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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구 신학생들의 ‘진짜 농부’ 되기 3부
  • 최진
  • 등록 2016-08-24 12:45:02
  • 수정 2016-08-24 12: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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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부산교구 신학생들의 생태농촌체험이 진행됐다. 이번 농촌 체험은 기획부터 준비, 예산마련, 실제 진행을 모두 신학생들 스스로 해결했다. 식사까지 스스로 해결했다는 신학생들의 ‘진짜 농부되기’ 프로젝트를 3부로 나누어 소개한다.


무엇을 함께 지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시간

 

부산교구 신학생들의 농활이 시작된 첫날 미사 주례를 맡은 김인한 신부는 신학생들이 이번 체험을 통해 농민에 대한 감사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이 지켜야 할 것과 중심에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언양 지역은 전통적으로 박해를 견디면서 신앙을 지켜냈던 지역인데, 지금 언양 분회 농민들은 물질적인 박해를 이겨내면서 이 농촌을 지키고 있다. 우리가 이 더운 자리에 있는 것도 무엇을 함께 지킬 것인가를 고민하기 위한 것이다

 

본격적인 농활이 시작되기 전 공소식구들과 신학생들이 함께 봉헌한 미사에서 김 신부가 꺼낸 이 같은 말은 농민으로 굳건한 삶을 이어온 어르신들에게나 신앙인으로서 이제 여물기 시작한 신학생들에게나 마음속에 깊은 울림과 과제를 남겼다

 

교구 우리농 담당인 김인한 신부는 교구 신학생 전체가 농활에 참여하는 것은 20여년 만이라고 말했다. 신학생들이 스스로 농활을 해보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느냐고 묻자, 김 신부는 “‘이놈들이 미쳤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미소 가득한 얼굴로 신학생들을 둘러봤다.


▲ 부산교구 우리농 담당인 김인한 신부 ⓒ최진

앉아서 신문을 보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농민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신학생 나름대로 신학적인 의미를 담아서 이곳에 왔다. 기도에 대한 실천, 실천을 근거로 기도가 봉헌돼야 한다는 신학생들의 뜻이 모였다. 신학생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사제상을 더욱 명확하게 만들어나간다. 이번 농활이 신학생들에게 더욱 명확한 사제상을 만들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깨닫는 순간은 언제나 축복이다

감고을농장 최고학년 신학생인 송승윤 학생은 이번 농활의 의미를 이처럼 요약했다. 흙 묻은 바지를 입고 오후 작업을 위해 다시 감나무가 있는 산을 올랐다. 강한 햇볕에 그을릴까 선크림을 찾을 법도 하지만, 수건과 작업도구만 챙겨 산으로 향하는 경운기에 몸을 맡겼다.

 

이들은 감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7월 순을 자르고, 지지대를 세우고 잡초를 제거했다. 임윤철 사장은 신학생들이 하루 만에 전체 농원 절반에 해당하는 곳을 작업했다고 고마워했다. 감고을농원의 규모는 임야로 12,000평이다. 한 시간 정도 작업을 하자 폭염에 그을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감나무 밭에서 농활을 하며 감을 닮아갔다.

 

▲ 기도에 대한 실천, 실천을 근거로 기도가 봉헌돼야 한다는 신학생들의 뜻이 모였다. ⓒ최진

▲ 짧은 체험이지만 지식이 의식이 되고, 배움이 성숙이 되는 것을 느낀다. ⓒ최진


짧은 체험이지만 지식이 의식이 되고, 배움이 성숙이 되는 것을 느낀다

생명에 대해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기도로 나누었던 것이 농활을 통해 체험되는 것 같다. 생명의 소중함을 머리로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몸으로 농촌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그 소중함이 막연했던 것이 사실이다

현실의 관점에서 농촌체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하는 신학생도 있었다. 고동균 신학생은 웃고 즐겁게 일하면서도 이러한 과정이 생명의 소중함을 몸에 알려주고 기억하게 해준다짧은 체험이지만 지식이 의식이 되고, 배움이 성숙이 되는 것을 느낀다. 고된 농활 일정을 마친 후 형제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그것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고 담담하게 생각을 전했다.

 

빼먹은 것이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대뜸 그리고 이러한 관심이 농민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 같다. 많은 일을 하고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교회의 형제적 사랑을 전해주는 의미에서도 함께하는 마음을 전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며 말을 마쳤다.

 

사목에 대한 의식도 엿보였다. 농활 일을 마치고 무슨 나눔을 진행했느냐고 묻자, ‘내가 농촌사목을 하게 된다면 어떤 사목을 지향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농촌사목 담당이 아니더라도 알바와 취업 준비로 쫒기는 청년들에게 농활로 삶의 풍성함과 생명의 소중함을 전해주고 싶다등의 나눔을 했다고 순순히 털어놨다. ‘사제로서 어떻게 하느님의 손길을 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요약됐다.

 

▲ 무슨 나눔을 진행 했느냐고 묻자 ‘사제로서 어떻게 하느님의 손길을 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요약됐다. ⓒ최진

농활이 시작되기 전 김인한 신부는 신학생들에게 마태오복음 20장에 나오는 포도밭 주인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포도밭 주인은 일없는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주기 위해 나서지만, 일꾼들은 자신이 받을 돈에 대해서만 고민한다일꾼들은 소비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밭주인은 생명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공장은 너무 더우면 기계가동을 쉴 수가 있지만, 생명의 일을 하는 농민들은 아무리 더워도 일을 손에서 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의 감수성을 지닌 농민들의 생명의 언어는 다른 차원이다말 그대로가 현실이고 현실에서 만난 생명의 언어는 실제 논과 밭과 농장에서 신학생들의 손을 멈추지 못하게 했다.

 

김 신부는 우리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무 조건 없이 내어주는 하느님, 조건 없이 내어놓는 농민들 덕분이다. 20년 전과 같은 쌀값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밥을 위해 농민들은 농촌을 지키고 있다여러분이 더운 날 이곳에 있는 것도 고생 한번 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대가 없이 책임을 치르는 곳에 함께하기 위해서다고 강조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사제가 되는 것도 내가 노력한 것에 대한 대가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농민들처럼 상대방을 향해 나 자신을 내어놓기 위한 것이다라며 생명의 감수성에 눈을 뜬 그리스도인이라면 신앙을 대가로 하느님의 나라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도 하느님 나라에 받아들여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는 말로 신학생들의 이번 체험을 응원했었다.


▲ 이번 부산교구 신학생들의 농활에서는 누구보다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실천하려 노력하는 ‘청년사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최진

이번 농활이 시작되기 전날까지도 본당 초등부·중고등부·청년부 여름캠프에 함께 참여하고 바로 체험지로 온 신학생들이 몇 있었다. 지금까지 보통 신학생들은 방학이 되면 본당의 갖가지 행사에 동원되고 특별활동으로 피정을 하거나 교구에서 미리 준비해둔 체험 프로그램을 일괄적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본당활동과 피정,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프로그램 안에서도 하느님은 체험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의 진정한 일꾼으로써 사제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그 어떤 가르침보다 값진 깨달음을 얻게 할 것이다.

 

적어도 이번 부산교구 신학생들의 농활에서는 누구보다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실천하려 노력하는 청년사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신학생들은 사제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 이전에 배우는 사람들 이었고 여물어 가는 신앙인들 이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보기 좋게 맛 좋게 여물어 가는 청년 신앙인들의 뜨거운 열매 맺기가 기대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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