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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피해자 문제 심각, “진상규명 없이 피해자 치유 어렵다”
  • 최진
  • 등록 2016-07-21 12:53:58
  • 수정 2016-07-21 14: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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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4·16 세월호참사 피해자지원 실태조사 결과발표회가 열렸다. 실태조사는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 145명과 단원고 생존학생 및 가족 39명 등 총 211명의 세월호 참사 피해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 최진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20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정부의 재난 지원 대책을 점검하는 ‘4·16 세월호참사 피해자지원 실태조사 결과발표회’를 개최했다. 


특조위는 지난해 8월 4일 첫 예산을 배정받고 10월 피해자 지원 현황을 조사할 용역을 발주한 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참사에 관한 정부의 피해자지원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정부는 6월 30일 특조위 강제종료를 통보했지만, 직원들은 월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세월호참사 대책의 부조리함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실태조사는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 145명과 단원고 생존학생 및 가족 39명 등 총 211명의 세월호 참사 피해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일반인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의 실태도 포함됐다. 그동안 삼풍백화점 붕괴와 대구지하철 참사 등 대형재난 사고는 끊임없이 있었지만, 재난 이후 피해자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점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지원 특조위 피해자지원점검과장은 “이번 조사는 피해자들의 지원 실태를 점검하는 것이었지만, 피해자들은 지원보다 진상규명을 더 원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며 “가족을 그렇게 보냈는데 지원이 뭐가 중요하냐는 것이 피해자들의 심정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과장은 참사 피해자들은 정부로부터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 과장은 “처음에는 참사로 인한 충격으로 자신의 건강을 돌볼 여유가 없는 피해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지만, 정부의 의료지원은 1년 후에 끊어져 피해자들이 지원을 못 받는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단원고 학생 희생자 가족’과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그리고 ‘단원고 학생 외의 희생자 가족, 생존자 및 가족’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세 가지 분야에서는 공통으로 ‘정신과 치료의 한계’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일방적인 보상체계’, ‘피해자들의 2차 트라우마가 된 언론’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치료 생각 못 해”


참사 피해자 중 단원고 학생 희생자 가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아주대 조선미 교수는 피해자들의 생각이나 감정이 참사 당시에 머물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어떤 이들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2년이다’라고 말하지만, 이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리적·정서적 고통과 신체건강의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자식을 그렇게 보내고 부모가 어떻게 치료를 받겠냐’는 것이기 때문에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참사에 대한 치유는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들의 지원만족도 분석을 통해 정부가 참사 초기 과정에서 더욱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교통지원과 장례지원에 대한 의견이 ‘매우 불만’인 경우뿐 아니라 ‘만족’인 경우도 많았는데, 조 교수는 이에 대해 “초기에 기준과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장례절차를 밟은 부모는 매우 불만이었지만, 나중에 가서는 점차 나아졌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보상보다 진상규명을 더 원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핵심...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참사에 대한 치유는 이뤄질 수 없다


또한, 물품과 시설지원에 대한 만족도에서도 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민간단체 지원물품이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못했다며, 재난 상황 발생 시 지원물품을 관리하는 전문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피해자들에게 가장 불만이었던 것은 정보제공이었다. ‘정보제공 여부’ 만족도에 대한 조사에서는 정보제공을 ‘받지 못했다’는 답변이 70%이상이었고, 80%가량이 ‘불만족’으로 답했다. 조 교수는 피해자들이 “현장에 있었지만, 뉴스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며 “참사 당시 피해자들은 사고에 대한 정보를 거의 받지 못했거나 왜곡된 정보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또한, 사고 현장에서도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와 활동보장이 이뤄지지 않아 가족과 외부인 간의 구별이 힘들어 피해자들 간의 불신이 발생했던 점도 지적했다. 배상·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유가족도 모르는 정보의 보상금액을 언론에 먼저 공개가 경우가 있었다”며 “유가족에게 배상·보상은 돈 문제가 아니지만 제삼자를 거쳐 갈 때 이것이 돈 문제로 변한다”라고 우려했다. 또한, 추모 사업과 관련해서는 지역사회보다 피해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생계지원과 고용지원, 세제지원 등 기타 만족도에서는 ‘불만족’뿐 아니라 ‘응답 없음’과 ‘보통’의 비율이 높았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해 “이것은 정부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안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피해자들의 삶에서 돈 문제는 1%도 안 되는 부분이다”라며 “정부는 이 부분의 지원을 강조하는데, ‘배상·보상을 받았다’, ‘학자금 지원을 받았다’ 등은 피해자들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피해자들의 신체 증상 발생 정도와 신체적·심리적 후유증에 대한 의료지원을 설명하면서 피해자 대부분이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심리적 후유증에 대해서는 “피해자 절반은 장애 수준이고, 나머지 절반은 장애까진 아니더라도 증상이 심각하다”며 “형제·자매에 대한 조사까지 더한다면 피해자들의 신체적·심리적 상태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관계 변화와 2차 트라우마에 대해 “피해자 대부분은 자식을 잃은 1차 트라우마에 이어 ‘생존 자녀에 대한 불안’, ‘배상·보상과 관련된 오해’ 등 사회에게서 오는 2차 트라우마가 지속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점점 가중되고 있는 것이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유가족에게 진상규명은 남은 삶의 의미이고,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는 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진상규명 없이는 피해자들의 치유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발표를 마쳤다. 


