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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놈들보다 더 나쁜 놈은 부역하는 놈들’
  • 최진
  • 등록 2016-07-13 16:49:44
  • 수정 2016-07-13 17: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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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일본 자위대 창설 62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돼 이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일본이 서울 시내 호텔에서 기념행사를 하는 거은 3년 만이다. ⓒ 최진


일본 자위대 창설 62주년 기념행사가 12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렸다. 이에 시민단체와 학생들은 집회와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 시내에서 대대적으로 진행된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를 규탄했다. 


당초 기념행사는 오후 6시 30분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시민단체들은 그보다 3시간여 앞선 오후 3시 30분부터 규탄시위와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민족문제연구소, 희망나비, 대학생겨레하나, 민중연합당, 평화재향군인회 등 시민단체와 정당, 학생과 시민 등 400여 명은 기자회견을 통해 기념행사 개최를 취소하라고 촉구하며 정부의 굴욕외교를 비판했다. 


안중근 의사기념관이 있는 남산 힐튼호텔 앞에서 일본군 창설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리는데 한국 정부는 항의하기는커녕 축하를 해주겠다고 하니, 안중근 의사가 지하에서 통곡할 일…


현장에서 규탄 행동을 진행한 민족문제연구소는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일본 정부와 야합한 것도 모자라, 오늘은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에 한국군 관계자를 파견해 축하까지 하고 있다”며 “조선의 청년들을 전쟁터로 끌고 나가 총알받이로 삼은 ‘황군’의 역사를 자랑스러운 역사로 재정립하겠다는 아베 정권의 자위대 창설 기념식을 한국 정부가 왜 축하하는지 모르겠다”고 규탄했다. 


이어 “과거 일제 식민통치기구가 군림했고 현재 안중근 의사기념관이 있는 남산 힐튼호텔 앞에서 일본군 창설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리는데도 한국 정부는 항의하기는커녕 축하를 해주겠다고 하니, 안중근 의사가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이처럼 퇴행적 역사 인식을 지니고 있으므로 행동과 정책이 하나같이 기괴하고 망조 드는 것만 골라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이날 집회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자위대 창설 행사와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규탄했다. ⓒ 최진


시민들과 학생들은 ‘자위대 기념식은 자국에서’, ‘군국주의 부활 반대’, ‘전쟁범죄 사죄하라’, ‘오만한 일본 자위대 규탄한다’ 등의 피켓으로 기념행사 개최를 비판함과 동시에 ‘박근혜를 탄핵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 ‘왜놈들보다 더 나쁜 놈은 부역하는 놈들’, ‘친일파 정치인들을 잊지 않겠다’ 등의 피켓으로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규탄했다. 


이날 자위대 창설 기념식 반대 집회에는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등 보수단체도 참여했다. 이들은 “일본 자위대 창설 행사는 국민적 정서에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어디 왜놈들이 겁도 없이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기념식을 열고, 정부 관료란 놈들이 그곳을 못 가서 기웃거리냐”며 분노했다. 이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일본 전범들의 사진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찢으며 “아베는 돌아가라”고 외쳤다. 


▲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은 아베는 물러가라며 아베 일본 총리와 일본 전범들이 사진이 새겨진 대형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했다. ⓒ 최진


집회현장에서는 자위대 기념행사를 반대하는 함성과 집회가 동시에 산발적으로 진행됐다. 자위대 기념행사 개최가 예정된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참석자들은 늘어나고 항의는 거세졌다. 


‘왜놈들보다 더 나쁜 놈은 부역하는 놈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오늘 기념행사에 참석한 정치인들을 잊지 않겠다!


대학생겨레하나 1인 릴레이 발언에서 고등학생 박성언 씨는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일본군의 창설 행사가 열리는 역사적인 현장을 두 눈으로 보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에 이어서 자위대 창설행사를 축하하는 것을 보면서 저들이 얼마나 식민지배 역사를 그리워하는 줄 알겠다”고 말했다.


▲ 고등학생 박성언 씨는 대학생겨레하나 1인 릴레이 발언을 통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 최진


이어 “저 호텔 안에는 민중을 개·돼지로 보며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는 정치인들이 들어있다”라며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되찾아오는 길은 저들을 내치는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오늘 기념행사에 참석한 정치인들을 잊지 않겠다”고 규탄했다. 


정철우 한국항공대 학생은 “일본 자위대 창립 기념식이 왜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 한복판에서 열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청년과 시민들은 이곳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행사를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빵빵하게 에어컨이 틀어진 호텔 안에서 자위대 창설을 기념하고 축하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 정철우 씨는 시민들이 땀을 흘리며 행사를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에어컨이 나오는 호텔에서 자위대 창설을 기념하고 축하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 최진


대학생들은 소녀상을 연상하게 하는 흰색 저고리와 검은 치마를 입고 집회 현장에서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후 외교부 관계자가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차량이 호텔로 진입하려 하자 시민들이 이를 막아섰다. 시민들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오느냐?”, “저놈들이 바로 매국노들이다”라며 차량이 호텔로 진입하는 것을 막았고, 경찰은 3개 중대 300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시민과 참가자들을 격리하며 길을 만들었다. 결국, 차량에 탑승한 외교부 관계자는 호텔에 내리지 못하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자위대 창설기념식 반대 집회는 오후 8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 외교부 관계자가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차량이 시민들에 가로막혀 호텔에 내리지 못하자, 경찰들이 만든 길을 통해 빠져나갔다. ⓒ 최진


일본이 서울 시내 호텔에서 대대적 기념행사를 하는 것은 3년 만이다.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는 과거에도 논란이 돼왔지만,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협상 문제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국방부와 외교부가 자위대 창설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시민들로부터 더욱 크게 지탄을 받았다. 


지난 2014년에는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행사 논란으로 롯데호텔이 행사 전날 장소대여를 철회해 서울 성북구에 있는 주한 일본대사관저에서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후 일본대사관은 국내 여론을 의식해 서울에서 행사를 개최하지 않았다. 정부는 국방부와 외교부 등 관련 부처 실무자를 참석시켰지만, 현재까지도 행사에 참석한 정치인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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