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 칠곡군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소속 사제 황동환 신부라고 합니다. 수도원에서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7일부터 오늘까지 대전에서 전국정평위활동가 연수중 어제 날벼락같은 소식을 접했고, 연수도 미처 마치지도 못한채 부랴부랴 궐기대회 참석을 위해 이 자리에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한미당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확정 발표하는 모습에 참담함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마치 106년전 조선이 일본에 국권을 빼앗겼을 당시 조선민중의 상실감이 이런 심정이지 않았을까요?
여러분, 이번에 확정된 사드 한국배치가 어느 날 불쑥 튀어나온 게 아님을 아셔야 합니다. 지난 십수년간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 및 MD 즉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군사전략하에 한국이 끝내 미국의 집요한 강요에 굴복하면서 벌어진 사단입니다.
여러분, 이번에 사드 배치가 확정되기까지 미국이 한국에 벌인 일련의 사건들을 한번 복기해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2014년 12월 29일 한국이 미국은 물론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약정을 체결했습니다. 이른바 한·미·일 군사정보공유양해각서 체결입니다. 이는 2012년 7월 이명박 정권 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고 해서, 협정수준으로 국민들 몰래 준비, 체결하려 했다가 들통나면서 여론이 들끓자 슬그머니 숨겨놨던 것을 국회비준이 필요없는 약정이라는 꼼수로 체결해 버린 것입니다.
지금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 등을 통해 군사대국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3국간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집단적 자위권 도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MOU 체결은 미국 오바마정권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 맞춘 대중 포위전략의 일환으로 벌인 일입니다.
미국 오바마 아시아 외교군사정책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 ‘동북아 신질서 구축’입니다. 핵심은 대중국에 패권우위를 확보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2015년에 한일 물품용역상호제공협정, 일본 아베정권의 안보법제 제개정과 평화헌법 개헌 움직임, 대북선제공격을 명문화한 미·일 작계 5055, 한·미 작계 5015의 수립 등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하여 중국 견제를 공고히 하기위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체제로 가길 원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 및 일본과 함께 군사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이 왜 그토록 절실히 필요했느냐? 바로 중국의 군사정보 탐지가 주 목적인 사드의 X밴드 레이더의 운용 때문입니다. 사드 레이더는 미국 MD 체계에서 개발한 그 어떤 지상 조기경보 레이더보다도 식별능력이 뛰어납니다.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를 구별해내는 식별력이 뛰어난 사드 레이더를 한국에 전진 배치해서, 특히 중국이 미국을 향해 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조기 탐지, 추적하게 되면 비행궤도에 따라 가짜 탄두 전개 이전과, 전개 이후의 비행속도의 미묘한 차이나 탄두의 온도 차이 등을 감지해 냄으로써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를 구별해 낸다고 합니다. 미국 MD의 최대 취약점 중 하나가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를 구별해내지 못했던 건데, 이걸 해낼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사드 레이더에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어떻게 하면 중국에 보다 가까운 한국에 조금이라도 더 전진 배치하려는 것입니다.
이 사드를 기어코 한국에 전진 배치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벌인 일이 또 있습니다. 여러분, 작년 12월 28일에 있었던 일 기억나십니까?
한·일 간에 있었던 위안부 문제의 졸속 타결입니다. 광복 70주년, 한·일협정 50주년을 맞는 지난해 세밑에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의 국민들과 양식있는 세계시민들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될 망동이었습니다. 여전히 살아있는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의 아물지 않은 상처에 소금을 뿌려가면서 한국과 일본사의 예민한 과거사 문제를 건드려야만 했느냐?
