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와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협의회(이하 남녀장상협의회)는 2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방송인 김제동을 초청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동북아의 평화’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강연에는 수도자와 평신도 등 400여 명이 참석해 강당을 가득 채웠다.
평화는 조용하지만 온 세상에 가득 차는 것이며, 전쟁은 소리는 시끄러우나 사라지는 것이다
김제동(프란치스코) 씨는 아프고 가난한 이들을 초대했던 청년 예수의 삶을 되새기며, 평화의 의미가 기쁨과 슬픔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함께 나누는 울음을 동정곡(同情哭)이라고 하는데, 울 일이 있을 때 언제든지 함께 울어줄 준비가 돼 있는 것이 평화라고 생각한다”며 “함께 평화를 생각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싸울 때 손에 더 많은 것을 들고 싸우면 유리할 수 있지만, 무엇인가를 들었을 때 내가 얻는 피해가 크다면 그것을 들지 않는다. 그것이 효용성의 원칙이고 비례성의 원칙이다”라며 상대방의 손에서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승리이고 평화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이 동북아의 평화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를 정립하는 것이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미국과 중국이 힘의 균형을 이뤘을 때, 통일 한반도 시대가 열려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국이 자존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씨는 “한반도가 힘이 있어야 동북아 평화를 이끌 수 있는 열쇠를 직접 가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수 경제만으로도 국가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최소 7천만의 인구수를 확보해야 하고, 한반도 평화가 이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3차 산업혁명이 끝나고 4차 산업혁명으로 접어들면서 전환기적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경제가 1차 산업혁명 정도가 끝났다고 보이는 북한 개발을 통해 북한 주민을 돕고 스스로도 4차 산업혁명으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평화는 조용하지만 온 세상에 가득 차는 것이며, 전쟁은 소리는 시끄러우나 사라지는 것이다”라며 강연을 마쳤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이어 오전 11시부터 명동대성당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 주례로 동북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참석자들은 미사를 통해 무기가 결코 평화의 도구로 쓰일 수 없음을 기억하며, 전쟁위기로 절망과 슬픔에 빠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요한 23세 교황의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1963)에서 말하는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다 (…) 사드배치로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회칙이 설명하는 지상의 평화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기헌 주교는 핵전쟁 위험 속에서 발표한 요한 23세 교황의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1963)를 언급하며,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간절히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회칙에서 말하는 평화가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라며, 사드배치로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회칙이 설명하는 지상의 평화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이 주교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반드시 화해와 진실의 투쟁이 있었으며, 진실은 결국 밝혀지게 되어있다”며 “평화의 일꾼인 신앙인들은 불안과 의문으로 시작된 사드가 국민을 슬프고 불안하게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다 함께 연대하여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다”며 종교인들의 사드배치 반대 투쟁의 동참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평화의 첫 출발은 진실과 진리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미국과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 목적, 효용성, 환경평가 등 사드배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진실하고 분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평화를 얻기 위한 가장 강력한 힘은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연대이며, 신앙인들이 평화를 염원하며 끊임없이 바치는 기도가 오늘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앞당기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을 신자들에게 전하며 미사를 마쳤다.
한편 남녀장상협의회 관계자는 미사 시작 전 “교회 언론인 평화방송과 가톨릭신문을 제외한 다른 일반 언론은 취재를 하지 말라”고 공지해, 평화의 연대를 강조했던 강연과 미사의 지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