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제주 강정 해군기지 앞에서 진행되는 ‘강정 생명평화 미사’가 5일 오전 11시에도 어김없이 봉헌됐다. 해군기지는 지난 2월 준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이들은 폭염 속에서도 길거리 천막성당에서 한반도 평화와 생명을 위한 현장미사를 봉헌했다.
특히 이날 미사에는 여수 서교동성당 학생 26명이 천막성당을 방문해 미사를 봉헌했다. 천막성당에서 현장미사를 지켜오고 있는 문정현 신부(전주교구)는 군사기지 건설로 전쟁의 위협이 드리워진 땅에서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학생들의 방문을 반겼다.
강정 현장미사는 지난 5월 7일을 끝으로 종료를 예고했지만, 이처럼 천막성당을 찾는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8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군기지가 완공됨에 따라 현장미사를 주최했던 제주교구는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를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교육과 문화 활동을 통해 장기적인 평화투쟁을 이어가겠다며 지난해 12월 12일 공식적으로 현장미사를 마감했다. 이후 예수회 사제들과 문정현 신부, 지역 주민들과 평화바람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천막을 지키며 미사를 이어오고 있다.
강정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한국 사회와는 반대로 외국의 평화활동가들은 오랜 기간 평화투쟁을 이어온 강정을 찾아 연대 방법을 모색했다. 미국 가톨릭 평화운동의 대표적인 조직 ‘가톨릭 워커스(Catholic Workers)’도 강정을 찾아 지속적인 연대의 끈을 이어오고 있고, 국제평화국(International Peace Bureau)은 지난해 9월 강정마을에 국제평화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또한 개신교 신자와 불교 신자들도 강정 땅을 밟으며 평화를 염원하는 종교인의 뜻이 모였다. 강정은 국경과 종교를 초월해 평화를 염원하는 인류의 의지가 투영되는 장소로 변모하고 있다. 천막성당은 강정을 찾는 이들에게 평화문제를 학습하는 체험의 장이 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상처받고 더러워진 교회를 원한다 말했다. 일각에서는 강정 천막성당이 교황이 언급했던 ‘거리로 나온 교회’라고 평가한다. 근래 한국 천주교회가 정치화 되고 부유해지면서 크고 화려한 성당들이 건설되고 있지만, 강정 천막성당은 수년간 길거리에서 국가권력에 맞서다 상처 입고 더러워진 모습이다.
해군기지가 완공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있고, 철벽같은 공권력을 상대로 외로운 투쟁을 왜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미사 때 의자 채로 군인들의 손에 들려 나가는 신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절망감을 토로하는 신자들도 있다. 하지만 강정 천막성당은 오늘도 미사를 봉헌하며 평화와 생명을 염원했다.
오늘날 강정 천막성당은 다음 세대에게 평화문제를 교육하는 학교가 되고 있으며, 다양한 평화활동의 뿌리가 됐다. 세계 평화활동가들이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평화의 통로가 되고 있다. 광야처럼 훤히 노출된 길거리에서 거대한 군사기지에 맞서며 박해를 통해 단단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