한·미는 지금껏 해오던 대로 동맹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는 방향으로 가면 되는데 반하여, 문제는 한·일 양국간에 해결되지 못한 역사문제로 삼각군사동맹체제구축에 늘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던 겁니다. 그렇게 한·일 양국정부간에 위안부 문제, 독도문제 등의 역사문제로 삐그덕 거리니, 한·일 또는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가는 길의 장애물인 위안부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미국의 입장에선 급선무였을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의도대로 이 장애물을 없앴으니, 브레이크 없는 기차가 내달리듯 삼각동맹체제를 향하여 마구 내달릴 건 불을 보듯 뻔합니다. 남북평의 평화공존은 그만큼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여러분, 사드의 한국배치는 단순히 성능 좋은 미제 미사일 방어용 무기 하나 들여놓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계셔야 합니다. 저는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땅위에 다시는 한국전쟁과 같은 참화로 평화가 파괴되지 않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과 시각으로 바라보았을 때, 사드 한국배치가 불러올 파장과 그 위험성을 정책결정자들, 정부당국자들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드가 대북용이라는데, 왜 중국이 이토록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서겠습니까? 사드는 정부가 말한대로 결코 대북한용이 아닙니다. 여러분도 뉴스 보도를 통해 아시겠지만, 사드 한국 배치 확정 보도가 나오자마자 중국 외교부는 “강렬한 불만,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주중 한국대사, 미국대사를 소환 강력히 항의 했습니다. 중국 환구시보는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한국은 총알받이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도 있습니다. 남북대결체제로 인한 질곡에 더해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는 군사적 대결체제가 들어서면 이로 부담은 실로 감당할 수 없는 질곡과 멍에를 우리 국민들에게 안길 것이 분명합니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남·북, 미·중은 물론 한·미·일 대 북·중·러 사이에서 핵 군비경쟁과 군사적 대결체제가 훨씬 격화될 것이며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경제적 타격도 감수해야만 합니다. 이렇듯 사드 한국 배치로 우리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도리어 우리의 평화와 안보, 경제타격을 자초하며 사드 배치 지역민의 희생만 강요하는 백해무익한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할 것을 한미당국에 다시 한 번 강력히 요구합니다. 하면서, 사드 배치 후보지로 지목된 칠곡 군민들은 550만 대구경북 도민들과 함께 사드 배치 결사 저지를 위해 있는 힘을 다해 행동해야 합니다.
‘4차 조선전쟁’의 도화선이 될지도 모를 사드의 한국배치 문제를 정부당국은 어떻게 끌고 가려합니까? 여러분들, 조선전쟁이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으시죠? 역사학자들은 청일전쟁을 1차조선전쟁, 러일전쟁을 2차 조선전쟁으로 규정합니다. 청일전쟁은 1894년 6월∼1895년 4월 사이에 청나라와 일본이 조선의 지배권을 놓고 다툰 전쟁입니다. 그 전에 일본과 미국사이에 조선을 두고 한 밀약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테쓰라-가프트 밀약입니다. 필리핀을 미국이 먹을테니, 조선은 일본이 먹으라는 밀약입니다. 그리고 조선의 지배권을 두고 청일전쟁이 벌어졌고, 일본이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러일전쟁 역시 조선의 지배권을 두고 벌인 전쟁이었습니다.
그리고 3차조선전쟁이 6·25 한국전쟁입니다. 이게 왜 조선전쟁이라고 역사학자들이 규정하느냐면은요. 개전초기에는 전쟁의 당사자들이 남한과 북한이었는데, 일정시간 전쟁이 진행되면서, 남쪽은 미국에 작전권을 넘겨줍니다. 그리고 북쪽도 중국에게 작전권으로 넘겨줍니다. 그 이후 벌어진 전쟁의 양상은 한반도에서 미국과 중국의 전쟁으로 전개되었죠. 한반도의 지배권을 놓고 벌인 전쟁으로 3차 조선전쟁의 성격이 짙다고 설명하는 역사학자들도 있습니다.
여러분! 전쟁의 참화로 얼마나 많은 인명이 살상되었으며, 금수강산이 또 어떻게 훼손되었습니까? 그 참혹한 경험을 반복할지도 모를 전쟁의 불씨를 없애고 평화협정으로 나아가야하고, 남북의 평화공존, 통일로 나아가는데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도 모자란 판에, 사드 한국 배치는 평화와는 반대의 길, 즉 대결과 전쟁이라는 구도로 한없이 말려들어가게 만드는 고리 역할을 할게 분명해 보입니다. 여러분, 결코 좌고우면할 일이 아닙니다. 시민들의 깨어있는 의식으로 사드의 한국배치를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
2016. 7. 9. 왜관역 광장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황동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