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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참사 막으려면 한·일 천주교 함께 해야
  • 최진
  • 등록 2016-09-23 17: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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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한일 탈핵평화순례`가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탈핵간담회와 미니 탈핵음악회로 마무리됐다. ⓒ 최진


한일 천주교회가 23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2016 한일 탈핵평화 순례’ 마지막 일정으로 탈핵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탈핵운동의 영성과 교회 가르침에 따른 탈핵 행동지침을 살피기 위해 마련됐다.


일본 천주교주교회의 정평위 탈핵소위위원장 미쓰노부 이치로 신부는 일본 탈핵운동의 흐름과 방법을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 또한 한국과 일본 국민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탈핵 운동을 공동의 과제로 설정,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후쿠시마 참사가 발생한 과정을 한국이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미쓰노부 이치로 신부는 “탈핵순례를 하면서 노골적으로 일상생활권에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에 놀랐다. 일본은 그래도 핵발전소를 조금이나마 숨겨놓았다”며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말을 들으며 일본의 후쿠시마 참사가 발생한 과정을 한국이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시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있다. 가고시마 현은 탈핵을 지지하는 지사가 당선됐지만, 삼척과 같이 핵발전소를 중지하지 못했다”며 “한국과 일본은 같은 문제에 처해있다. 우리는 서로 닮은 상황 안에서 핵발전소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가톨릭교회 안에서 연대를 공고히 해, 탈핵문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분리와 무관심은 탐욕의 원동력이며 이것이 핵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탈핵천주교연대 공동대표 조현철 신부(예수회)는 탈핵운동의 영성을 주제로 탈핵순례의 의미를 살폈다. 


조현철 신부는 “영성은 우리의 삶이나 특정한 행동의 궁극적 의미에 관한 인식과 그 인식을 실현해주는 내적 역동성, 생활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탈핵운동의 영성은 탈핵운동을 하는 사람의 삶이 어때야 하는가를 묻는 것과 같다”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탈핵운동의 영성은 정의·평화·창조질서의 보존을 지향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사목헌장을 인용해 평화가 정의의 결과이자 작품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파괴해 안전과 평화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핵에너지는 근본적으로 폭력적인 에너지라고 설명했다. 핵의 폭력성은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뿐 아니라 그 피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며,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들이 핵을 옹호하거나 방관하는 이유는 물질세계가 주는 편안함과 안락함 때문이다. 여기에 취해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방관한다. 분리와 무관심은 탐욕의 원동력이며 이것이 핵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 조현철 신부는 물질세계가 주는 편안함과 안락함 때문에 사람들이 핵을 옹호하거나 방관한다고 설명했다. ⓒ 최진


탈핵운동의 영성은 육화와 십자가의 원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다. 자기를 제한하고 자신을 비워서 그 빈자리를 타자에게 내어주는 행위다.


특히 “탈핵운동의 영성은 자신에 대한 겸손과 타자에 대한 존중을 바탕에 두고 있다. 맹목적 풍요와 나의 편리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라며 “탈핵운동의 영성은 육화와 십자가의 원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다. 자기를 제한하고 자신을 비워서 그 빈자리를 타자에게 내어주는 행위다. 바로 사랑의 실천이다”라고 강조했다.


조 신부는 탈핵운동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정책의 변화와 영성적인 변화가 동시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의 변화는 영성의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탈핵 순례는 ‘나와 세상을 일깨우는 발걸음’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 이재돈 신부는 서울대교구가 추진하고 있는 햇빛발전소 사업을 세부적으로 알렸다. 탈핵천주교연대 위원장 양기석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통합생태론을 설명했다. 


내 것은 내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며, 그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이와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양기석 신부는 “우리가 이웃과 지구의 생명을 돌보고 지켜나갈 때 우리의 존엄성이 빛을 발한다는 것을 회칙은 알려 준다”며 “지금 막 태어난 아이들이 우리가 저지른 핵발전소를 책임져야 한다. 내 것은 내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며, 그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이와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 양기석 신부는 내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며 나만의 것이 아닌 다른 이와 그리고 미래의 후손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최진


간담회 이후 참가자들은 명동성당 지하 광장에서 열린 ‘탈핵 미니음악회’에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한일 탈핵순례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연주자들과 함께 노래 불렀다. 음악회를 끝으로 ‘2016 한일 탈핵평화 순례’가 마무리됐다.


지난 20일부터 진행된 ‘2016 한일 탈핵평화 순례’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탈핵천주교연대,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회와 일본천주교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공동으로 추진한 탈핵운동이다. 


한국과 일본 천주교회는 탈핵운동 연대를 통해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탈핵여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번 순례를 기획했다. 이들은 첫날 부산가톨릭대학교 간담회를 시작으로 고리·월성·영덕 핵발전소와 핵발전소 건설 예정지를 순례했다. 피켓으로 시민들에게 탈핵 운동을 알리고 주민 간담회를 통해 지역민들의 고충을 들었다. 그리고 기자회견과 피켓 행진 등을 통해 핵발전소 가동 중단을 요구했다. 이번 순례에는 한국과 일본 성직자와 수도자, 신자, 탈핵운동가 등 80여 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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