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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주교회의, 한반도 비핵화 위한 호소문 발표
  • 최진
  • 등록 2016-09-13 17:24:02
  • 수정 2016-09-15 12: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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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13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지난 9일 일어난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우려하며 한국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유지를 위해 지금까지 기울여 온 공동의 노력을 거스르는 행위”라며 한국 정부에 “북한에 대한 과도한 제재가 한반도 위기를 가중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노력을 포기하지 않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또한 “평화의 증진은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을 계속해 나가는 교회 사명의 필수적인 한 부분”이라며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평화에 대한 기쁜 소식인 복음을 선포하는 일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교회의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부탁하며, 종파와 국적을 초월해 평화를 위한 노력에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호소문

- 핵실험과 핵무장은 중지되어야 한다 -



가톨릭교회는 1963년에 반포한 회칙, 「지상의 평화」에서 핵무기 개발이 인류에게 미칠 영향을 경고하였다. “한 국가가 원자 무기를 생산하면,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파괴적 원자 무기를 생산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 그뿐 아니라, 무기의 파괴적 결과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 해도,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핵실험이 계속되어 세상에 치명적 결과를 주는 것은 여전히 인간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이다”(「지상의 평화」, 110-111항 참조). 이 가르침은 핵실험과 핵무기 개발에 대한 분명하고 단호한 교회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2016년 9월 9일에 실시된 ‘북한의 5차 핵실험’에 지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1. 북한은 핵실험과 핵무기 개발을 포기해야 한다

가톨릭교회는 북한이 하루 빨리 핵개발 포기를 선언하기를 촉구한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유지를 위해 지금까지 기울여 온 공동의 노력을 거스르는 행위이다. 비핵화와 평화는 분리될 수 없다. 핵무장은 결코 평화 유지나 자주권 수호의 방법이 될 수 없다. 핵은 한반도에 더욱 복잡한 분쟁을 불러일으키며, 파괴와 죽음을 포함하여 대단히 큰 물질적 정신적 위험을 초래한다. 시급히 핵무기 개발과 핵실험 포기를 선언하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기를 촉구한다. 


2. 정부와 세계 기구는 평화 구축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 보도 이후, 대북 제재의 수위가 논의되고 있다. 이에 가톨릭교회는 정부와 세계 기구를 향하여, 제재 이전에 대화를 통한 평화 분위기 조성에 끝까지 힘써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또한 제재 조치를 취하는 경우에도 긴장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노력해 주기를 요청한다. 모든 제재 조치의 참된 목적은 협상과 대화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제재를 통해 국민 전체, 특히 가장 취약한 구성원들이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은 정당한 일이 아니다. 경제적 제재는 지극히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하며, 합법적이고도 윤리적인 기준을 따라야 한다. 북한에 대한 과도한 제재가 한반도 위기를 가중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노력을 포기하지 않기를 호소한다. 


3. 한반도 주변의 핵무장이나 전술 핵무기 재배치가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가톨릭교회는 최근 거론되는 한반도 핵무장 논의와 관련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바이다. 이번 핵실험이 한반도를 포함하여 그 어떤 나라의 핵무장이나 핵무기 배치를 정당화하는 기회로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한반도와 주변 국가들의 핵무기도 제거되어 ‘위장된 평화’로부터 참된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가운데 북한 핵실험 개발의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남북 간에 진정한 평화를 위한 노력을 성사시켜 세계평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힘의 균형이 아닌 평화의 균형만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과 세계 평화의 위협을 해결할 수 있다. 한반도의 정치, 경제, 사회 상황이 균형을 가지며 정의와 사랑에 기초한 질서 위에 평화롭게 전개될 때 진정한 평화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핵은 한반도 평화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재천명한다.


‘9·11 테러’15주기를 맞아, 증오와 폭력이 씨 뿌린 비극의 참상이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인류가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증오는 증오를 가속하며,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을 뿐이다. 평화는 힘의 논리로 만들어지지 않는다(사목 헌장 78항 참조). 평화는 전쟁의 원인이 되는 갈등과 비참함이 줄어들고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평화의 질서에 대한 갈망이 자라는 가운데 완성된다. 


이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그리스도교 형제자매들에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평화의 증진은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을 계속해 나가는 교회 사명의 필수적인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것은 사실 모든 사람에게 평화에 대한 기쁜 소식인 복음을 선포하는 일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종파와 국적을 초월하여 기도를 통해 정의와 사랑을 넓혀가는, 곧 평화를 위한 노력에 참여하기를 촉구한다. 주님의 크신 축복이 특별히 한반도에 평화의 물결로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2016년 9월 12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 흥 식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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