“구조된 것이 아니라 ‘탈출’한 것” 


참사 피해자 중 단원고 학생 생존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고려대 김승섭 책임연구원은 단원고 학생 생존자들이 사고 현장에서 탈출하는 과정과 친구들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았지만, 이에 대한 정신적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이날 고려대 김승섭 책임연구원은 단원고 학생 생존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 최진


김 연구원은 생존학생들이 참사 당시 겪었던 정신적 고통을 설명하면서 “학생들은 일관되게 ‘자신들은 구조된 것이 아니라 탈출한 것’이라고 증언했다”며 “또한 학생들은 배에서 나오면서 해경에게 ‘안에 사람들이 더 있다’고 말했지만, 해경은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이는 생존 학생들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존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피해자였고, 부조리를 경험한 목격자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정부는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2주의 치료를 받고 학교로 복귀할 것을 계획했다가 나중에서야 안산 연수원에서 8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연수원 기간은 2주를 기획됐기 때문에 2주 만에 트라우마를 완치하려고 집중적으로 프로그램하면서 학생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느꼈다. 학생들에게 ‘수학여행에 가면’이라는 끝말잇기를 시키기도 했다”라며 “학생들은 이것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친구들이 안 올라왔다며 팽목항을 떠나지 않으려는 학생들에게 정신과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 점, 학생들이 빨리 나올 것이라며 소화 벨을 울려 생존학생들이 주저앉아 울었던 점을 지적하며 참사 이후 피해자들이 정신적 치료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생존학생들은 단원고에 복귀해서도 학업에 집중할 수 없다.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왔을 때 자신의 친구들이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체험한다. 수업시간에 울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한 반에서 한 명만 살아남은 경우도 있다”며 “이러한 학생들이 특별전형으로 낙인 찍혔다. 특별전형을 결정하고 발표한 것은 정부인데 그 무게를 온전히 학생들이 졌다. 인터넷에서는 ‘친구 팔아 대학 간다’ 등의 독설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생존학생 부모들이 겪어야 했던 고충도 설명했다. 그는 “생존학생들의 부모가 겪어야 했던 심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전전긍긍’이다. 정부는 안산 병원부터 부모가 같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으므로 생계가 힘들어지고 남은 가족들은 방치됐다”며 “아이는 힘들어서 잠을 못 자고 심지어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데 부모는 어찌할 바를 몰라서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러한 생존학생들과 가족들에 대한 잘못된 지원이 관점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의료지원을 받으려면 피해자들이 참사로 인한 후유증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기득권으로 여겨지게 낙인찍어, 피해자들 입에서 ‘지금 현실은 우리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지원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주체성과 인권을 고려해야 하며, 트라우마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장기적인 정신적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약을 먹이고 프로그램을 돌려 사회적인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언론에 대해서는 병원에 누워있는 학생을 깨워 인터뷰한 사례, 피해 학생 어머니로 속여 전화 인터뷰를 시도한 사례 등을 언급하며 “재난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 스스로 재난의 일부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세월호 참사 자체가 사회적 재난이므로 이것을 치유하는 과정도 사회적 치유가 필요한 것이다”라며 “이 치유가 어느 지점에 가면 벽에 부딪히는데 그 벽이 진상규명이다. 그것이 안 됐기 때문에 점점 상처가 커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생존학생들에게 ‘배에서 탈출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 힘들지 않겠느냐’고 묻자, 학생들이 ‘이것이라도 할 수 있으면 하겠다.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면 하겠다’라고 말했다”며 보고서 작성을 위해 협조해준 생존학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 ⓒ 최진


“진상규명이 가장 중요한 지원”


참사 피해자 중 단원고 학생 외의 희생자 가족, 생존자 및 가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이화여대 양옥경 교수도 앞서 김 연구원이 지적한 참사 후 지원 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지자체마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 체계가 다르고 안산에 집중된 의료지원으로 인해 다른 지역의 피해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제주지역 피해자의 경우 안산까지 7시간을 이동해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야 했다. 심지어 어떤 지자체는 피해자가 적어서 관심조차 없었다”며 “정부가 경기도 이외의 피해자들에게는 거점기관을 지정해줘서 계속되는 트라우마를 치료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조보다 보도를 중요하게 여겼던 정부 재난 체계, 배상·보상 금전지원을 지나치게 강조해 오히려 피해자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킨 정부의 홍보 등을 지적했다. 특히 참사 당시 지나친 취재경쟁으로 논란이 됐던 언론에 대해서는 “드라마틱한 기사를 만들기 위한 지나친 호기심을 부려 2차 재난이 됐다”고 평가했다.


오지원 과장은 “우리는 세월호참사를 겪으면서 외신으로부터 ‘과거 사례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나라’라는 말을 들었다”며 “우리가 재난지원 체계와 기준을 피해자들과 소통해 보완하고 이를 축적해 재난지원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상규명이 피해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원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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