 마음을 모아 부정의한 정부를 드러내고 그것을 사회에 알리는데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원불교 사회개벽교무단 박대성 교무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국민은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불공의 대상이다’고 충고해주고 싶다”며 “국가는 종교인들이 예수님을 대하고 부처님을 대하는 것처럼 국민을 대해야 한다. 이것은 살아있는 국민뿐 아니라 아직도 바닷속에서 인양을 기다리고 있는 9명의 국민에게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우담스님은 “세월호 인양이 지연돼 아직도 바닷속에 남아있는 세월호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간절한 마음으로 세월호 참사가 원만히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한국의 모든 스님이 8일부터 세월호 참사가 하루속히 해결되길 기원하며 72시간 동안 3만 배 절과 기도를 한다. 불자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분이 하나로 마음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종교인들은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위한 국민적 관심을 촉구하면서 호소문 낭독과 온전한 인양을 기원하는 절을 했다. 한편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오는 8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의 온전하고 조속한 인양을 위한 72시간 3만 배 밤샘기도’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