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우리나라의 주권을 빼앗았던 경술국치일인 8월 29일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공원 통감관저 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공간 ‘기억의 터’ 제막식이 열렸다.
106년 전 일제가 강제로 경술국치를 맺었던 통감관저 터는 일본군의 만행을 기억하고 피해자들의 삶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민족의 아픔이 서린 공간에 조성된 ‘기억의 터’에는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이란 두 작품이 설치됐다.
‘대지의 눈’에는 피해 할머니 247명의 이름과 증언이 담겼고, 일본군 손에 강제로 끌려가는 소녀의 모습을 그린 故 김순덕 할머니의 작품 ‘끌려감’이 새겨져 일본군의 만행을 드러내고 기억하도록 했다.
‘기억의 터’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었던 고통과 한, 그리고 숨죽여 살아야 했던 역사의 시간을 후손들이 기억해주길
‘세상의 배꼽’에는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문구가 한글과 일본어, 영어, 중국어로 함께 새겨져, 아픈 과거를 되새겨야 하는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작품 주변에는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염원하는 세계인들의 마음을 표현코자 바위들이 놓였다.
부축을 받으면서도 제막식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는 ‘기억의 터’를 통해 자신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한, 그리고 숨죽여 살아야 했던 역사의 시간을 후손들이 기억해주길 희망했다. 할머니들은 정부가 주권 상실이라는 국가의 치욕 속에서 자국민이 당해야 했던 고통의 역사를 위로금으로 팔아먹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합의와 이에 따른 재단 설립에 대해 “끌려갔던 집안사람을 팔아먹는 짓”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일본이 건넨 위로금으로 피해자들의 복지를 하겠다니... 자국민이 당했던 고통의 역사를 위로금으로 팔아먹어서는 안 돼
김 할머니는 “대통령이 여럿 바뀌어도 이토록 속상하게 하는 대통령은 없었다”며 “그동안 정부 도움 없이도 민간단체들이 충분히 해왔는데, 정부가 일본에 돈을 받고 소녀상을 팔아먹고 할머니들의 몸값 받아서 재단 만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범죄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일본이 건넨 위로금으로 피해자들의 복지를 운용한다는 정부의 정책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일본이 제시한 위로금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기억의 터’ 조성은 자국 여성들이 인권을 유린당한 채 성노예로 끌려간 일본군 ‘위안부’ 사건을 기억하고 추모할 공간조차 없다는 현실을 반성하면서 시작됐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할머니들의 뜻에 따라 총 1만9,755명의 국민이 ‘기억의 터 디딤돌 쌓기’ 범국민 모금운동에 동참해 공간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