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제9회 가톨릭노동청년회 국제협의회(International Coordination of Young Christian Workers, 이하 ICYCW) 폐막 미사가 서울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 순교성지 기념성당에서 봉헌됐다.
이번 ICYCW는 8월 19일부터 9월 1일까지 약 2주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꼰벤뚜알 피정의 집에서 ‘노동이 길이다, 청년들의 미래에 희망과 책임을 주는 일에 관하여’를 주제로 29개국 청년 대표 80여 명이 참석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각국 청년들이 처한 노동 현실을 이야기하고 공감과 유대를 통해 가노청이 청년의 인권과 노동권을 위해 노력해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한국에서 진행된 이번 ICYCW에서는 국가 단위의 가톨릭노동청년회(이하 가노청) 활동에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한다는 결의가 이뤄졌다. 국제협의회 차원에서는 국제 조직 운영과 자금지원에 관한 국가 간 교류 등을 담당하고, 각국 가노청 조직은 독립적으로 각국 청년노동 상황에 맞는 활동으로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는다는 취지이다.
회의에서 결의한 ▲ 가노청 홍보와 회원 확대 ▲ 청년 노동교육 ▲ 신앙과 노동의 나눔 등도 각국 가노청 조직을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국제협의회는 각국의 가노청 활동 중 좋은 사례를 다른 국가에 알리고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국가와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청년들이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청년의 목소리를 알리는 것이 청년 존엄성을 위한 운동에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SNS(Social Network Services) 등을 활용한 여러 소통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총회에 참가한 유기담 씨는 “청년들을 위한 법은 나라별로 있지만, 그 법이 지켜지지 않는 공통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임금문제를 비롯한 각종 차별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청년들의 문제를 보면서 근본적으로 사람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국제총회를 담당했던 실무자 송유정 씨는 “세계에 있는 청년들의 노동문제, 그들이 일하는 환경,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나라별, 대륙별로 나누었다”며 “나눔을 통해 가톨릭 청년들이 함께 노력할 방향을 모색했다는 것이 이 자리를 뜻깊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번 총회를 통해 협의회가 개선해야 할 점을 투표로 정해 개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교회가 사회운동에 적극적이던 청년단체들을 등한시 함에 따라 사회 현실문제와 동떨어진 신심 청년단체만 교회 내에 남게 됐다. 청년은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하는 교회에 등을 돌렸고, 교회도 떠나가는 청년을 붙잡지 않았다.
한편, 각국 가노청 단체의 활동과 책임이 강조됨에 따라 국내 가노청의 활성화가 이뤄질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가노청이 평신도로 구성된 단체의 특성 때문에 근본주의 계열의 신심 단체를 선호하는 한국 천주교 안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노청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단체 활동을 통해 세례를 받는 청년 노동자가 있을 정도였지만, 1999년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전국 가노청 본부와 지도신부 제도를 폐지하고, 청년 노동자를 위한 실질적인 활동보다는 창립자 조셉까르딘 추기경(Joseph Cardijn, 1882~1967)의 영성을 기리는 단체로 축소되면서 청년들에게 외면받았다.
주교회의가 발표한 ‘2015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를 보면 만 20세부터 35세 미만 신자 수는 120만 명으로 전체 신자 수의 20%에 달하지만, 현재 가노청 회원 청년 신자 수는 서울·인천 지역 30여 명뿐이다.
교회가 평신도들의 사회참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것은 가노청 문제뿐만이 아니다. 생존권 문제인 노동문제가 인권이나 노동권의 문제로 축소된 것은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변화의 흐름도 있겠지만, 교회는 이러한 변화 이전에도 평신도들의 사회참여를 제한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975년 결성된 ‘대한 가톨릭학생 전국협의회’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통해 사회 민주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관련 집회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사회참여 운동을 진행했다. 또한, 해방신학을 연구하며 민중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신학적으로 성찰했다. 그러나 결국 교회의 반대로 갈등이 심해져 1984년 조직을 해산해야 했다.
이후 1985년 ‘대한 가톨릭학생 총연맹’이 결성돼 청년 중심의 평신도 사회참여 활동을 이어갔지만, 주교회의가 1987년 전국 단위의 사도직 단체 활동을 중지시킴으로써 이들의 활동도 중지됐다. 이후 ‘전국 가톨릭대학생 협의회’, ‘한국 가톨릭대학생 연합’ 등이 결성돼 명맥을 이었으나 결국 교회 내에서 힘을 잃었다.
교회가 사회운동에 적극적이던 청년단체들을 등한시 함에 따라 사회 현실문제와 동떨어진 신심 청년단체만 교회 내에 남게 됐다. 청년은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하는 교회에 등을 돌렸고, 교회도 떠나가는 청년을 붙잡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교회가 청년 현실을 파악하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청년·노동 문제가 사회 중요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교회는 현상을 알기 위한 학술회의를 진행하기에 급급했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는 지난 6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16회 가톨릭포럼을 통해 ‘금수저·흙수저론’으로 대표되는 청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회의 대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교회가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문제 등 다양한 노동·사회문제가 섞인 청년 문제를 바라보며 결론을 내린 것은 ‘위로’였다.
포럼은 고통받는 청년들을 위한 ‘위로의 사목’을 강조하며, 상처받은 청년들을 신앙으로 위로하는 사목을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청년 문제를 지극히 ‘그들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교회의 시선이 드러난 부분이다.
같은 날 같은 주제로 서울 조계종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불교 포럼에서는 그동안 청년 문제를 안일하게 대처했던 종단의 자세를 반성하고, 청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인권·여성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단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년이 불평등으로 고통받을 때, 불교는 무엇을 했느냐는 반성의 목소리였다.
이번 가노청 국제협의회 개최 이후 한국 가노청은 회의에서 결의된 내용에 따라 단체 홍보와 청년 소통을 위한 행동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교회 역사 속에서 외면받아 온 ‘청년’과 ‘노동’의 키워드가 더욱 보수화되고 있는 한국 천주교 내에서 어떻게 자리 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