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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사 앞 촛불문화제, ‘누가 이들을 불러냈나’
  • 최진
  • 등록 2016-08-12 1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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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416연대와 백남기대책위는 새누리당사 앞에서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 청문회를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 최진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 청문회를 요구하는 촛불문화제가 11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백남기 선생 가족과 세월호 유가족이 참석해 백남기 선생에 대한 국가폭력 청문회 개최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보장 등을 요구했다. 


20대 국회 야당 지도부는 3일 회동을 통해 백남기 사건 청문회와 특조위 활동기간 보장을 추진키로 합의했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의 거부로 발목이 잡혔다. 


이에 백남기 대책위와 4·16연대는 매주 목요일 서울대학교 병원 앞에서 개최하던 촛불집회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으로 옮겨 개최하며, 세월호 특별법 개정, 특조위 활동기간 보장,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 청문회 등을 막고 있는 새누리당을 규탄했다. 


행사 사회를 맡은 미류 4·16연대 운영위원은 “국민을 살리기보다 오히려 무기를 들어 국민을 죽이는 이 국가의 폭력에 저항하며, 함께 살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행사를 시작하면서 세월호 참사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와 하늘에 있는 295명의 희생자, 그리고 병상에 누워계신 백남기 농민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대학생들, “목소리 내야, ‘개·돼지’ 벗어난다”


이날 국가의 부조리한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8박 9일 일정으로 전국을 돌고 있는 ‘동행’ 대학생 실천단 회원들은 ‘내가 백남기다’라는 문구가 적힌 자주색 티셔츠를 입고 촛불문화제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대학생들은 새누리당이 국가의 진실을 가로막고 있는 정당이라고 규탄하며, “특별법을 개정하라”, “온전하게 인양하라”, “국가폭력 진상규명 청문회를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 이경은 동행 실천단장은 국민이 주인이 될 때까지 학생들도 모임과 행동에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최진


이경은 동행 실천단장은 “여소야대 국회가 이뤄지고 나서야 반응하는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면서 ‘민중이 모이고 목소리를 내야, 저들이 우리를 개·돼지로 안 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대학생 실천단은 이 문제를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849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신 지 272일째 되는 날이다.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느라 죽어가는 국민은 뒷전인 정부, 나라를 팔아먹느라 사람들의 목소리를 짓밟은 국회의원은 필요 없다”며 “모여서 바뀌고 행동해야 바뀐다면 우리는 모일 것이고 행동할 것이다. 특별법이 개정되고 세월호가 인양될 때까지, 국가폭력 사태가 해결되고 진상규명 청문회가 개최될 때까지, 국민이 주인이 될 때까지 학생들도 모임과 행동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행복권’ 아니라 ‘생존권’ 위해 싸워야 하는 한국사회


이어 김혜진 4·16연대 상임위원은 국민에게서 나온 공권력으로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정부가 그 권력을 악용해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 김 상임위원은 국민이 모두의 이익을 위하라고 권한을 위임해줬는데 오히려 공권력은 노동자와 농민을 탄압하고 진실을 외치는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 최진


김 상임위원은 “공권력은 국민이 모두의 이익을 위하라고 권한을 위임해준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세월호 참사 때 죽어가는 국민을 구하지 않았고, 생존권을 위해 거리로 나온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경찰은 공권력을 동원해 생존권을 외치던 노동자와 농민을 탄압하고 진실을 외치는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누리당에 대해 “적어도 정당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면 사람을 죽인 경찰을 처벌하도록 한목소리를 내고, 304명의 목숨을 구하지 않은 정부를 향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 새누리당은 특별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언론탄압에 앞장섰던 이정현을 당 대표로 선출했으며, 백남기 농민의 청문회를 가로막고 있다. 도대체 이 당은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 상임위원은 “‘생명의 위협’이라는 말이 은유적·비유적 표현이면 좋겠지만 우리는 그것을 현실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행복하기 위한 권리’가 아니라 ‘죽지 않을 권리’를 이야기해야 하는 비참한 사회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이 모이고,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거리로 나와야 한다. 우리가 이 사회의 주인이고 함부로 목숨을 위협받으며 살지 않겠다는 결의를 드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김인한 신부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사람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지에 따라 최후의 심판을 받게 된다”며 “다른 사람을 가볍게 여긴 사람은 하느님에게도 가볍게 대우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 신부는 우리는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며 새누리당사에 있는 사람들처럼 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최진


김 신부는 “작년 여름 한 여인은 논밭에 직사로 물을 뿌렸고, 경찰은 물대포를 동원한 뒤 ‘죽을 줄 몰랐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직장을 잃거나, 세월호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물대포에 직사로 맞으면 죽는다는 것을 안다. 이것은 생태적인 감수성이고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여러분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노동자 한사람, 우리 아이들 한명, 광화문에서 단식하는 사람들, 농민 한명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다”라며 “새누리당에 말하고 싶은 것도 바로 이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새누리당사에 있는 사람처럼 괴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믿을 수 없는 나라 물려주고 싶지 않다”


세월호참사 단원고 희생자 최윤민 학생의 어머니 박혜영 씨는 “나는 평범한 엄마로 살아온 사람이라서 이런 자리에 오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 올라와서는 쭉 광화문 광장에 있었는데 여름에 하는 단식이 너무 힘들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박혜영 씨는 “이렇게 더운 날 광화문 한복판에서 단식할 수 밖에 없는 이 나라, 그래도 돌아 봐주지 않는 이 나라가 원망스럽다”며 “세월호 유가족이 2년 넘도록 길바닥에서 아무리 단식을 해도 변하지 않는 나라, 평범한 주부를 투사로 만드는 나라,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낼 수 없는 나라, 수학여행 간다고 하면 안 보내고 싶은 나라에서 또 다른 아이들을 키워도 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 박혜영 씨는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도록 세월호 유가족들의 힘이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 최진


그는 “우리 아이들에게 믿을 수 없는 나라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 안전인데, 결국 내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 큰 사건을 통해서 깨달았다”며 “투표만 하면 내가 뽑은 사람이 나라를 잘 이끌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감시하고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그 사람들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도록 세월호 유가족들의 힘이 돼 달라”고 호소했다. 


백남기 선생의 장녀 백도라지 씨는 “아버지가 사고 난 이후 결과적으로 9개월이라는 날짜가 흘러가는데도 검찰은 수사를 안 하고 있다. 우리가 고발한 7명은 신원이 확실한 대한민국 경찰이고, 도망가지도 않고 근무만 잘하고 있다”며 “검찰이 수사만 잘하면 되는데 수사를 안 하고 있어서 청문회라도 해달라는 것을 새누리당은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 백도라지 씨는 현재 검찰 수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청문회도 새누리당이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 최진


백 씨는 “얼마 전 기사를 통해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팽목항을 방문한 것을 보고 화가 났다”며 “만약 본인이 정말 세월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새누리당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거기가 어디라고 얼굴을 들이미는지 정말 기가 찼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 사람들이 빨리 옳은 일을 했으면 좋겠고, 강신명이 꼭 감옥에 갔으면 좋겠다”며 새누리당이 국가폭력 사건의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청문회 개최를 더는 막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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