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8개월이 넘게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선생이 지난주부터 상태가 악화돼 위독하다며, 하루 빨리 국회 청문회를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했다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회 청문회 개최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백남기 선생이 위독한 상황에서 더는 침묵과 방관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네덜란드에서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한국으로 돌아온 백남기 선생의 차녀 백민주화 씨는 기자회견에서 ‘백남기 선생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와 국회 청문회 개최’를 눈물로 호소했다.
백민주화 씨는 “사건 발생 258일이 지났지만, 기자회견 장소가 길거리에서 국회로 바뀐 것 이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아버지는 현재 장기들의 감염과 근육 경화가 심해져 곧 돌아가실지도 모른다. 우리 가족은 천천히 아버지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매일매일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다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이어 “물대포 조준살수라는 끔찍한 방법으로 아버지를 20초 만에 뇌사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고도 정부와 경찰은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가 없다”며 “이것이 정상적인 국가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또한,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다음 달에 퇴임식에 임할 것인지 묻고 싶다. 이 일이 과연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덮어두고 명예롭게 경찰청장직을 떠날 수 있는 사건인가”라고 물었고, 청문회를 반대하고 있는 새누리당에는 “생명에는 여야가 없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대책위 공동대표인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은 “백남기 농민의 상태가 너무 위중하다. 1주일, 2주일을 넘기기가 힘들다고 한다”며 “누가 어떻게 백남기 농민을 사경에 빠트렸는지를 백남기 농민이 살아 있을 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백남기 선생이 입원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후문 앞 농성장에서는 1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규탄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민중총궐기 당시 시민을 향해 발포명령을 내렸던 경찰 기동대장이 경찰서장으로 승진하는 상황을 규탄하며, 국회 청문회를 통해 국가폭력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국민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군림하는 정부는 변명거리를 찾지만, 노력하는 정부는 방법을 찾는다. 그래야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생겨야 국가다워진다
백남기 선생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박원순 시장은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방송을 통해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했다.
박 시장은 “갑자기 위독해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9개월째 공권력에 의해 사경을 헤매는 국민에게 국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시민의 안전과 안녕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국가는 백남기 농민을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명백하게 국가의 폭력으로 인해 사경을 헤매는 국민에게 사과의 말 한마디 없고,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도 없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라고 물으며 “백남기 농민은 바로 우리이고, 나일 수 있다. 국가와 국민 간의 신뢰가 지금 산소호흡기를 쓰고 연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시장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불가역한 협상 결과를 통보받은 위안부 피해자들, 진실이 인양되지 못한 상황에서 특조위 강제종료를 맞은 세월호 유족들, 국가안보를 이유로 갑작스럽고 일방적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성주 군민들도 국가로부터 배신을 당한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군림하는 정부는 변명거리를 찾지만, 노력하는 정부는 방법을 찾는다. 그래야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생겨야 국가다워진다”며 “백남기 농민이 살아계실 때 정부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가 열리고, 책임자에게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